‘제로 칼로리’의 배신? WHO ‘무설탕 감미료 사용말 것’ 지침 발표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3.05.1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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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조절 장기적 효과 없고, 당뇨·심장병 위험 키울 수 있어”
‘잠정적’ 권고, 실질적 정책 결정은 각국에서 결정

음료 업계를 중심으로 설탕을 뺀 이른바 ‘제로 칼로리(0 Kcal)’에 대한 관심과 선호가 높아지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체중을 조절하거나 비전염성 질병(NCDs: noncommunicable diseases)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무설탕 감미료(NSS: non-sugar sweeteners)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장하는 새로운 지침발표했습니다. 설탕 대신 사용하는 감미료가 장기적으로는 체중 조절에 효과가 없고, 오히려 당뇨나 심장병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사용하지 말 것을 권장한 것입니다.

WHO 홈페이지 갈무리
WHO 홈페이지 갈무리

무설탕 감미료(NSS)는 아세설팜칼륨, 아스파탐, 어드밴타임, 사이클라메이크, 네오탐, 사카린, 수크랄로스, 스테비아와 스테비아 파생물 등을 일컫는데, 현재 한국 식약처에서 승인한 감미료는 총 22종으로 사카린나트륨은 300배, 수크랄로스는 600배, 아세설팜칼륨과 아스파탐은 200배 등 설탕에 비해 수백 배 높은 감미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설탕보다 저렴해 많은 식음료에서 설탕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최근 ‘제로’열풍은 탄산음료는 물론 커피·차, 스포츠음료, 주류, 과자 등 여러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식음료에서 ‘0칼로리’가 될 수 있는 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열량이 100㎖당 4㎉ 미만일 때 무열량으로 표시하는 것을 허용해서입니다. 당류가 100㎖ 혹은 100g당 0.5g 미만이면 ‘무당’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WHO는 이번 권장 사항이 ‘무설탕 감미료가 체지방을 줄이는 데 장기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증거를 체계적으로 검토해 얻은 결론’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무설탕 감미료를 장기간 섭취하면 2형 당뇨병과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성인의 경우 사망의 위험을 키우는 등 잠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공감미료와 관련한 연구는 진행형입니다. 지난 2월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The artificial sweetener erythritol and cardiovascular event risk>논문에 따르면 인공감미료 에리스리톨 혈중 수치가 상위 25%인 사람들은 하위 25%인 경우보다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이 약 2배 높았습니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 연구팀은 수크랄로스가 인체의 대사 활동을 교란시키고 지방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예일대 연구에 따르면 '제로칼로리'음료와 탄수화물을 함께 섭취했을 때 인슐린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크랄로스와 사카린이 혈당 자체를 높이진 않지만,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끼쳐 혈당 상승을 불러온다는 이스라엘 연구와 인공감미료가 포함된 탄산음료를 자주 먹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약 70% 높았다는 일본의 연구 결과있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다만 WHO는 연구 참여자의 특성과 비당류감미료 사용 양상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이번 권고는 일단 ‘잠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권고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 정책 결정은 연령대별 사용 범위 등 각국의 맥락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WHO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기존 당뇨병 환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며, 제조된 식품 및 음료에서 발견되는 당류로 분류되지 않거나 식품 및 음료에 첨가하기 위해 단독 판매되는 모든 합성 및 자연 발생 또는 변형 비영양 감미료가 포함됩니다.

한편, 국제감미료협회(International Sweeteners Association)은 이번 WHO의 권고에 대해 이메일 성명을 내고  “저열량 및 무열량 감미료가 체중 조절,  치아 건강 및 당뇨 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과학적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입증돼 왔다”며, WHO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가 추산한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903억 원 수준에서 2018년 1,155억 원, 2020년 1,319억 원, 2021년에는 2,189억 원대까지 올랐으며, 지난해에는 3000억 원 규모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되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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