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주니까 좋은 건 줄 알았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6.0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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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학교/우수판매업소 판매금지된 일명 '불량식품' 리스트 발표
고열량저영양, 고카페인 식품 71개...약국에서 주는 비타민 사탕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5월30일 <6월 중 학교와 우수판매업소에서의 판매 금지 고열량저영양 식품 목록 및 고카페인 함유 식품 대상>이라는 제목의 목록을 공고했습니다.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른 조치입니다. 어린이식생활법은 학교와 우수판매업소에서 고열량·저영양 식품과 고카페인 함유 식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식약처가 이 법에 따라 열량만 많고 영양은 별로 없는 식품 3483종과 카페인 함유량이 많은 식품 71개 제품을 공개한 겁니다.

초3 아이를 둔 아빠로서 관심을 갖고 이 명단을 살펴봤습니다. 그동안 아이에게 사줬던 수많은 제품의 이름이 들어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약국에서 약을 받을 때 약사님이 아이에게 쥐어주던 비타민도 눈에 띕니다. 뉴스톱이 분석해봤습니다.

식약처 2023년 6월 학교 및 우수판매업소 판매금지 고열량ㆍ저영양 식품 목록에 등재된 비타민 캔디. 출처: 쿠팡 홈페이지
식약처 2023년 6월 학교 및 우수판매업소 판매금지 고열량ㆍ저영양 식품 목록에 등재된 비타민 캔디. 출처: 쿠팡 홈페이지

◈약국에서 주니 좋은 건 줄...

감기에 걸린 아이를 데리고 병원 진료를 받은 뒤에 처방 받은 약을 사러 약국에 들릅니다. 약사님이 약을 봉투에 담아주면서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작은 무언가를 아이 손에 쥐어줍니다. “비타민 먹어~”라고 하면서요.

사탕을 잘 사주지 않는 부모라도 약국에서 약사님이 주시는 것이고, 비타민이라고 하니 아이에게 허락합니다. 아이는 기분 좋게 포장을 까서 입에 넣죠. 이게 비타민일까요?

이번 식약처 명단 공개에서 비타민을 표방하는 사탕류가 대거 이름을 올렸습니다. 제품명에도 아이, 키즈 등 어린이를 지칭하는 말이 들어가구요, 비타, 비타민 이런 표현이 쓰입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포장에 그려있구요.

약사님이 주시는 어린이 비타민인 줄로만 알았는데. 식약처는 이걸 ‘고열량·저영양 식품’ 그러니까 정크푸드로 분류하고 있는 겁니다. 이 부류로 분류되면 학교에서 그러니까 학교 매점에서는 판매할 수 없구요.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판매업소’로 지정된 가게에선 판매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줄이면 어린이에게 좋은 음식이 아니라는 거죠.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받은 어린이 비타민 제품과 캔디류인 비타민캔디는 g당 탄수화물(당류) 함유량에서 큰 차이가 없다. 출처: 각 제품 영양성분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받은 어린이 비타민 제품과 캔디류인 비타민캔디는 g당 탄수화물(당류) 함유량에서 큰 차이가 없다. 출처: 각 제품 영양성분

포장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사탕류' 또는 '캔디류'라는 표시가 있으면 사탕입니다. 건강기능식품 비타민C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 제품이라도 당 함량은 사탕류와 비슷합니다. 게다가 제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권장 섭취량이 하루 10정인 제품도 있고 5정인 제품도 있습니다. 약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가받은 비타민을 준다고 쳐도 그거 한두알 먹는다고 비타민 하루 권장 섭취량을 채울 수 없다는 뜻이죠. 

식약처가 공개한 고열량·저영양 식품 목록 일부.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가 공개한 고열량·저영양 식품 목록 일부.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열량·저영양 식품? 주로 설탕제품

고열량·저영양 식품은 뭘까요? 말 그대로 열량은 높고 열량을 제외한 다른 영양소는 적게 든 음식입니다. 설탕 덩어리인 사탕을 예로 들어볼까요? 설탕을 녹여서 색소를 첨가한 사탕은 열량 이외의 다른 영양성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막대사탕 가운데 가장 지명도가 높은 ‘츄파춥스’를 살펴봅니다. ‘츄파춥스 오리지널’ 한 개가 11g 인데요. 영양성분표를 보면 탄수화물 11g이고 이 가운데 당류 9g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원재료는 맛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설탕, 포도당시럽, 혼합과일퓨레, 젖산, 사과산, 구연산, 합성향료, 색소 이렇게 표시됩니다. 설탕과 포도당시럽 섞은 것에 새콤한 맛 내려고 산을 첨가하고, 합성향 넣고, 색소 넣은 겁니다. 여기에 딸기맛, 오렌지맛 이렇게 과일맛을 표시하려고 과일퓨레를 조금 넣죠. 과일이 조금이라도 들어가야 과일맛이라고 쓸 수 있는 규정 때문입니다. 합성향료만 사용해서 과일향을 냈을 때는 과일향이라고 쓸 수 있습니다.

이런 사탕은 소비자들이 설탕 덩어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타민 캔디는 사정이 다르죠. 소비자들은 이걸 ‘비타민’으로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캐릭터 그림이 있는 비타민 캔디의 영양성분을 살펴봅니다. 100g당 탄수화물 91g이구요, 이 가운데 당류가 89g입니다. 원재료는 포도당, 자일리톨, 합성착향료, 복숭아엑기스분말, 스테아린산마그네슘, 구연산, 사과산 등입니다. 비타민 B2와 비타민 D3 혼합제제도 보이긴 하는데 굉장히 뒤에 있습니다. 표시 사항에 ‘식품의 분류’가 있는데요. ‘캔디류’라고 표시돼 있습니다. 그냥 사탕이라는 소리죠. 그런데 이름에는 ‘비타’가 들어가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소비자들은 비타민으로 오인하게 되는 거죠. 식약처의 어린이 기호식품 알림e 서비스를 이용하면 뭐가 고열량·저영양 식품인지 검색해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판매업소란?

어린이식생활법은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학교와 그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200미터 범위 안의 구역을 지정해 안전하고 위생적인 식품판매 환경의 조성으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에서 어린이 기호식품을 조리 또는 진열·판매하는 업소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소가 어린이 기호식품 조리·판매업소 입니다. 어린이 기호식품은 가공식품 중에 과자 및 캔디류, 빵, 초콜릿, 가공유 및 발효유, 어육소시지, 컵라면, 주스 탄산음료 유산균음료 혼합음료 이런 것들이구요. 조리식품은 제과 제빵, 아이스크림, 햄버거 피자, 라면, 떡볶이, 꼬치류, 어묵, 튀김류, 만두류, 핫도그 이렇게 돼 있습니다.

이런 음식들을 조리하거나 판매하는 업소 중에 안전하고 위생적인 시설기준을 갖추고 고열량·저영양 식품과 고카페인 함유 식품을 판매하지 않는 업소가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판매업소로 지정받을 수 있습니다. 식약처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의 우리동네 식품안전 정보 코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일단 이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판매업소’로 지정된 곳에서는 ‘정크푸드’를 팔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판매업소에는 특별한 로고(아래 그림 참조)가 붙어있습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어린이들을 위한 올바른 식생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개하는 어린이를 위한 올바른 식생활 정보를 살펴봅니다. 우리집 어린이가 잘 안 먹을때 부모님들이 애를 많이 태우시는데요. 식약처는 네가지 방법을 권합니다.

첫째는 배고픔을 느낄 수 있게 속 비워주기입니다. 밥을 잘 안 먹는다고 빵이나 과자같은 간식을 주면 배가 안 고파서 밥을 안 먹게 되고, 밥 때에 밥을 안 먹으니까 또 염려돼서 간식을 주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면 30분 정도 지나면 식탁을 깨끗이 치우고요. 다음 식사 때까지는 물 이외에는 주지 않는 겁니다. 간식을 끊고 배고픔을 느끼게 해주라는 거죠.

두번째는 밥 떠먹여주지 않기입니다. 밥을 떠먹여주면 올바른 식사습관을 가질 수 없다고 합니다. 스스로 먹을 수 있는 나이인 다섯 살 이후에는 식탁에 앉아 정해진 식사 시간에 음식을 먹는 식사예절을 익히게 도와줘야 한다고 합니다.

식욕부진 해결 세번째 방법은 활동적인 놀이나 운동하기 입니다. 매일 산책이나 재미있는 몸을 쓰는 놀이를 통해 운동을 하는 건데요. 신선한 공기를 쐬고 햇볕을 쬐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식욕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네번째는 부드러운 음식 먹이기인데요.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밥을 적게 먹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럴 때는 소화가 잘 되도록 푹 삶은 닭죽이나 생선, 달갈찜 등 부드러운 음식을 먹인 후에 서서히 양을 늘리는 게 좋다고 합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나트륨 섭취와 당류 섭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트륨 섭취 조절을 위해서는 양념 조절하기, 데쳐먹기, 건더기만 먹기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도움이 되고요. 당류 섭취 조절을 위해선 신선한 과일 먹기, 품질인증 제품 택하기, 천연 식재료 사용하기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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