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SMR'에 꽂힌 정부·기업…상용화는 '글쎄'

  • 기자명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2023.05.2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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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계, 에너지 안보 위기 해결·탄소중립 실현 위해 필요
뉴스케일 SMR, 한국에 2029년 준공 목표? 갈 길 멀어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급한다는 목소리 나와

국제 원자력계와 윤석열 정부가 '소형모듈원자로'(SMR)에 꽂혔습니다. SMR은 지난 2021년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원전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도 일치해 국내 원자력계와 여러 언론은 입을 모아 SMR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SMR은 난관이 많은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더욱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뉴스톱도 짚어봤습니다. 

이미지=픽사베이 

◆ 국제 원자력계·정부·언론이 홍보 중인 'SMR'

SMR은 전기출력 300MWe(메가와트) 규모 이하의 소형 원자로입니다. 기존 대형원전의 3분의1에서 10분의1 작은 규모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SMR을 ▲대형(1000MWe 이상) ▲중형(300~700MWe) ▲소형(300MWe 미만)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SMR 명칭의 '모듈(Modular)'은 가압기·냉각재 펌프·증기발생기 등이 모두 하나의 용기 안에 '모듈'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원전 주요 기기를 일체형으로 설계 및 제작하고, 공장에서 부분 시험·제조를 거친 모듈을 현장에서 설치하는 게 특징입니다.

SMR은 40여년 전부터 일부 선진국에서 개발해왔습니다. 국내에서도 1997년 한국형 소형원자로 개발을 시작해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소형원전에 대한 수요는 거의 없었습니다. 같은 전기를 생산할 때 대형원전이 소형원전보다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대형원전에 대한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 등의 문제가 커지자, SMR이 본격적으로 주목됐습니다. 특히 세계원자력협회(WNA)를 비롯한 국제 원자력계는 SMR이 기존 대형원전보다 크기가 작아 안전하고, 탄소 배출이 적은 데다, 건설 기간이 짧다는 점 등을 장점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안보 위기 해결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SMR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SMR에 대해 세계경제포럼(WEF)은 관련 시장 성장률이 2040년까지 연평균 22%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고, 영국 국가원자력연구원(NNL)도 SMR의 시장 규모가 2035년 2500억에서 4000억 파운드(한화 약 380조에서 60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삼성물산·GS에너지 등도 SMR에 투자 중입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대에 차세대 SMR 노형을 개발해 세계 SMR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내놨습니다.

 

◆ 규모의 경제성 확보가 관건

장밋빛 그림과 달리, SMR이 상용화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특히 SMR은 대형원전과 달리 '규모의 경제성'이란 약점이 있는데요. 규모의 경제성은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이 줄어드는 경우를 뜻합니다. 이에 따라 그간 원전을 최대한 크게 지어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원자력업계는 SMR 부품을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해 경제성을 확보한다는 것입니다. 크기가 작고 상대적으로 단순한 SMR 원자로 부품을 공장 조립 라인에서 대량으로 제작하면, 그 과정에서 '학습효과'가 발생해 비용 절감 및 건설 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SMR이 상용화되지 않아, 얼만큼 대량생산해야 경제성이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이에 대해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한번에 3000개 제작"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한꺼번에 수백수천개의 SMR을 국내에서 생산한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수요가 받쳐줄지 의문입니다.

일반적으로 SMR의 전기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한 기만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묶어서 하나의 메인 컨트롤룸에서 동시에 가동하는 방식이 선호됩니다. 미국의 유명 SMR 제조사인 뉴스케일파워는 최대 12기의 SMR을 묶어서 운용하는 방식을 추진 중입니다. 기존 대형원전 1기의 발전용량을 감안할 때 SMR이 이를 대체하려면 최소 3기에서 6기 정도를 지어서 동시에 운용해야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총 21호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점을 생각해 보면 적어도 36기에서 126기의 SMR을 지어야 하는 셈입니다.

문제는 국내에서 적절한 부지를 찾을 수 있느냐입니다. 한국은 땅이 좁고 인구밀집도가 높습니다. 현재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경상남북도 해안 지역은 그나마 원전 수용성이 높은 편이지만 다른 지역, 예를 들면 충청남도, 경기도 등에 SMR 원전을 대여섯개에서 수십개 짓겠다고 하면 당장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입니다. SMR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저항이 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최근 미국 원자력기업인 뉴스케일파워의 SMR을 국내에 짓겠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오는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호기당 77MW급 원자로 모듈을 6대 설치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경북 울진군과 GS에너지는 업무협약을 맺어 울진 국가산단 내 건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울진에는 한울 1~6호기와 신한울 1~4호기가 이미 있습니다. 

문제는 뉴스케일파워의 77MW급은 아직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표준설계 인증(DC)을 받지 않았는데요. 국내에 건설하려면, 먼저 NRC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앞서 인증받았다고 알려진 뉴스케일파워의 SMR은 50MW급으로, 미해결된 부분을 추후에 해결한다는 전제로 한 '조건부' 인증을 받았는데요. 인증 심사를 신청한 지 4년 만에 받은 것입니다. 77MW급은 55MW와는 또 다른 차원의 SMR로 언제 인증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 놓였습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케일파워가 50MW급이 아닌 77MW급을 지으려는 이유 역시 경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뉴스케일은 경제성의 문제 등으로 미국 유타주의 발전사업자(UAMPS)와 진행하는 첫 SMR 프로젝트 사업도 우여곡절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미국에너지부(DOE)에서 개발 및 건설비 일부를 지원하고, 지자체들과 전력 구매 계약을 맺어 용량에 비례한 SMR 건설비용을 분담하는 식인데요. 뉴스케일 파워는 지난 2015년부터 생산될 전력의 구매약정 지자체를 36개까지 모집했으나, 원전건설 일정 지연, 건설비 견적 증가, 잦은 설계변경 등의 이유로 2020년 10곳 가량의 지자체들이 탈퇴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 안전성과 환경성에서도 미지수

안전성 측면에서도 검증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원자력 업계는 '피동형 안전계통'으로 여러 방법을 쓸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다고 합니다. 피동형 안전계통은 인간의 개입 없이 외부 자연적인 현상, 내부 저장 에너지 등을 통해 하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실제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한지에 대해서도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진원자로연구소 소장은 "원자력 기기는 원자력급에 맞는 품질 보증(설계 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설계 인증을) 통과하지 않으면 애초에 설치를 못 한다"며 안정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특히 SMR의 경우, 각 지역에 산발적으로 지어지면, 그에 비례해 테러 또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를 국가중요시설 '가'급으로 지정해 최고 수준의 경비를 하고 있는데요. 즉, SMR으로 인해 정규전, 비정규전, 대테러 상황 등을 상정해 엄격한 보안이 필요한 시설이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환경성 또한 문제입니다. SMR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는 이유로 친환경적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5월 30일 미국 스탠퍼드대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은 SMR이 기존 대형 원전보다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방사성 폐기물이 더 많이 나온다는 연구결과를 내놨습니다. 

'SMR 회의론'에 대해 이태호 소장은 "제일 중요한 건 먼저 SMR이 지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장은 "대중들과 반대론자는 SMR이 정말 안전한지, 저렴한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데, 그런 우려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SMR을 지어서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SMR 시장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SMR 확대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하는 'RE100' 인증에 많은 기업들이 가입하려는 세계적 흐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전기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기준 7.5%에 불과합니다. RE100이 일종의 통상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만 국내 기업은 RE100을 하고 싶어도 국내 환경상 달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재생에너지로 생상된 전력만을 이용할 수 없다면 사용한 전력만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구입해야 하는데 기업 제품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 유럽연합에서는 오는 2026년 탄소국경조정제도(탄소국경세·CBAM)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변수입니다.  2026년부터 유럽연합 역외 기업들은 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시멘트·수소제품 등 6개 품목을 유럽연합으로 수출할 때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추정해 일종의 관세를 내야합니다. 유럽연합 기업들이 탄소감축에 적극적인 반면, 한국 중국 등 다른 나라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유럽연합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제도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생산과정 자체를 저탄소배출 방식으로 바꿔야 하고 정부는 전기발전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서 기업을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에너지 전문가들도 현재 SMR 이슈에 대해 일종의 홍보성 캠페인에 불과하다면서 시급한 건 재생에너지 발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해외에서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는 비중이 7%대 밖에 안 된다"며 "당장 RE100을 달성하라고 압력받는 (국내) 기업들도 생기고, 일부 기업들은 지금 납품 계약을 지금 취소된 상태"라며 우려했습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도 SMR 사업에 대해 "국력 낭비"라며 "원전 관련 제조업체들이 재생에너지로 구조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오는 2026년 탄소국경세 도입과 관련해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이 적어 수출할 때 불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정윤 대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수출 경쟁력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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