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중대재해 예방 팩트체크] ⓛ 산재사망, 이것만 알면 줄일 수 있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5.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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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사고사례와 예방법 아빠에게 알려주세요~

출근했다가 집에 돌아가지 못한 수많은 산재 피해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 가족에게는 위로를 드립니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국제팩트체크연맹(IFCN) 회원사인 뉴스톱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함께 <2023 중대재해 예방 팩트체크 시리즈> 연속 보도를 진행합니다. 출근한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위험에 둔감했던 문화와 관행,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1회에는 우리나라 중대재해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봅니다.

출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고용노동부, 2022.11.30
출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고용노동부, 2022.11.30

1. 현황과 전망

2022년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수는 874명으로 전년에 비해 5.6% 증가했습니다. 10만7214명이 산업재해를 당해 전년보다 4.8% 늘었습니다. 하루 2.39명이 일터로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는 뜻입니다. 하루 293명이 일터에 나갔다가 이런저런 사고를 당하고 있는 것이죠.

정부는 2000년 제1차 산업재해예방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중장기적인 산재예방 전략을 수립해 시행해왔습니다.

2003년 산재 사고 사망자는 1311명이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위험성평가제도가 도입된 2013년에는 1090명으로 줄었습니다. 이후에도 꾸준히 감소세가 이어져 2021년에는 828명까지 줄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우리사회의 기대만큼 중대 재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근로자 1만명 가운데 산재 사망사고 인원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사고 사망 만인율은 2003년 1.24에서 2014년 0.58로 낮아졌습니다. 2021년에는 0.43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은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영국(2018년 기준)의 사고사망만인율은 0.08입니다. 독일(2020년)은 0.07, 일본(2021년)은 0.15, 미국(2019년)은 0.35입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사고 사망 만인율이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1.80), 코스타리카(0.97), 멕시코(0.75), 터키(0.60)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2026년까지 사고 사망 만인율을 0.29로 낮춰 OECD 평균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출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고용노동부, 2022.11.30
출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고용노동부, 2022.11.30

2. 중대재해의 원인

왜 멀쩡히 일을 하러갔다 싸늘한 주검이 되어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될까요? 왜 사람이 일을 하다가 죽어나가는 위험한 작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것일까요? 고용노동부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재해조사 의견서에 기재된 직·간접적 재해 발생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방호조치 불량이 30.9%로 가장 많았고, 작업절차 미준수(16.5%), 위험성 평가 미실시(16.1%), 근로자 보호구 미착용(15.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재해 원인을 뒤늦게 따져서 무엇하냐는 물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저와 여러분에게 닥쳐올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삶은 지속돼야 하니까요.

일부 현장에선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노사가 대립합니다. 사측은 개별 노동자의 안전 의식이 해이해 일어나는 사고라고 탓합니다. 노측은 기업이 안전 의무에 소홀했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출처:항공정보포털서비스
출처:항공정보포털서비스

재난은 한 가지 원인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사고가 발생하고 이게 재난이 됩니다. 많이들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하인리히의 법칙, 스위스 치즈모델, 체인모델 등등 재난이 단 하나의 이유로 발생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산업안전과 관련된 법·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기업은 산업안전보건시스템을 구축해 작업장의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개별 노동자는 작업안전 조건을 준수하고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으로 안전 장구 착용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출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고용노동부, 2022.11.30
출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고용노동부, 2022.11.30

3. 어디에서 많이 일어나나?

중대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유형을 파악하면 내가 일하는 작업장 또는 내가 하는 일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2021년 전체 산재 사망사고 중 50인 미만 사업장의 비중은 80.9%를 차지했습니다.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망 만인율이 2010년 0.53에서 2021년 0.20으로 줄어드는 동안 50인 미만 사업장은 1.0에서 0.58로 줄어드는데 그쳤습니다.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 감축 속도가 50인 이상에 비해 느리다”고 강조합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건설(50.4%), 제조(22.2%)에서 중대재해의 72.6%가 발생했습니다. 두 부문을 합친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26.7%에 그칩니다. 특히 건설업은 근로자 비중(2005년 8.9% → 2021년 8.3%)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의 비중(2005년 41.3% → 2021년 50.4%)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1년 산재 사고 사망자 가운데 42.5%는 60세 이상이었고, 외국인은 12.3%를 차지했습니다. 근속기간 별로는 6개월 미만이 61.35%로 가장 많았습니다. 사고 유형별로는 추락(42.4%), 끼임(11.5%), 부딪힘(8.7%) 사고가 전체의 62.6%를 차지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기본 안전수칙 준수로 예방이 가능한 유형이지만 20년 동안 50~60% 내외로 매년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4.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선 먼저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스스로 파악해 개선 대책을 세우고 이행하는 ‘위험성평가’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작업자 스스로도 나의 일과 중에 숨어있는 위험이 없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뉴스톱은 <2023 중대재해 예방 팩트체크 시리즈>를 통해 중대재해의 실태를 짚어보고,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해법을 함께 모색해보겠습니다. 기사 내용은 주요 외국어 버전을 포함한 카드뉴스로도 만들어집니다. 작업장에 나가는 여러분과 소중한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SNS 등을 이용해 전달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뉴스톱이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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