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외국인 노동자 회사 바꿔도 같은 지역에서만"...해외 사례는?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7.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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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시 지역제한 방침
노동부 "독일 등 해외도 근무지 제한제도 있어"
이주노동자 단체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 반발
대만 일본 등 외국은 사업장 이동 자체가 어려워

지난 5일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그중 핵심 내용은 사업장 변경 시 지역 제한을 두는 것이었다. 그동안은 같은 업종끼리는 전국적으로 옮길 수 있었는데, 개편 이후에는 특정 권역 내로 좁히기로 했다. 예를 들어 충청권 업체 소속으로 들어온 비전문 외국인력은 이후 수도권 사업장으로 옮길 수 없게 된다. 인력이 더 부족한 지역 사업장 소속 외국인력의 유출을 막기 위함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독일 등도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지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는 이번 개편안이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을 옮기는 범위를 특정 지역으로 좁힌 사례가 다른 국가에도 있는지 살펴봤다.

 

◈사업장 변경 시 "지역 제한 드물어"...일본·대만 "사업장 이동 자체 어려워"

이번 개편안에 담긴 지역 제한은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에 적용된다. 고용허가제는 제조업과 농산업 등에서 단순한 작업(비숙련업무)을 하는 노동자를 들여오는 제도다. 외국인 노동자는 국내 사업주와의 근로계약을 전제로 입국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입국 시 근로계약을 맺은 사업장에서 일하게 되어 있다.

다만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기간 중 근로계약을 해지하려고 하거나, 해고·휴업·폐업·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등 외국인근로자 책임이 아닌 사유로 근로가 어려운 경우에는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외국인 노동자는 처음 제공받는 3년의 취업기간 가운데 3번 사업장을 바꿀 수 있고, 이후 재고용 1년 10개월 기간 중 2회 변경이 가능하다. 외국인 근로자 책임이 아닌 사유로 옮길 땐 횟수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번 개편안은 지역 제한을 추가했다.

7월 5일 고용노동부가 고용허가제(E-9) 외국인력의 사업장 변경제도 개편안을 발표함. 사업장을 바꿀 때 특정 지역 안에서 바꿀 수 있도록 바꿨다.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갈무리
7월 5일 고용노동부가 고용허가제(E-9) 외국인력의 사업장 변경제도 개편안을 발표함. 사업장을 바꿀 때 특정 지역 안에서 바꿀 수 있도록 바꿨다.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갈무리

해외는 어떨까?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박사는 비전문인력 외국인의 사업장 변경 시 지역제한 사례가 "아마 다른 국가에서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박사는 "다른 나라에서는 보통 사업장 변경을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2021년 10월 이 박사가 고용노동부 수탁연구과제로 작성한 보고서 <사업장 변경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대만과 일본 사례가 나온다. 이들 국가는 한국과 비슷하게 동남아시아 인력을 많이 받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두 국가 모두 예외적으로 사업장 변경이 이뤄진다. 다만 이번 국내 개편안처럼 지역 제한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대만은 고용주의 사망, 폐업, 임금체불 등 외국인 근로자의 귀책사유가 아니면 사업장 변경 신청이 가능하다. 외국인 노동자는 총 11개 직종에서 고용 허가를 받는다. 이중 교사, 운동선수 등이 포함된 제1호~제7호 종사자는 서로 직종을 변경해 이직할 수 있다. 반면 이들 종사자는 어업, 가정부, 간병인, 특수 직종 근로자가 포함된 제8호~제11호 직종으로 변경할 수 없다.

일본은 기능실습생이란 이름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받았다. 이 제도는 기본적으로 실습생의 사업장 이동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습자가 기능실습을 실행하기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이동을 허용한다. 실습을 감독하는 감리단체가 사업장 이동을 할 수 있게끔 일부 규정을 뒀다. 실습생이 아프거나, 실습 의욕을 잃거나, 본국 가족 사정 등이 있는 경우나 사업주 쪽의 경영상 이유가 있는 경우에 이동이 가능하다. 다만 사업장 이동은 실습이 허용된 같은 산업과 직종, 작업에 한정돼 있다.

일본과 대만의 사업장 변경이 까다로운 이유는 한국과 인력 중개체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과 대만은 취업 알선과 체류, 취업 지원을 민간에서 제공하는 반면, 한국은 공공에서 중개를 맡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박사에 따르면, 대만의 경우 1천 개 가까운 알선업체들이 법으로 정해진 수수료를 받으면서 도입과 관리를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한다.

따라서 사업주와 외국인 노동자 개개인이 알선 업체로부터 사전에 충분히 정보를 제공받고, 맞는 사업장을 고르기 때문에 사업장 미스 매치율이 적다고 한다. 즉 이들 국가의 사업장 변경 요건은 까다롭지만, 수요에 맞는 사업장에 노동자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사업장과 외국인 노동자 개인에 대한 상호 정보제공이 충분히 되지 않아 매칭이 잘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고용주에게도 외국인 근로자의 국적 등 일부 정보만 제공하고,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사업장 관련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민정책연구원 최서리 연구위원은 "인력 매칭에 있어서 민간보다는 공공이 나설 때 효율적이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는 우리와 같은 고용허가제와 다른 체제로 운영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박사는 "유럽의 경우 EU(유럽연합) 회원국끼리만 비전문인력을 받고 있다"며 한국처럼 동남아시아 국가를 입국시키는 사례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유럽의 경우 아시아 국가의 비전문인력 공급이 "일부는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문호가 막혀있다"며 한국의 제도와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횟수 놔두고 지역 제한…노동계 반발

2021년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당시 연구진은 비전문인력 입국자를 초기 1년 동안 사업장 이동 제한을 하자고 제안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력이 입국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사업장 변경을 하는 것을 제한해 인력 공백을 축소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연구진은 "1년이라는 기간의 제한을 두고 지역 제한을 두지는 말자"고 제안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반면 이번 개편안은 기한의 제한이 없는 대신, 지역 제한을 두기로 한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 단체 쪽에서는 이번 개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의 사업장 변경을 까다롭게 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이기중 외국인력지원실장은 뉴스톱 통화에서 "지방중소기업에 들어온 외국인 인력이 대체로 수도권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 목적에 맞게 지방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차원에서 일정 권역 내로 제한하는 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도 개편 관련 연합뉴스 TV 리포트 갈무리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도 개편 관련 연합뉴스 TV 리포트 갈무리

반면, 노동계와 이주노동자 인권 단체 측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노동계가 격렬히 반대했지만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일방적이고 졸솔적인 숙소비 및 사업장 변경 관련 사항을 의결 발표했다”며 “사업장 변경안은 일정 기간 후 전면 자유화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최종 TF 회의서 갑자기 ‘지역 제한’을 제시해 노동계가 항의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노동계가 요구한 열악한 숙소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사업장 변경은 지역소멸 대응이라는 미명하에 ‘권역별 단위’ 내에서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겠다는 기본권 침해 내용을 버젓이 내놨다”며 “기존 사업주의 동의 없이 원칙적으로 사업장 변경이 허용되지 않는 사업장 변경 제한도 강제노동으로 비판받아 왔는데 이제는 지역 제한까지 더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하면, 비전문인력을 데려오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시 지역 제한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일단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의 사업장 변경 자체가 원칙적으로 금기시된 경우가 많아서다. 대만, 일본, 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사업장 폐업, 부재, 채불 등 고용주 과실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옮길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제한은 일부 국가에 도입됐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경우 이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은 이동 시 업종과 지역을 제한했다. 기피하는 업종과 지역이 생길 것을 고려했고, 대신 변경 횟수를 더 줄인 건 아니다. 무분별한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려는 사업주와 기본권 보장을 원하는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 간극이 좁혀지려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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