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아이가 등교길에 넘어져 다치면 교사 책임?”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7.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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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올라온 교사 책임 묻는 상황...교육법 전문가 의견
"등굣길, 체육 시간 다치면 학교안전공제로 보상금 지급 가능"
"다른 아이 때린 아이 손목 잡고 타이르는 건 정당행위 가까워"
"하교 후 타 학교 학생과 싸우면 사안 조사 의무는 있어"
"방학 때 아이 다치고 집 안 들어오는 것에 교사 책임 있다 보기 어려워"

최근 초등학교 교사 관련 폭행, 사망 사건이 나오자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교사 권리침해 사례가 언급되고 있다. 교육기관 소속 이용자는 게시물을 통해 “등하굣길에 아이가 넘어져도 교사 탓”으로 돌리거나 “다른 애를 때린 학생 팔목을 잡고 말로 타이르는 것을 신체, 정서 학대”로 몰거나 “하교 뒤, 방학 중에도 아이가 싸우거나 사라졌을 때도 교사 탓"으로 돌리는 일이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도 교사의 책임이 인정되는 걸까? 교육계 법률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7월 19일 직장인을 위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 내용 갈무리.
7월 19일 직장인을 위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 내용 갈무리.

 

◈등굣길에 넘어져 다치고, 체육 시간에 다치면 교사 책임? → 대체로 사실 아님

등굣길에 학생이 넘어져 다친 것에 관해 교사의 법적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교사의 책임은 ‘교육활동 시간에 발생한 사고’에 있다. 반면 등교하는 시간은 교육활동 시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40년 동안 교사와 교장을 거쳐 교사 권리 보호를 연구하는 한국학교법률연구소 소속 임종수 박사는 "(등굣길에 아이가 다친 것에 대해) 교사가 직접적인 피해 보상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폭력과 교권 보호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공간 이나연 변호사는 “등하교는 선생님의 책임까지 가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996년 대법원(96다19833)은 대중교통으로 등하교하는 유치원생이 학교 앞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숨진 사건에 대해 유치원 측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유치원 측에서 학교 앞 도로 사정을 밝히고, 등하교는 학부모 책임임을 여러차례 알려왔기 때문에 유치원 측의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등굣길에 아이가 다친 것에 대해 보상받을 수는 있다. 학교안전공제는 학교안전법에 따라 교육활동 중 신체 사고를 당한 학생에게 보상해 주는 제도다. 해당 제도의 보상범위 중에는 “통상적인 경로 및 방법에 의한 등하교시간”도 포함된다.

정해진 등굣길 안에서 부상을 당한 학생은 그에 대해서 교사가 아닌 학교안전공제 제도를 통해 보상을 요청할 수 있다. 반면 일상적인 등굣길이 아닌 통로에서 다치면 보상받기 어렵다. 예컨대 학교 뒷담이나 철조망을 넘어오거나, 중간에 백화점을 들러서 오다가 다쳤다면 보상받기 어려운 셈이다.

교육활동 참여자가 학교에서 안전사고를 당해 다쳤을 때 피해보상을 해주는 제도인 학교안전공제 관련 카드뉴스. 출처=교육부, 법제처 보도자료
교육활동 참여자가 학교에서 안전사고를 당해 다쳤을 때 피해보상을 해주는 제도인 학교안전공제 관련 카드뉴스. 출처=교육부, 법제처 보도자료

교육활동 시간인 체육 시간에 다쳤다면 교사의 책임일까? 상황에 따라 다르다. 교육활동 중에 일어난 사고 중에도 ‘우연한’ 사고에 대해서는 교사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예컨대 학생들끼리 예정에 없던 장난을 치다가 다쳤으면 책임이 인정되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책임을 물으려면 실제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 체육 활동 전에 교사가 준비운동을 충분히 시켰는지, 위험한 수업 기자재를 확인하지 않고 썼는지 등 일반적으로 안전한 교육환경을 하는 식의 노력을 다했는지를 세세히 들여다봐야만 책임 여부를 가릴 수 있다.

 

◈다른 아이 때린 아이 손목 잡고, 타이르면 신체·정서학대? → 대체로 사실 아님

학교에서 다른 학생을 때린 아이를 제지할 때 손목을 잡는 걸 신체 학대로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당방위’다. 교사는 때린 학생뿐만 아니라 맞은 학생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맞는 학생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때린 학생의 손목을 잡는 것은 정당방위에 가깝다. 다만 이때 학생을 도리어 심하게 구타하는 등 방위행위의 상당성 정도를 넘어선 안 된다. 또한 현재 때리는 학생의 행동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급박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때린 아이를 말로 타이르는 것은 일반적인 교사의 훈육과정에 가깝다. 초중등교육법 제18조는 교사가 학생을 징계하고 지도하는 것을 보장한다. 이때 훈육하는 방식이 사회윤리와 통념상 과도하지만 않으면 된다. 2004년 대법원(2001도5380)은 교사가 다른 학생이 없는 곳에서 개별적으로 훈육할 수 있음에도 공개적으로 학생을 체벌하고, 모욕했던 경우에만 정당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 아이 손목을 잡고 타이른 행위가 문제 되려면 구체적인 피해 정도를 살펴봐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유세진 변호사는 “교사 책임 여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훈육 시 손을 잡고 타이른 상황이라면 예를 들어 아이 팔에 상처가 있는 부위를 잡았는지, 팔에 멍이 들 정도로 세게 잡았는지, 말리는 과정에서 고성을 지르고 비속어까지 썼는지 등을 확인해 봐야 알 수 있기에 딱 잘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2000년대 들어 아동복지법이 강화하면서 학생 인권이 강조됐지만, 교사들의 교권 보호는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2일 올해 교권 침해 사건 관련 소송과 행정 절차 87건을 살펴보니 44건이 교원의 지도와 학교폭력 대응을 문제 삼은 아동학대 고발·고소 소송 건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교육계는 이런 상황에서 교사를 보호할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최근 사망한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유가족이 사실 확인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학교 측은 A교사의 극단적 선택 원인과 관련해 "비통한 심정으로 깊은 애도를 표하며 현재 SNS에서 거론 확산되는 유력 정치인 가족은 이 학급에 없음을 확인했다"며 "모든 교직원은 고인의 사인이 정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학교가 지원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뉴스1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최근 사망한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유가족이 사실 확인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학교 측은 A교사의 극단적 선택 원인과 관련해 "비통한 심정으로 깊은 애도를 표하며 현재 SNS에서 거론 확산되는 유력 정치인 가족은 이 학급에 없음을 확인했다"며 "모든 교직원은 고인의 사인이 정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학교가 지원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뉴스1

이에 국회에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책임을 묻지 않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은 지난 5월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돼 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관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을 때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신체적 아동 학대, 방임 행위로 보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역시 지난달 법령과 학칙에 따른 교사의 학생 생활 지도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교 후 다른 학교 학생과 싸운 것도 담당 교사 책임? → 사안 조사 의무 있어

하교 후에도 담당 학생이 타 학교 학생과 싸우면 학교폭력 사안으로 인지될 수 있다. 이때 교사는 학교폭력예방법 제14조에 따라 가해 및 피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로부터 감지하거나, 학생 또는 학부모의 직접 신고·목격자 신고·제3자 신고·기관통보·언론 보도 등으로 학교폭력 사항을 인지했을 때 즉각 개입해야 한다. 

법무법인 공간 이나연 변호사는 “학교폭력 사안으로 인지가 됐다거나 싸움을 벌인 학생 소속 학교 측에서 신고한 경우에는 담임 교사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통상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유세진 변호사도 “현행 학교폭력법상 타 학교 학생이든, 집에서 일어난 일이든, 피해자가 학생인 경우는 담당 교사가 확인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2023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담긴 교사의 학교폭력 관련 사실 여부 확인 의무 내용 갈무리.
교육부의 2023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담긴 교사의 학교폭력 관련 사실 여부 확인 의무 내용 갈무리.

 

◈방학 때 아이 다치고, 집에 안 들어오는 것도 교사가 책임져야 한다? → 사실 아님

방학 때 아이가 다친 것에 대해 교사가 안전교육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긴 어렵다. 교사가 안전교육을 해야 했던 지시사항을 줬다가 아이가 다쳤어야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방학 숙제로 화학 실험을 하라고 했는데, 실험 시의 주의사항을 잘 설명하지 않아서 아이가 다치는 등의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만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방학 때 아이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경찰에 문의하는 게 적절하다. 한국학교법률연구소 임종수 박사는 "방학 중에 학생이 늦게 들어오거나 안 들어오면 경찰에 신고해야는 것"이라며 "보호감독 의무가 발생하는 건 학교 내에서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시간 같은 교육활동 시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유세진 변호사도 "규정상 꼭 교사가 찾아 나서야 하는 건 아닐 것"이라며 "다만 방학 때 아이가 안 들어왔다는 수사기관 등의 신고가 들어온다면 협조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의 실종 상황에 당황한 보호자가 교사에게 문의하는 경우는 있다고 한다. 아이랑 친한 친구의 번호를 묻거나 경찰에 문의하는 방법을 묻고자 교사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교사는 친구 번호를 함부로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중간에서 다른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소재 파악에 나서게 되는 상황이 있을 수는 있다. 다만 이런 조치 역시 의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무분별한 민원 제기로 교사 부담...상황별 책임 범위 알아둬야 대응 가능

앞서 언급된 사례에서 실제로 교사가 법적인 책임이 있다고 인정될 가능성은 드물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사유만으로도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생기는데, 그 자체만으로 교사들은 압박감을 받는다고 한다. 법무법인 공간 이나연 변호사는 “일부 학부모의 경우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훈육 차원에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만으로도 신고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신고하면 혐의 여부를 떠나서 조사받고 시간이 소모되며 심리적인 고통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상황별로 교사의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국학교법률연구소 임종수 박사는 “학교 선생님들이 본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관련 판례를 참조하는 게 좋다”며 “교사의 책임 범위라는 게 모든 것을 (법률이나 규정으로) 정례화할 수 없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서는 재판부가 판단한 전례를 참고하면 상황별로 교사의 책임 범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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