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중대재해 예방 팩트체크] ⑤'신참' 노동자들에 산재사망 집중?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7.2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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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 47.5% 근속기간 1년 이내...47.1%는 50대 이상 근속 6개월 미만
결론은 건설업의 60세 이상 노동자가 주로 사망...고령 근로자 안전교육 절실

뉴스톱이 고용노동부의 2021~2021년 산재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 가량이 근속기간 1년 미만인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청운의 꿈을 품고 산업현장에 뛰어든 새내기 청년 노동자들이 산재 사망사고의 주요 희생자가 되고 있는 걸까요? 중대재해 팩트체크 이번 회에서 확인해 볼 주제는 ‘중대재해는 젊은이들에 집중된다’는 명제입니다.

출처: 통계청
출처: 통계청

◈산재사망사고 47.5% 근속기간 1년 이내

뉴스톱이 19일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01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는 모두 4만6861건에 이릅니다. 먼저 산업현장에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희생자를 근속기반별로 구분해 봤습니다. 21년 동안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분들 가운데 근속기간 6개월 미만인 사람은 1만8480명이었습니다. 6개월~1년 미만은 3535명으로 집계됩니다. 이를 합하면 2만259명으로 같은 기간 동안 산재로 숨진 희생자 전체의 47.5%를 차지합니다.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 가량이 근속기간 1년 미만인 노동자에 집중되고 있는 겁니다. 근속기간 10년 이상인 산재 사망사고 사례는 1만466건으로 전체의 2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근속기간이 짧은 신규 입직자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이 통계를 ‘산업현장에 막 뛰어든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희생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뉴스톱은 통계 속으로 한 층 더 들어가 봤습니다.

출처: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MDIS)
출처: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MDIS)

◈산재사망사고 47.1%는 50대 이상 근속 6개월 미만

뉴스톱은 통계청이 제공하는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MDIS)를 이용해 시스템이 제공하는 최신자료인 2020년 산재현황을 분석했습니다. 2020년 업무상사고 사망자는 모두 882명이었는데, 근속기간 6개월 미만인 희생자는 553명(62.7%)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에도 신입 근로자들의 희생이 많았던 것이죠.

이들은 연령별로 분석해봤습니다. 전체 산재 사망자의 26.9%인 237명이 60세 이상이면서 근속기간 6개월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근속기간 6개월 미만의 55~59세 92명(10.4%), 50~54세 87명(9.9%)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하면 50세 이상이면서 근속기간이 6개월 미만인 노동자가 전체 산재 사망사고의 47.1%를 차지한 겁니다. 산재사고의 절반 가량이 ‘나이 든 신입 근로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뜻이죠.

출처: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MDIS)
출처: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MDIS)

◈업종별로 살펴보니

업종별로 다시 한 번 분석해봤습니다. 2020년 업무상사고 사망자 중 근속기간 6개월 미만인 사례 553명 가운데 383명(69.3%)가 건설업에서 나왔습니다. 이 중 60세 이상은 171명이었습니다. 55~59세(74명), 50~55세(62명)와 견줘봐도 60세 이상 고령이면서 근속기간 6개월 미만인 노동자의 사망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업종별, 연령대별, 근속기간별로 아무리 요모조모 따져봐도 60세 이상, 근속기간 6개월 미만 노동자 그룹보다 업무상 사망사고 사례가 많은 그룹은 없습니다. 이 통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60세 이상이면서 근속기간 6개월 미만의 건설업 종사자가 가장 많이 희생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유는 뭘까?

현황이 이렇다면 고령의 건설업 신규 취업자를 상대로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면 되지 않겠냐는 해법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건설 일자리에 새로 발을 들이거나 맡은 공종이 바뀔 때마다 그에 맞춰 안전교육을 충실히 실시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건설업은 업무 특성상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사 현장의 공종에 따라 일이 진행되는 기간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용직 노동자들은 건설업에 종사하는 기간이 길어도 근속기간을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산재현황 통계에서 수집하는 항목은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학력, 직종, 채용 연월일 부상 또는 발병일시, 재해원인 및 발생상황(6하원칙의거), 재해발생 형태 등입니다. 근속기간은 채용 연월일을 통해 산정하기 때문에 일용직의 경우엔 건설업에 오래 몸담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근속기간이 짧게 산정되는 착시현상이 있는 것이죠.

산재를 당해 돌아가시는 근속기간 6개월 미만의 60세 이상 건설 노동자들 가운데도 베테랑이 있다는 이야깁니다. 실제로 많은 사고 사례에서 건설업 종사 경력이 굉장히 긴 산재 피해자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고령 근로자 산재예방 어떻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 기능은 변화합니다. 근력, 시각, 청각이 이전만 못하게 되죠. 한창 때 습관대로 일을 하다보면 떨어진 신체 기능 탓에 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령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출처: 일본 후생노동성
출처: 일본 후생노동성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20년 3월 <고령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일본의 가이드라인은 사업자, 노동자, 국가와 관계 단체로 나눠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업자는 고령노동자의 신체기능 저하 등으로 인한 산업재해에 대한 리스크 평가를 실시해야 합니다. 적절한 밝기를 확보하고, 단차 해소, 보조기기 도입 등 신체기능 저하를 보완하는 설비·장치를 도입해야 하며, 근무형태 등의 연구, 여유로운 작업속도 등 고령 노동자의 특성을 고려한 작업관리가 필요합니다. 노동자에게는 자신의 신체기능이나 건강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건강과 체력유지관리에 힘쓰고, 평소부터 운동과 식습관 개선 등을 통해 체력 유지와 생활습관 개선에 힘쓸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올해까지 <고령 근로자 안전보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할 예정입니다. 직무 위험도 분석을 통해 고령자의 신체·정신적 특성을 반영할 계획입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는 작업 등에 대한 안전보건 기준, 작업 속도, 근로시간 휴게 기준 등을 포함할 계획입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새로운 위험요인에 선제 대응을 위한 예방체계 구축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시력저하, 명암 차이에 대한 대응력이 저하되어 있는 것을 전제로, 통로를 포함한 작업 장소의 조도를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조도가 극단적으로 변화되는 장소나 작업이 없도록 한다.

-계단에는 손잡이를 설치하고, 가능한 한 통로의 단차를 없앤다.

-바닥이나 통로의 미끄러지기 쉬운 장소 등에 미끄럼 방지 소재(바닥재나 계단용 시트)를 사용한다.

-미끄러지기 쉬운 장소에서 작업하는 근로자에게 미끄럼 방지신발을 착용하게 한다.

-미끄러지는 원인이 되는 물기나 기름기를 방치하지 말고, 세심하게 청소한다.

-추락방지용 기구, 보호구 등의 착용을 철저하게 한다.

-어쩔 수 없이, 단차나 미끄러지기 쉬운 장소 등의 위험 장소를 없앨 수 없는 경우에는, 안전표시를 하여 의해 주의를 환기시킨다.

출처: 안전보건공단
출처: 안전보건공단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2016년 안전보건공단이 펴낸 <장년근로자의 안전보건> 책자를 참고할 만합니다.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서 '장년근로자'로 검색하면 직종별로 장년 근로자들이 꼭 알아둬야할 안전 정보가 정리돼 있습니다. 

츨처: 안전보건공단
츨처: 안전보건공단

중대재해는 젊은 새내기 노동자에게 집중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근속기간 6개월 미만인 60세 이상 건설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당국의 대책과 함께 해당 연령 대에 속하는 건설 노동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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