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저출산대책 반응... “재탕, 맹탕, 효과 있을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3.03.3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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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봄 서비스, 유보통합,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 재탕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 통상임금 100% 지원 실효성 의문
주 최대 69시간 노동에 저출산 대책 동시 추진은 모순 지적도
고도화 거쳐 관계부처에서 2분기 후 순차적 대책 발표 예정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향>이 공개됐습니다. 최근 국가적으로 저출산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는 가운데 나온 윤 정부의 첫 공식 대책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발표 내용과 여론의 반응을 살펴봤습니다.

2월 21일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1차 운영위원회
2월 21일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1차 운영위원회

고령사회보다 저출산 정책에 좀 더 무게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3월 28일 올해 첫 회의를 열고 저출산 관련 4대 추진전략, 5대 핵심 분야로 구성한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방향 및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저출산 정책 추진 계획’과 ‘고령사회 정책 추진 방향’이 공개되었는데 저출산 대책 부분에 더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만0세 아동에게는 월 100만원으로, 만1세 아동에게는 월 50만원으로 부모급여 확대 ▲환급형 세액공제 형태로 운영 중인 자녀장려금(CTC) 확대 ▲부모 공동육아 인센티브 확대·개편 방안 올해 3·4분기 중 마련 ▲신생아 아빠의 돌봄을 위해 배우자 출산휴가 관련 중소기업 급여 지원을 10일로 늘리고, 분할 사용횟수 3회로 확대 ▲아이돌봄 서비스 지난해보다 최대 3배 수준으로 확대 ▲아이돌보미 수당 단계적 인상으로 처우 개선 ▲영아종일제 돌봄 수당 추가 지원 ▲시간제보육서비스 2027년 6만명 수준으로 확대 등이 발표됐습니다.

'재탕', '맹탕'이라는 부정적 의견 많아

여론의 반응은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의견두드러집니다. 먼저 기존에 나왔던 정책들의 ‘재탕’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 ‘시간제보육 서비스 제공기관 확대’, ‘유보통합’,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직장 어린이집 확대’, ‘늘봄학교’는 이미 추진 중인 것들입니다. ‘아동기본법’ 제정 추진은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발표됐던 과제이고, 유보통합은 30년 묵은 과제입니다. ‘신혼부부 공공분양·자금지원 확대’, ‘신혼부부 대상 구입·전세자금 대출 소득요건 완화’, ‘자녀당 소득·자산요건 추가 완화’, ‘자녀 수에 비례한 공급면적 확대’ 등도 새로운 정책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한 ‘맹탕’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 대상과 기간, 통상임금 100% 지원 단축시간을 늘리는 대책은 실효성이 문제입니다. 수혜자가 공공부문 기관과 대기업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또, 지난 2월 아이돌봄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돌봄 인력 확보 방안도 담았는데, 수당 인상과 민간 아이돌봄 기관 활용 등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상태입니다. 국공립어린이집도 연 500개소 규모로 지속 확충하겠다는 방안이 담겼지만 2022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 4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2년 기준 근로자 1000명당 대기업이 13.7명인데 반해 중소기업은 절반 수준인 6.9명입니다. 육아휴직을 쓰게 하려면, 대체인력 확보를 위한 비용 지원이나 인센티브 제공 등이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없었습니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10만원, 남성에겐 5만원을 건강관리 지원금으로 주겠다는 건 큰 실효성이 없는 ‘일회성’ 대책, 2세 미만 아동 의료비 대폭 경감을 한다면서 올해 예산안에서 미숙아 지원 예산을 42.9% 삭감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어린이집 내 0세반 개설 유인을 위한 운영 추가 지원방안 검토도 있는데, 올해 예산안에 해당 예산은 없었습니다.

 

저출산의 사회적 배경은?

정부는 저출산의 원인에 대해서는 파악을 하고 있지만 대안을 만들어내는데는 부족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이를 낳고 스스로 다니고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 양육을 하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은 끝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적 배경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처음 주재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지난 15년간 종합계획을 하면서 2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저출산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평가하고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복지, 교육, 일자리, 주거, 세제 등 사회문제와 여성 경제활동 등 여러 사회·문화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정부지원과 문화적·가치적 요소들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5월 17일 발간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 저출산 대응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저출산의 ‘사회경제적’, ‘문화가치관’, ‘인구학적’ 요인으로 ▲고용형태 기업규모 직종에 따른 임금 및 고용 안정성 격차 ▲고용격차-취업경쟁-교육경쟁에 따른 교육비 격차 ▲결혼·출산 선택을 저해하는 주택가격 급등 ▲고용률·임금·일자리질에서의 성차별적 구조 및 가사노동·돌봄에서의 성별 격차 ▲보육서비스 질에 대한 신뢰 부족과 초등돌봄 공백으로 인한 장시간 돌봄의 어려움 ▲혼인·가족에 대한 관념 및 가족 구성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법률혼 중심 정상가족’ 규범 ▲청년층의 노동중심 생애 중시에도 불구하고 돌봄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라는 ‘일지향 보수주의’ ▲과거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한 15~49세 여성 인구 감소 및 남아선호로 인한 출생성비 불균형 ▲비혼·만혼 현상 ▲기혼여성 출생아수 감소 및 무자녀 비율 증가 등을 꼽았습니다. 저출산의 원인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부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도 ‘저출산 문제는 결혼과 출산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 및 가치관 변화, 경쟁적 사회 환경 등 인식과 사회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바라봤습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결혼과 출산, 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목표를 두어야 함에 공감했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사회구조와 인식 제고에 나서야 함을 강조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대안 또한 복합적으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처럼 기존 저출산 대책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원인을 파악했는지 의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최대 주 69시간 노동을 골자로 하는 연장근로 제도 입법을 추진하면서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분야별 핵심 추진 대책의 방향성 제시에 중점을 두었으며, 분야별 세부 계획 및 추가 과제는 구체화·고도화 작업을 거쳐 향후 위원회와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해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인 대책이 각 부처별로 수립되는 2분기 이후에 저출산 대책의 실효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거라는 것입니다.

 

정부입장 아닌 '국민의 입장'이 중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3월 17일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3월호에서 “그동안 적지 않은 재정을 투입해 많은 제도와 정책 사업을 추진했고 상당한 성과도 얻었다. 하지만 정책 공급자인 정부 입장이 아닌, 정책 수요자인 국민 입장에서 평가해 본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발표된 다음 날인 29일 소아청소년과 개원 의사 단체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이 28%나 줄어들어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며, 소아청소년과를 폐과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이가 아플 때 병원을 가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현재 소아청소년과 의료 시스템 붕괴의 가장 큰 문제는 소청과 의사가 부족한 건데 보건복지부는 시설 확충을 골자로 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저 기존에 해오던 정책들, 효과 없음이 증명된 정책들을 재탕 삼탕한 것들에 불과하다”며, “세계 최악의 저출산 고령화를 극복하는 과제는 여태 해오던 방식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음을 자각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 의원의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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