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핵오염수 육상 보관 방안, 해외사례는?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7.10 09: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일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후쿠시마 오염수 최종보고서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처리수가 인체와 환경에 위험하지 않다고 밝혔다. IAEA의 사실상 방류 승인 결정을 놓고 논쟁이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쪽은 육상 보관 방안이 있는데도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녹색당은 미국 등 일부 원전의 경우 오염수를 섞어 인체와 멀리 떨어진 장소의 보형물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실제로 원전 오염수를 육상에 두는 방안은 왜 선택지에서 논의되지 않았을까. 오염수를 고체 형태로 만들어 보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원전이 있을까? 뉴스톱은 이와 관련된 논의사항을 정리했다.

 

◈해양 방류 선택 이유...‘실행 가능한 기술’ ‘국제적으로 방류 빈번’

오염수 처리 방식이 왜 ‘해양 방류’로 결정됐을까. 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방류 외 다른 방법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일정량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물을 방류하는 것은 중국, 한국, 미국, 프랑스를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IAEA가 사전에 평가한 (총 다섯 가지) 방법 중 세 가지는 현재 실재하는 기술이 아니었고, 증기 배출과 해양 방류 등 현존하는 두 가지 방안 중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해양 방류’는 여러 처리 방안 가운데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 설명도 비슷하다. 지난 6월 30일 범부처 T/F 브리핑에서 허균영 기술검토위원장은 일본 정부에서 해양 방류를 선택한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허 위원장은 2020년 2월 IAEA 알프스(ALPS) 소위 보고서를 참조해 답변했다.

2020년 2월 IAEA 알프스 삼중수소수 소위원회 보고서 표지. 보고서 내용으로 오염수 보관, 해양 방류 등의 여러 대안이 논의됐다. 출처=IAEA
2020년 2월 IAEA 알프스 삼중수소수 소위원회 보고서 표지. 보고서 내용으로 오염수 보관, 해양 방류 등의 여러 대안이 논의됐다. 출처=IAEA

해당 보고서에서 논의된 방안은 크게 ▲장기 저장 ▲삼중수소 분리 ▲외부 방류였다. 허 위원장에 따르면, 오염수 처리의 중요한 조건은 파괴된 원자로를 폐쇄하는 것, 원자로에 있는 폐기물을 가급적 빨리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먼저 ‘장기 저장’ 방안은 원전 부지 내 저장, 부지 외 저장으로 또 나뉜다. 부지 내 저장 방안 중에서는 지상에 둘지, 지하에 둘지, 바닷속에 두는 방안으로 나뉘어 검토됐다고 한다.

하지만 장기 저장 방안은 작업자 안정과 부지 확보 문제 등의 제한사항이 있었다고 한다. 허균영 위원장은 저장 시 “작업자들에 대한 방사선 피폭 우려, 장기간 진행될 때 자연재해 때문에 물량이 터져 나오는 우려, 부지 활용도 이슈”가 있어 일본 입장에서는 이 방안의 편익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외부 저장 방안의 경우 추가로 부지를 잡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저장할 땅에 대한 인허가, 주민 동의를 구하다 보면 시간상으로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허 위원장은 “아무리 안전성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주민 동의 받고 하는 것들이 또 절차가 필요하고 하니까 시간적인 압박이 있을 거라는 건 합리적으로 예상이 간다”고 말했다.

둘째로, 오염수에 있는 삼중수소만 분리해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삼중수소만 분리하는 기술은 실제로 있긴 한데 여러 핵종이 섞인 오염수에서 특정 핵종만 분리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서로 잘 붙어있는 성질의 핵종을 떼어내는 기술은 구현하는 게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허 위원장은 “알프스(ALPS) 오염수는 기존의 삼중수소 분리하는 기술들에 비해서는 물의 총량이 많고, 그 안에 있는 삼중수소 농도는 낮아서 분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효율성을 생각하면 최선의 옵션은 아닌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셋째, 오염수 방출 방안이다. 먼저 ▲지층에 오염수를 주입하는 방법 ▲고체화해서 매립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려면 역시 부지를 찾아야 한다. 지하수가 덜 나오고, 지진에도 안전한 지형을 찾는 게 쉽지 않다. 허 위원장은 "지하에 오랫동안 두는 방안이 기술적으로 안전한가를 따져봤을 때 기술적 안전성이 부족했다"고 언급했다.

그다음으로 논의된 방안이 ▲기체 증발▲해양 방류다. 허 위원장은 “두 가지 대안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안전 규제도 잘 정립돼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선 영향 역시 해양이나 대기나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허 위원장은 일본은 기체 증발에 대한 자국 내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어 이 기술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둘 중 무엇을 선택하든 안전 기준으로는 비슷하지만, 일본이 기술적으로 자신 있는 게 해양 방류라 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도쿄전력 보고서에 따르면, 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도 2020년에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시찰하면서 “알프스 처리수 처분 방법의 두 가지 선택지(해양 방출, 수증기 방출)는 기술적으로 실행 가능하며, 국제관행에 따르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해양 방류를 택한 또 다른 이유로는 ‘비용’이 꼽힌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삼중수소수 대책위원회가 작성한 2016년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층 주입, 수소 방출, 지하 매장은 기술적 난관과 규정, 시간을 고려할 때 어려움이 많다”며 선택지에서 제외됐다. 대신 바다 배출 방식은 약 34억 엔(한화 373억 원)과 7년 4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비용과 시간 면에서 해양 방류의 효율적인 면이 부각된다. 결국 많이 쓰인 방식인 해양 방출이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나머지 장기 보관과 삼중수소 분리 방안은 주민 설득 어려움, 시간적 압박, 기술적 완결성 면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신 해양 방류는 비용과 시간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판단 아래 추진된 것이다.

하지만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던 스리마일 원전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일명 '스리마일 원전사고' 당시 미국 정부는 핵오염수 대부분을 가열해 수증기로 만들어 처리했다. 일본정부가 수증기 방류에 대한 기술에 자신이 없다면 우방국인 미국에서 배워서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규모 탱크 저장·고체화 방안...실제로 있나?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더 안전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 고토 마사시 위원은 지난 4월 21일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해양 방류 대신 다른 방안을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고토 박사는 ▲대규모 탱크를 이용한 오염수 보존 ▲모르타르(시멘트와 모래를 배합해 굳힌 것) 고체화 방안을 제시했다. 고토 박사는 이런 대규모 비축 시설을 활용해 육상에 보관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고토 마사시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 위원이 지난 4월 18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한 자료 내용 갈무리. 출처=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 보도자료
고토 마사시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 위원이 지난 4월 18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한 자료 내용 갈무리. 출처=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 보도자료

국제폐로연구개발기구(IRID)는 오염수를 원전에 보관하는 방안이 환경적이고 실행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출할 때 생기는 여러 문제와 ALPS의 정화 처리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철제 탱크로 오염수를 저장하고 보관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IRID는 저장 방안을 선택하려면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삼중수소가 붕괴할 때 방사선 분해와 헬륨 가스의 영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중수소를 오래 보관하면 탱크를 부식시켜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는 2008년 안내서에서 "저장용 탱크를 건설할 때는 탄소강이나 합금강 같은 삼중수소에 파손될 우려가 있는 재료가 쓰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모르타르 고체화는 오염수를 시멘트와 섞어 고체로 만들어 콘크리트 탱크 안에 보관하는 방법이다. 이것도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에서 제시한 방안이다. 녹색연합의 <오마이뉴스> 기고문에 따르면, 이 방식은 고체화된 모르타르에 삼중수소를 가둬놓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용량이 4배로 늘어나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녹색연합은 이 방식으로 미국 사바나 강 핵시설에서 저준위 폐기물을 관리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모르타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사바나 강 핵시설 웹페이지에는 폐기물 고형화(Waste Solidification) 방법을 소개한다. 사바나 핵 시설에서 폐기물 고형화는 ▲고준위(방사성이 많이 나오는) 폐기물과 ▲저준위 폐기물로 나눠서 진행된다.

미국 사바나 강 핵시설 '폐기물 고형화' 관련 소개 웹페이지 갈무리. 고준위-저준위로 나눠 폐기물 처리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Savannah River Site
미국 사바나 강 핵시설 '폐기물 고형화' 관련 소개 웹페이지 갈무리. 고준위-저준위로 나눠 폐기물 처리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Savannah River Site

해당 웹페이지에 따르면, 고준위 액체 핵폐기물은 고체 유리 형태로 변환해 장기 저장에 들어간다. 현재 이 시설에는 약 3600만 갤런(약 13만6080톤)의 고준위 액체 폐기물이 지하 탄소강 탱크 49개에 저장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처리시설은 1983년부터 지어졌다. 총 공사비는 12억7600만 달러, 초기 운영 비용 총 12억 달러가 소요됐다. 해당 시설은 여러 선택지 가운데 유리 형태가 장기 보관에 적합하다는 걸 입증하고자 여러 확인 작업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저준위 액체 방사성 폐기물은 또 다른 시설로 처리한다. 폐기물 속에 있는 세슘과 스트론튬 같은 핵종을 제거하기 위해 비료와 비슷한 소금 용액을 뿌려 처리한다. 이후 폐기물을 슬러지와 섞어 유리로 바꾸고 용기에 붓는다. 해당 시설 설명에 따르면, 소금 용액을 뿌린 뒤에는 폐기물 내의 방사능이 현격히 줄어들어 저활성 폐기물로 바뀐다고 한다. 이후 폐기물은 용광로의 슬래그 등과 혼합해 콘크리트로 만들어 인체 활동과 거리가 있는 곳에 쓰인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현재까지 약 310만 갤런(1만1718톤)의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했다고 한다.


정리하면, 오염수 육상 보관 방안은 논의가 되긴 했었지만,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비용, 시간, 실행 조건을 고려할 때 실행 방안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방류 반대 측에서는 계속해서 육상에 탱크로 보관하는 방안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사바나 강 핵시설 웹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으로 보면 실제로 일부 핵폐기물은 고체 형태로 굳혀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폐기물의 총량이 미국 핵 시설의 경우 14만7000여 톤인데, 후쿠시마 오염수는 130만여 톤 정도라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