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국? 선짓국? 사이시옷은 어떻게 쓰이나

  • 기자명 정재환
  • 기사승인 2018.02.27 23: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재환의 한글 팩트체크] 사이시옷의 비밀 (1)

술 마신 이튿날 숙취로 고생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머리가 무겁고 기운이 없으며 심한 갈증으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요즘에는 숙취를 풀어주는 여러 가지 음료(?)도 있지만, 예로부터 해장에 가장 좋은 것은 설탕물이었다.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세웠을 때부터 왕망에 의해 나라가 망할 때까지, 전한 시대의 역사를 다룬 《한서(漢書)》 〈예악지(禮樂志)〉에는 자장(柘漿)이라는 음료가 아침 숙취를 해소하는 데 좋다고 나온다. ‘자장’은 사탕수수 음료라는 뜻이니 지금의 설탕물이다. 참고로 요즘과 달리 이 무렵의 설탕이나 꿀은 왕후장상이 아니면 감히 넘보지 못할 귀한 식품이었다. (윤덕노,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

그런가 하면 속을 풀기 위해 먹는 콩나물해장국, 북엇국, 선지해장국 등 국 종류도 있다. 선지해장국은 ‘해장’을 생략하고 ‘선지국’이라고도 하는데, 이때 사이시옷이 들어가 ‘선짓국’이 되었다. 다시 보니 ‘북엇국’에도 사이시옷이 들어갔다. 이상하다! 왜 난데없이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걸까?

사이시옷이 들어간 ‘선짓국’을 먹을 것인가, 들어가지 않은 ‘선지국’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는 없겠지만, 글을 쓰다보면 사이시옷을 넣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단 이에 대한 답은 「한글맞춤법 제4장 형태에 관한 것 제4절 합성어 및 접두사가 붙은 말 제30항 1의 (1)」에서 찾을 수 있다.

제30항 사이시옷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받치어 적는다.

1.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위 낱말들은 모두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이고,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며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난다. 맨 앞 ‘고랫재’는 ‘고래+재’인데 앞말 ‘고래’가 모음으로 끝났고 뒷말 첫소리는 된소리 [째]로 난다. 따라서 그냥 ‘고래재’가 아니고 사이시옷을 넣어 ‘고랫재’라고 쓴다.

고래+재 ⇒ 고랫재[고래째/고랟째]

모기+불 ⇒ 모깃불[모ː기뿔/모ː긷뿔]

재+더미 ⇒ 잿더미[재떠미/잳떠미]

차+집 ⇒ 찻집[차찝/찯찝]

보기에 들어가 있지 않지만 ‘선짓국’도 여기에 속한다. 선짓국과 마찬가지로 사이시옷은 들어가지만, ‘북엇국’은 북어(北魚)가 한자어여서 이 규정이 아닌 다른 규정에 해당된다. ‘한자어+순우리말’로 된 합성어에 대한 내용은 제30항의 설명 순서대로 차차 확인할 것이다.

*선지+국 ⇒ 선짓국[선지꾹/선짇꾹]  

왜 선짓국이 되는지 확인했지만, 도대체 어찌하여 왜 사이시옷을 쓰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사이시옷: 한글 맞춤법에서, 사잇소리 현상이 나타났을 때 쓰는 ‘ㅅ’의 이름. 순우리말 또는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 가운데 앞말이 모음으로 끝날 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따위에 받치어 적는다. ‘아랫방’, ‘아랫니’, ‘나뭇잎’ 따위가 있다. ≒중간시옷.
→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에서 사이시옷은 앞말과 뒷말이 만나서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앞에서 ‘ㄴ’, ‘ㄴㄴ’ 소리가 덧나는 등 소리의 변화가 생길 때 들어간다. 그러므로 ‘안개’와 ‘비’가 만났지만 소리의 변화가 없어 사이시옷이 필요 없으므로 그냥 ‘안개비’로 적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 그럼 어떤 낱말들에 사이시옷이 들어갈까? 한글맞춤법에서 사이시옷에 대한 설명은 제30항 1의 (1) (2) (3), 2의 (1) (2) (3), 3으로 모두 7개다. 내용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려면 상당한 시간과 지면을 할애해야 할 것 같다. 이 글의 제목을 “사이시옷의 비밀 (1)”이라고 한 것도 한 번으로 끝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연 몇 번으로 가능할까? 사이시옷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반응에 따라 ‘사이시옷의 비밀’을 완전히 밝히는 날까지 갈 수도 있고, 중도 포기 또는 폐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