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윤석열 주변의 '수상한 이름들'은 누구?

한국 정치 수준인가? 윤석열 수준인가?

  • 기사입력 2021.10.13 14:49
  • 기자명 선정수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무속인 등과 관련돼 있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11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광주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가 또다시 윤석열 후보의 무속인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톱은 관련 인물들을 하나씩 분석해 봤다.

 

무속인 도대체 왜 문제?

상식적인 이야기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합리와 과학을 기반으로 사고해야지 무속인 이야기를 듣고 거기에 좌지우지된다면 국정운영을 맡길 수 있겠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갔던 핵심 이슈는 '국정농단'이다. 아무런 직함을 맡고 있지 않고 국정 운영에 대해 전혀 검증받지 않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라는 인물이 국정 운영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국민이 분노했던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무속인 또는 역술인과 대소사를 상의하고 그 조언에 좌지우지된다면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기대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최소한 대선후보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검증하는 것은 중요하다. 

 

①천공=진정=정법...누적 조회수 2억회 유튜버

출처: 유튜브 정법시대
출처: 유튜브 정법시대

 

윤석열 후보는 토론회에서 천공(스승)이라는 인물과 만났다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알게 됐냐는 물음에 “과거에 어떤 분이 유튜브에 이런 재미있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봤다)“ 고 답변했다. 그 '어떤 분'이 부인입니까라고 묻는 유 후보의 질문에 "아뇨 우리 부인에게 얘기해 준 분이 있어요"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천공과 오래 전에 몇 번 만난 적이 있지만 최보식 전 조선일보 기자와의 인터뷰가 나간 이후로는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정법'은 이 사람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름이기도 하고 자신이 가르치는 사상의 이름이기도 하다. 천공의 유튜브를 사람들은 '정법강의'라고 부른다. 그리고 애초 스스로를 '진정걸승'이라고 부르다가 '천공스승'으로 이름을 바꿨다. 스스로를 고아로 자라나 어렵게 살아가다가 죽으려고 산속으로 들어가 17년 동안 산에서 살다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데 2011년 첫 동영상을 올린 이후 구독자는 8.45만명. 누적 조회수가 2억2600만회에 이른다. 굉장히 많은 동영상을 올려놨고 거의 모든 이슈에 대해 다룬다. 출판사업도 하고 동영상 강의 앱도 만든다. 유튜브를 통해 해동신선도에서 비롯된 홍익인간 공부를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한다.

스스로 종교를 창시하지 않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종교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많아지면 자신이 아닌 후대의 사람들이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선일보 출신 최보식 기자가 지난 3월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와 천공의 관계를 다뤄 회자되기 시작했다. 최보식 인터뷰에서 천공은 윤 후보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가 토론회에 손바닥에 그리고 나왔던 왕(王)자를 이 천공이 그려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윤 후보와 천공 모두 부인했다. 최보식 인터뷰에서 천공은 <‘윤석열 멘토’ 역할을 한다는 말이 맞나?> 질문에 “윤 총장이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니까, 좀 도와준다.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지금도 돕고 있다”고 답변했다.

 

②지장=누구?

유승민 후보는 지장이라는 분을 아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모른다고 답변했고 유 후보는 더 이상 다그치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유 후보 측이 제보를 입수하고 윤 후보를 공격했다고 보도했지만 이 '지장'이라는 인물에 대해선 어떤 정보도 입수할 수 없었다. 천공의 또 다른 이름인 '진정스님(걸승)'을 잘 못 발음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추후 취재가 되면 다시 한 번 다루기로 한다.

 

③이병환 = 항문침 전문가, 한의사 아님, 수사 중

유승민 후보는 이병환이라는 인물도 거론했다. 유 후보는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6차 TV토론회에서 윤 후보에게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6월 9일 첫 외부 행사에 참석했을 때 바로 뒤에 따라다니던 이병환이라는 사람을 아는가"라고 물으며 "이상한, 특정 부위에 침을 놓는 사람"이라고 질문했다. 윤 전 총장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유승민 캠프의 이수희 대변인도 "이병환은 윤 전 총장을 밀착 수행하면서 내빈과 인사를 시키고, 단상에 오르는 윤 후보의 옷 매무새를 가다듬어 주고, 수시로 얘기를 나누는 장면들에 심지어 경호까지 하는 장면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이병환이라는 사람을 전혀 알지 못한다. 아니면 말고 식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나중에 이병환씨가 유승민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유 후보측이 머쓱해졌다. 그러나 유승민 캠프는 유 전 의원의 경우 단순 사진을 찍은 것이고, 윤 전 총장의 경우 유씨가 수행까지 한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병환씨는 그동안 윤석열 후보 외에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각별한 사이인 것처럼 연출해 사진을 찍거나, 유세현장에 나타났다.  2017년엔 국민의당 부산선대위 국민통합위 상임선대본부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이병환씨는 각종 의료봉사 경력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대한노인회 초대 의료봉사원 원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출처: 대한노인회
출처: 대한노인회

그러나 뉴스톱 확인결과 이병환씨는 국내 한의사 면허를 취득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가 하는 항문침 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된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병환씨를 사법당국에 고발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이병환씨는 한의사 면허를 갖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항문침 시술 행위는 의료행위로 볼 것인지 논란이 있는 사안이다. 의료행위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유권해석 결과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질 것"이라고 확인했다.

항문침을 놓는 게 의료행위로 인정되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셈이므로 의료법 상 처벌대상이다. 의료행위로 보지 않는다면 '사기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④노병한 = 여의도에서 유명한 역술인

유 후보는 "역술인 중에 노병한씨를 잘 아느냐"고 윤 후보에게 질문했다. 윤 후보는 "지난번에 신문에도 났지만 자주 보는게 아니고 딱 한번 김종인 전 위원장과 정갑윤(과 봤다)"고 답변했다.

출처: 주간조선 홈페이지
출처: 주간조선 홈페이지

노병한씨는 한국미래예측연구소 소장이다. 주역(周易)을 비롯 천문·지리·인사 등 명리학(命理學)분야에 이름이 알려진 역술가이다.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노씨는 윤 후보에 대해 “그전에 통화도 하고 문자메시지도 서로 오고 갔다. 만난 적은 없다. 그날이 처음이다. 지면이나 TV에 나오는 것과 별반 차이 없이 소탈하더라. 첫 통화 때도 ‘저 윤석열입니다. 박사님 말씀 많이 들었는데 여러 가지 조언 좀 구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화끈했다. 관찰하는 관점에 따라 보면 그는 ‘복어’나 ‘곰’상이다”라고 말했다.

노 씨는 “한 3년 전부터 김(종인) 박사가 ‘윤석열이 어때’ 하고 여러 번 물어보더라. 김종인 박사하고 윤 후보 아버지(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하고 잘 아는 사이다. 그래서 ‘괜찮다. 좀 소란스럽기는 하겠지만 감이 된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늦게 터지는 사주다. 원래 정치할 사주는 아니었다. 부인(김건희)을 만나서 정치하는 사주로 바뀌었다. 사주에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 약점을 커버하는 것이 부인이다”라고 언급했다.


윤석열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는 역술과 관련된 논문을 출간하기도 했다. 후보 본인도 역술인, 자칭 사상가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재미삼아 운수 풀이를 하고, 비주류 사상가의 의견을 듣는 것은 크게 문제삼기 어렵다. 과거 대선후보는 부모나 조부모 묘자리도 이장하곤 했다. 그러나 정책결정 과정에서 '비선'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윤 후보와 함께 거론되고 있는 '항문침 전문가' 이병환씨의 경우는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하면서 여러 매체에 보도된 이력을 바탕으로 정치권 입성을 노리고 있다. 법정 단체인 대한노인회는 별다른 검증없이 무면허 의료 시술자를 의료봉사원장에 임명하며 대중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사법당국과 보건의료 당국의 신속한 조치가 요구된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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