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확진자 급감소, 스가의 '총선용 선물'인가 음모론인가

일본 확진자 급감의 미스터리와 한국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에 대한 생각들

  • 기사입력 2021.10.15 13:50
  • 기자명 윤재언

일본에서 10월을 전후해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갑작스럽게 크게 줄어들었다. 도쿄만 보면 8월 한때 5000여명을 넘나들다 지난 1일에는 200명을 기록했고, 11일에는 49명이었다. 49명은 1년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숫자라고 한다. 숫자의 급격한 변화에 일본 현지 사람들도 적응을 못하는 분위기다. 일본 언론이나 전문가들도 추측만 제기할 뿐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한 상황이다. 그저 백신이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추측만 무성하다. 이런 상황에 한국에서는 일본 확진자수 급감에 대한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서 제기되는 의혹은 크게 두 가지인 듯싶다. 첫째는 검사를 크게 줄여서 확진자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과 둘째는 수상 교체와 곧 있을 선거를 위해 스가 정권 내지는 자민당이 뭔가 손을 쓴 게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 두 의혹은 반드시 구별된다고 하긴 어렵다. 둘이 맞물려서 제기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예를 들어, 평소 자주 음모론을 제기하는 김어준씨와 같은 사람은 둘을 연결 지어서 일본 통계는 믿을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의혹 제기 내지는 음모론의 진위를 살펴보기 전에 두 가지를 전제하고자 한다. 첫째는 필자 역시 기본적으로 코로나 관련 일본 통계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어떻게 집계하는지도 솔직히 알기가 어렵다.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나중에 갑자기 더해지거나 빠지는 일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코로나 통계를 볼 때는 숫자 그 자체보다 여러 지표를 통해 ‘추세’를 보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둘째는 코로나 숫자를 인위적으로 ‘조절’한다고 한들 어디선가는 티가 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코로나 유행이 시작된 지 거의 2년이 다 돼 간다. 중국과 같이 정보 통제가 가능한 나라조차 코로나 은폐에는 실패했다. 일본은 아무리 기성 언론의 견제와 비판이 약하다고 한들 SNS 등 일반인들의 언로는 한국 이상으로 뚫려 있다. 3만명을 향해 가고 의료붕괴까지 일어났던 게 겨우 한두 달 전이다(지난 참조). 그런데 검사를 줄여서 보이는 숫자만으로 감출 수 있을까? 솔직히 상식으로는 믿기지 않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일본을 믿을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보면 모든 게 의심스럽겠으나 조금은 냉정할 필요가 있겠다.

우선 NHK에서 정리한 일본내 검사와 확진자수의 변화(아래 그래프)를 살펴보면, 지난 8월 피크를 찍었을 때 일본 후생노동성 기준으로 PCR 검사가 16만을 기록했으나 최근에는 3만대까지 줄어든 걸 알 수 있다(참고로 해당 통계에는 일반인이 밀접접촉과 관계없이 자비를 내고 받는 검사수는 포함되지 않고 민간검사기관이나 대학, 의료기관 자료도 제때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동시에 확진자도 수백명대로 줄어들었다.

일본 내 PCR검사 숫자 추이
일본 내 PCR검사 숫자 추이
일본 내 확진자 숫자 추이
일본 내 확진자 숫자 추이

 

당연한 얘기지만 이것만 봐서는 검사 감소가 ‘원인’이 돼서 그 ‘결과’ 확진자가 줄었다는 결론은 내릴 수 없다. 원인과 결과를 잇는 중간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제기되는 게 ‘일본 정부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와 ‘원래는 무료이던 검사를 2만엔(20만원)이상으로 유료화 했다’는 음모론이다.

PCR검사 유료화는 사실일까? 이 의혹이 어떤 근거로 제기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밀접접촉자(농후접촉자로 불린다) 검사를 유료화했다는 일본 내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문제를 제기한다면 올초부터 감염이 늘어나면서 ‘적극추적조사’를 주요 지자체에서 포기한 걸 들 수 있겠다(올 1월 13일 마이니치신문기사). 감염자 폭증으로 보건소 기능이 마비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밀접접촉자’ 외에는 특정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건 올해 내내 이어진 상황이고 최근에 특별히 바뀐 게 아니다. 한 도쿄도 의원은 ‘확진자가 줄어들었으니 다시 적극추적을 시작해서 완전히 종식시키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래 사진에서 오지마 코헤이 의원은 도쿄 내 확진자가 144명으로 발표된 시점에 “적극적 역학조사 방침을 원래대로 돌려 검사, 추적, 격리로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10월 5일). 즉 밀접접촉자 범위는 이전부터 좁혀져 있었고 한국 기준으로 보면 검사 받아야 할 사람이 배제돼 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건 최근의 변화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적극추적 문제를 조금 달리 생각해 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 완전 접종률이 60%를 넘기고, 특히 고령층은 90% 안팎을 기록했다. 백신은 설령 돌파감염이 있더라도 중증화나 사망을 상당한 확률로 막아준다는 게 정설이다. 백신 보급 이전 적극추적을 하지 않을 경우, 포착되지 않은 환자는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방치될 수밖에 없다. 실제 그런 환자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백신 수급이 충분해지면서, 추적망에서 배제됐다고 해도 입원할 정도로 심한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확연히 적어졌을 것이다. 물론 실제 감염자(포착된 사람+포착되지 않은 사람)는 많을 수 있겠으나. 포착되지 않은 사람이 걸려도 건강상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다만 이는 일본 전문가의 검증을 거친 주장은 아직 아니다.

이 같은 일본의 상황을 하나의 ‘통계조작’이라고 보면 그 말 대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에서 역학조사관들의 피로가 상당하다는 뉴스를 접하고 드는 생각은 ‘백신을 믿고 광범위한 포착 범위를 줄이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위드 코로나의 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수차례 의료붕괴까지 겪었던 일본이 결코 좋은 모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처럼 확진자 개인 동선을 모두 따라가고 경찰을 동원하는 추적, 조사가 얼마나 유효할지는 이제 생각해야 할 시점이란 생각도 든다. 한국에선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격리가 면제된다고 하는데 그건 다행이지 싶다.

앞서 검사 유료화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일본 내에는 굳이 2만엔을 내지 않더라도 검사를 받을 민간검사업체가 지금 난립해 있다. 자택 인근에 있는 한 PCR검사소는 방문 검사+결과메일통지 세트가 5천엔이다(해당 홈페이지, 아래 사진). 정말 불안한 상황이면 돈 내고 어디서든 쉽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초처럼 검사 받을 곳이 없어서 난민이 되는 일은 더 이상 없다. 앞서 언급했듯 이런 자비 민감검사기관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그러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검사를 받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셈이다.

민간검사기관이 제시하는 PCR검사 가격
민간검사기관이 제시하는 PCR검사 가격

 

코로나 통계에서 또 중요하게 봐야 하는 건 위중증과 입원, 사망 등이다. 이전 글에서 소개한 적 있는 일본ECMO넷 자료(해당 홈페이지)를 보면 9월초 인공호흡기 착용자가 500명을 넘어섰으나 최근엔 200명대로 떨어졌다. 인공심폐장치(ECMO)를 착용하던 환자도 동일 기간 3분의 1로 줄었다(아래 그래프). 대부분의 지표가 적어도 코로나 감소 추세를 가리키고 있는 건 확실하다. 참고로 확진율(양성율) 역시도 감소추세에 있다.

일본 내 에크모 장착 건수 추이
일본 내 에크모 장착 건수 추이
일본 내 인공호흡기 장착 추이(맨 아래)
일본 내 인공호흡기 장착 추이(맨 아래 빨간 부분)

종합적으로 볼 때 인위적으로 검사를 줄여서 확진자를 감소시켰다는 건 근거가 빈약하다. 다시 말해 올초부터 일본의 능력 부족으로 불가피하게 시작된 적극추적 포기가 눈에 보이는 확진자를 줄였을 가능성은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백신 보급이 상황을 훨씬 덜 심각하게 하고 있다는 건 말할 수 있을 듯싶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의도의 가능성도 살펴본다. 이 부분에 대해선 최근 일본 정치 상황에 대한 ‘무지’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8월말까지 스가 전 수상은 총재선거 출마에 의욕을 보여왔다. 은근히 단독 출마를 바라는 속내를 여기저기 내비치기도 했다. 여기에 8월 26일 현재 수상이 된 기시다가 출마선언을 하면서 상황이 꼬인다. 코로나로 인한 의료 붕괴가 시시각각 전해지던 시기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자신의 재선을 막은 기시다에 대해 스가가 분노했다는 보도가 적지 않았다. 결국 코로나 상황으로 지지율 급락에 떠밀려 불출마를 결정한 스가는 기시다 대항마로 고노 타로 지원에 나선다.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한 건 9월 중반이후다. 만약 스가 정권이 정말로 코로나 확진자를 인위적으로 조절했어야 했다면 가장 필요한 시점은 ‘8월말’이었다. 자신의 재선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불출마가 결정되고 ‘정적’ 기시다 당선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 스가가 ‘선물’로 확진자를 줄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 문제 때문에 코로나를 줄였다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총선도 당초 11월설이 유력했다는 점(현재는 10월 31일로 결정됨)에서 시점상으로는 잘 맞지 않는다.

작은 가능성이지만 백신 담당장관이기도 했던 고노 지원을 위해 스가가 작업(?)을 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겠으나 역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총재선거 과정에서 고노가 코로나 업적으로 주목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정치적 의도설은 현시점에서 음모론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

일본이 ‘위드 코로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중앙일보 한달새 확진 10분의 1로 줄었다...‘위드 코로나’ 앞선 日의 비결)도 눈에 띈다. 인구가 적은 지자체에선 대부분의 규제가 사라진 게 사실이나 (이들 지방은 애초부터 큰 규제가 없었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는 여전히 신중한 상황이다. 도쿄는 긴급사태선언 발령중인 9월까지 식당 등에 대해 ‘밤 8시까지 영업, 음주 금지 조치(어길 시에는 과태료, 지킬 시에는 비교적 넉넉한 보조금. 그러나 세게 단속하진 않았다)’가 취해졌으나 현재는 ‘밤 9시까지 영업, 음주는 8시까지 가능’하다는 것으로 완화됐다(지키면 일부 보조금이 나온다고 한다. 어겨도 문제는 없으나 대부분 신기할 정도로 잘 지킨다). 일본은 마스크 의무화 조치가 없어도 거의 다 자발적으로 쓰는 나라다(실외는 좀 덜하나 실내는 90%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기에 아직 ‘위드 코로나’가 크게 실감되는 상황은 아니다. 영국이나 유럽처럼 일상이 완전히 돌아온 느낌은 아니다. 대신 일본 정부는 여러 상황을 가정해 스포츠 경기장이나 음식점 등에서 실험을 한다고는 하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좋든 싫은 한국인 개개인의 생각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는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 일본 대처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 여론에 머물지 않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편견에 입각해 근거 없이 음모론을 제기하는 상황이 영 개운치 않아 팩트 체크 차원에서 몇 자 적어봤다.

윤재언   sharply2u@gmail.com    최근글보기
일본 히토츠바시대 강사, 전 신문기자. 연세대에서 사회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2010년 매일경제신문 입사. 예전부터 갖고 있던 ‘일본을 알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기자일을 뒤로 한 채 2015년 훌쩍 바다를 건넘. 2021년 히토츠바시대에서 박사 학위 취득 뒤 연구자의 길에 접어듦. 전공은 국제관계(국제정치경제)지만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정치 / 경제 / 사회(특히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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