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일본 ‘완화 정책’이 코로나 확진자 감소 비결이라고?

이덕희 경북대 교수의 글을 읽고 든 의문
일본 국민의 코로나 불안과 긴급사태선언, 올림픽 역효과 등도 간과

  • 기사입력 2021.11.26 16:14
  • 최종수정 2021.11.26 16:15
  • 기자명 윤재언

2020년초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에 있어 일본은, 일본에 있어 한국은 과거이상으로 비교대상이 되고, 수많은 오해와 편견을 낳는 대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내 코로나 상황이 나쁘고 일본이 좋으면 ‘일본을 (배워) 보라’는 쪽이, 반대의 경우에는 ‘일본 (꼴 좀) 보라’는 의견이 분출한다. 자신의 생각에 현상을 맞추려 하는 김어준씨가 대표적으로 후자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김씨는 여전히 “델타변이를 일본의 PCR 기술로 검출 못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제기하는 중이다. 다만 일본에서도 올 초까지는 비슷한 모습을  봤던 것 같으나, 최근 한국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서는 오히려 “내일은 저게 우리 일일지도 몰라”라는 신중한 반응이 늘어난 느낌이다. 올해 반년을 워낙 코로나에 시달려서일 것이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경북대 이덕희 교수의 브런치글 역시, 본인의 코로나에 대한 생각(완화 정책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본을 다소 무리하게 제시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해당 글에는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은 ‘정책 설명과 제시’가 적지 않기에, 이 글은 그 지점을 대상으로 쓴다. ‘교차면역’과 같은 얘기에 대해선 필자 자신이 전문성도 없고 검증할 능력이 안되기에 따로 다루지 않는다. 

필자는 지난 2년간 단 한 번도 일본에서 떠나지 않았고(못했고) 꼼짝없이 코로나 상황을 하나하나 다 지켜보고 있다. 실제로도 한 명의 사회과학 연구자로 코로나 정책(정치적 관점)을 분석하면서, 직접 도쿄도 코로나 방역 담당 책임자(감염병 전문의)를 모시고 관련 토론회 사회까지 본 적이 있다. 그렇기에 코로나 '정책' 영역에서 완전한 비전문가는 아니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자 한다. 뉴스톱 외에 브런치에도 꾸준히 일본 코로나 상황을 적어 왔고, 통계나 의료붕괴 등 비판적으로 일본정부 정책을 봐온 사람이라는 점도 미리 밝혀 둔다.

 

일본은 '완화 정책'을 편 적이 없다

이덕희 교수는 브런치글 두 번째 문단에서 일본이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스웨덴과 유사한 완화 전략으로 대응’했다고 전제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지점이다. 이는 일본 코로나 정책에 대한 근본적 오해라고 생각된다. 글 뒤에도 구체적인 정책 분석은 적혀 있지 않은데, 대신 ‘처음부터 국가가 나서서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무증상 혹은 경한 증상으로 지나가는 자연감염을 막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아마도 이 교수는 그 동안의 일본 코로나 정책을 자세하게 관찰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일본 정책의 표면 혹은 결과(확진자 급증기)만 본 판단으로, 일본 국민들이 어떻게 코로나에 대처했는지에 대한 인식도 빠져 있다. 일단 마스크 하나만 생각해보자. 영상으로만 봤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으나, 유럽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내는 사람이 태반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일본은 실내에서는 거의 90% 이상(사실 대놓고 안 쓴 사람을 본 적이 없고 음식점에서도 먹지 않을 때 굳이 모두 쓰는 그룹도 적지 않다), 실외에서도 70-80%는 쓴다. 백신도 마찬가지다. 강제하지 않았음에도 2차 접종률은 11월25일 기준 76.5%에 달한다(NHK 홈페이지, 아래 그림). 이른바 ‘안티백서’들의 활동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일본의 접종률 상황 (출처: NHK)
일본의 접종률 상황 (출처: NHK)

 

이런 모습을 스웨덴이나 기타 유럽, 미국에서 볼 수 있을까? 이 같은 국민들의 ‘자발적 코로나 방어’는 스웨덴과의 비교가 근본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단면을 보여준다. 정부가 풀어준다고 한들 국민들이 거부하면 다른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즉 다른 정책 효과 변수의 개입). 아사히신문 8월 여론조사를 보자. 응답자의 66%가 ‘스가의 코로나에 대응 자세를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고, ‘감염으로 인한 중증화에 불안을 느낀다’가 무려 79%(크게 34%, 어느 정도 45%)에 이르렀다. 이처럼 국민들의 불안이 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올해 9월말까지 ‘의도적으로’, 즉 정책적으로 국민들을 풀어준 적이 없다. 완화정책은 애초부터 기본축이 아니었다. 국민적 합의도 없었거니와 정책적으로 도입하지도 않았다.

구체적으로 올해 9월까지 일본 각지(특히 대도시)에서 ‘긴급사태선언’이 한달 안되는 기간을 제외하고 계속 발령돼 있었다. 해당 선언의 핵심은 ‘감염의 고리를 끊기 위해 사람이 모이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완화 정책과는 정반대되는 생각이다. 심지어 도쿄올림픽 기간 중에도 발령돼 있었고, 전세계인이 다 알다시피 올림픽은 ‘완전한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개막식과 폐회식의 썰렁한 분위기는 비슷한 시기 열렸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 관중석 열기와 극명하게 엇갈렸다. 올림픽 당시 수상이었던 스가는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유관중으로 진행해보려고 했으나 확진자 상승세와 전문가들의 강한 경고에 뜻을 접는다. 

 

 

이렇게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된 시기 도쿄 등 주요 대도시 음식점은 ‘밤 8시’까지만 영업하게 됐고, 술은 제공이 금지됐다(도쿄도 방재 홈페이지). 한국에서도 영업시간 제한은 있었지만 주류 제공이 금지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이 조치는 ‘권고’였기에 안 지켜도 강한 처벌은 없었지만, 정부 뜻을 비교적 잘 따르는 일본사회답게 거의 모든 가게가 따랐다. 일본 미디어는 술집에 못 가는 젊은이들이 공원에 모여서 마시는 모습을 비판적인 논조로 보도하고 지자체의 공원 폐쇄를 알렸다(아래 영상). 해당 권고를 지키는 가게에 하루 최대 수만엔(수십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된 것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본다. 그 와중에 정부와 지자체장은 올해 연휴때마다 ‘여행하지 말아라’, ‘지자체간 이동은 삼가 달라’고 끊임없이 주문했다(2021년 4월 15일 지지통신기사). 이것이 과연 ‘완화 정책’에 해당되는 걸까?

 

 

문제는 정책이 아니라 무리한 올림픽 개최가 준 잘못된 ‘완화 신호’일 수도

차라리 ‘올림픽 개최’ 그 자체가 국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줬을 수는 있다. 전세계에서 수 만명이 들어오는데 정작 국내에는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된 기묘한 상황이 한달 남짓 이어졌다. 이 영향으로 일본인 개개인이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행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앞서 제시한 8월 아사히신문 여론조사를 보면 ‘올림픽으로 자숙 무드에 대해 느슨해졌다’고 응답한 사람이 61%였다. 그러나 같은 달 도쿄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병상이 턱없이 부족해 이른바 ‘의료붕괴’가 일어났고 코로나 환자 외에 일반 응급환자마저 제대로 이송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택에서 죽어갔고 영상으로 수많은 시청자가 목격했다. 이 상황은 뉴스톱 이전 글에도 일부 적은 바 있다. 물론 이 때도 긴급사태선언은 발령돼 있었다.

이는 당연하게도 ‘완화 전략이 있었기에 나타난 효과(?)’가 아니고 순전히 올림픽으로 인한 ‘의도치 않은 결과’였다. 완화 정책을 펴지 않은 정치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이유는 단순하다. 스가는 9월 초 총리 재선을 노리고 있었고 코로나 확진자를 되도록 억누르려는 강한 유인이 있었다. 스가는 백신 도입 이후 올림픽 개최와 본인의 재선을 위해 무리한 지시를 내리면서까지 접종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 접종전략은 의외로 성공했다. 그러나 8월의 전국적인 확진자 폭발과 의료붕괴는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이 역시 결코 의도적으로 완화 정책을 편 적이 없음을 말해주는 지점이다. 다시 말해, 올림픽으로 전해진 분위기가 국민의 마음을 느슨하게 했을지언정 의도적으로 풀어주진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정책’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스가는 결국 코로나 정책 실패로 떠밀리듯 재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덕희 교수 글 중간에 ‘일본이 전략적으로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암시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역시 오해다. 지난해에는 검사를 담당한 일본의 의료체계(보건소를 통해야 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어서 ‘검사를 못한 것’이지 ‘안한 것’이 아니다. 이 지점은 코로나 정책에 문제의식을 느낀 일본 학자들이 모여서 지난해 10월 긴급 출판한 '신형코로나 대응 민간임시조사회 조사검증보고서(新型コロナ対応・民間臨時調査会 調査・検証報告書)'에 자세하게 적혀 있다(해당 책 링크).  작년 아베는 연설 때마다 반복해서 검사 체제를 확충하겠다고 말했고, 이는 현직 수상 기시다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공식 검사 건수도 초기에 비하면 꾸준히 증가해갔고 지금도 일정 금액을 내면 어디서든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후자의 검사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필요 이상 엄격한 입국정책도 간과해선 안돼

추가로 일본에 한국과 차이점이 있다면 굉장히 강화된 ‘입국정책’이다. 완화정책을 펴는 유럽이나 백신 격리면제가 적용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올해 단 한 번도 14일 격리를 면제해준 적이 없다(올림픽 관계자 등 제외, 최근엔 자비 검사로 10일까지 단축 가능). 자국민이든 백신을 맞았든 관계없다. 자동응답 전화와 GPS를 활용해 입국 격리자를 관리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입국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고 당국에 보고한 자택이나 정해진 호텔에만 있어야 한다(외무성 해외안전홈페이지). 처음의 느슨했던 입국정책이 지금은 완전히 딴판이 돼 있고 이는 필자를 포함해 생업이 있는 일본 거주외국인의 일시 귀국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올해 9월까지 미국에 있다 2년여만에 귀국한 한 동료 선생님(일본인)은 “미국은 정말 대충이었는데 일본은 꼼꼼하게 하더라”며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비즈니스 등 관련해서 3일로 완화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준비 서류나 관리책임자 역할이 과도하게 요구돼서 "도저히 이용할 수 없다"는 불만이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이다. 적어도 일본의 입국정책만큼은 국가와 지역의 부분 봉쇄를 통해 여전히 ‘제로 코로나’를 지향하는 중국에 가깝다.

필자가 10월 뉴스톱 분석기사에서 적었듯 코로나 확진자 급감 이유에 대해선 일본 학자들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 시점에도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최근의 일본 미디어 논조는 '일본 특수론'을 내세우던 과거와 달리,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지금은 그저 운이 좋을 뿐”이라는 신중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금 대비를 하지 않으면 또 한 번 당한다”는 의식도 강하다. 그렇기에 흘러간 옛 노래처럼 기시다 내각은 검사 체제 강화나 감염력 2배 바이러스에 대비한 병상 증대와 같은 정책을 여전히 제시하고 있다(총리기자회견문). 확진자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른바 ‘델타변이 자멸설’을 순수하게 믿는 분위기도 아니다.

이런 면에서 ‘일본이 정책으로 코로나 완화 체제를 유지해왔다’고 주장하는 건 오해이거나 구체적으로 정책 내용을 파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주요 선진국에서 국가 수장이 코로나 대책 실패로 물러난 건 일본(사임)과 미국(재선 실패), 두 나라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해두고자 한다. 심지어 일본은 그게 아베와 스가 두 명이나 됐다는 점도. 그만큼 일본의 코로나 정책은 ‘의도와 결과’가 따로 놀았고 국민에게 지지받지 못했다. 일본은 의도적으로 완화 정책을 펴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일본 전문가들도 현재의 다른 나라가 일본상황을 배워야 할 ‘모델’로 섣불리 제시하지 않는다(못한다). 최소한 일본 국내에서라도 명확한 이유가 나오기 전까진 이 점을 간과해선 안될 듯 싶다.

윤재언   sharply2u@gmail.com    최근글보기
일본 히토츠바시대 강사, 전 신문기자. 연세대에서 사회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2010년 매일경제신문 입사. 예전부터 갖고 있던 ‘일본을 알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기자일을 뒤로 한 채 2015년 훌쩍 바다를 건넘. 2021년 히토츠바시대에서 박사 학위 취득 뒤 연구자의 길에 접어듦. 전공은 국제관계(국제정치경제)지만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정치 / 경제 / 사회(특히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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