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대립 갈등만 확인한 '제주 제2공항 도민경청회'

  • 기자명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2023.04.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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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9일 1차·2차 도민경청회, 양측 간 고성·논쟁
찬성, "경제활성화, 일자리창출효과" 반대, "잘못된 수요예측·생태파괴·군사기지 활용가능성"
당초 총 3차례 기획→한 차례 더 추가

지난 6일 '제주 제2공항 2차 경청회'가 열렸습니다. 찬반 양측 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가운데, 이번 2차 경청회에서는 감정적으로 충돌했습니다. 뉴스톱이 제주 2공항 경청회와 쟁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6일 서귀포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2차 도민경청회. 사진=국토교통부
6일 서귀포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2차 도민경청회. 사진=국토교통부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6일 제주 제2공항에 대한 도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서귀포시 청소년수련관에서 2차 도민경청회를 열었습니다. 제주도민 약 200명과 국토교통부 서정관 공항건설팀장,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을 맡은 포스코이앤에스 정기면 이사를 비롯해 제주도 관계자도 참석했습니다. 

앞서 제주 제2공항 사업은 기존 제주국제공항과 별도로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일대 545만7000㎡에 길이 3200m 활주로 1개를 갖춘 공항을 새로 짓는 사업입니다. 지난 2015년 국토부는 기존 제주국제공항이 포화상태인 데다, 지리적 특성상 강풍 등 악천후로 결항이 잦다는 이유로 제주 제2공항 추진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생태 파괴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다가 '조건부'로 통과되면서 속도를 붙이게 됐습니다.

이번 2차 도민경청회도 지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설명 ▲찬·반측 대표 의견 제시 ▲플로어 의견 수렴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날 제2공항 건설 찬성 측 대표자로 나선 강정민 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제주 제2공항이 안전하고 쾌적한 비행기 운항환경을 조성하고, 제주시-서귀포시와 산남-산북 간의 균형발전에 최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강정민 부위원장은 "동서활주로인 제주공항은 겨울철 북풍이 강해지면 이착륙이 위험하기 때문에 비행조종사들이 가장 꺼리는 공항으로 불린다"며 "제2공항이 건설되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비행기의 연착 문제와 결항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제주도의 행정, 교육, 의료, 문화예술, 관광, 교통, 금융 등 모든 시설이 제주시에 집중돼 있어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며 공항을 통해 지역 간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제2공항 건설 반대 측 대표자로 나선 박찬식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공동대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내 조류충돌 관련 위험성 은폐·축소 발표 ▲인구 감소 및 노령화에 따른 항공수요 지속 감소 ▲제2공항 내 군사기지 건설 의혹 등을 반대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박찬식 공동대표는 "제2공항 일대가 철새도래지 벨트로 구성된 곳인데 국토부에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39개종만 포함했다"며 "제2공항의 조류충돌 가능성은 제주공항보다 몇 십배 높은데 국토부가 조류충돌에 대한 대책이 없으니 위험성이 적다고 거짓으로 부실평가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박대표는 이어 "국토부에서는 2015년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 연간 4560만 명의 수요를 예측했지만 2023년에는 3960만 명으로 15% 감소했다"며 "수요 감소에 따라 제2공항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반대 입장의 한 시민은 "공항이 친환경시설이 아닌데 친환경 공항으로 만들 수 없다”며 “파키스탄에 내린 폭우로 1700명이 목숨을 잃고 영국과 프랑스에서 40도가 넘는 폭염이 발생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제2공항이 건설되면 청정도시 제주가 아니라 렌터카도시 제주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찬성 입장의 한 시민은 "제2공항이 건설되지 않으면 서귀포 주민들은 비행기를 이용하기 위해 멀리 떨어져 있는 제주공항으로 와야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고, 활주로 혼잡으로 큰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며 제2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 외에 제주 제2공항은 여러 쟁점을 두고 엇갈리고 있습니다. 찬성 측 주민들은 관광객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대해 기대가 큰 반면, 반대 측 주민들은 관광객이 늘어나도 쓰레기, 하수 문제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또 주민투표 대상의 이해당사자 범위를 두고도 찬반 측 주민들은 공항이 지어지는 지역인 성산읍 주민들만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반면, 반대 측 주민들은 제주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로 제주도민 전체가 해당되는 것이라고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반대 측 주민들은 민간공항을 넘어 제주2공항의 군사기지 활용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방부와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 등에서 제주도 군사기지화 관련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반대 측 주민들은 국방부가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편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되던 2차 도민경청회는 주민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3분 발언 시간에 감정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찬성 측 주민이 반대 의견을 낸 한 고등학생에게 "감성팔이를 하는 것 같다"며 "어린 학생을 동원했다"라는 차별적 언행으로 비난한 것입니다. 이어 반대 측이 사과를 요구하며 양측의 고성이 오갔습니다. 사회자는 물리적 충돌이 우려돼 서둘러 경청회를 종료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3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1차 도민경청회' 모습.  사진=제주도청 
 지난달 29일 오후 3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1차 도민경청회' 모습.  사진=제주도청 

제주도는 오는 25일 3차 경청회를 개최합니다. 또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통해 5월 중 한 차례 더 진행할 예정입니다. 당초 도민경청회는 총 세 차례로 계획됐으나 많은 도민의 의견을 경청하고자 한 차례 더 추가했습니다. 직장인 등의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저녁 시간대로 일부 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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