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중대재해 예방 팩트체크] ④건설현장에서 익사한다구요?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6.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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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당신의 목숨을 노리는 중대재해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에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하루종일 내리는 비와 거세게 부는 바람, 끈적이는 습기, 빗방울이 내림에도 가시지 않는 무더위가 우리를 괴롭힙니다. 이런 특성 탓에 장마철에도 작업현장에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됩니다. 장마철에 발생하는 중대재해 유형, 뉴스톱과 함께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건설현장에서 익사 사고?

지난해 6월30일 오후 3시쯤 경기도 용인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익사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먼저 중대재해로 돌아가신 모든 분의 명복을 빕니다. 공사현장에서 웬 익사사고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2021년 산업재해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에만 건설현장에서 4명이 익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일 ‘장마철 건설현장 안전보건길잡이’ 가이드북을 발간했습니다. 장마철에 대비한 핵심 안전 수칙을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가이드북이 제시하는 장마철 위험요인별 안전관리 항목 중 첫번째가 바로 ‘집중호우로 인한 건설현장 침수’ 입니다.

출처: 안전보건공단
출처: 안전보건공단

앞선 사례에서 사망자 A씨는 터파기 공사가 진행중인 건설현장에 집중호우로 형성된 물웅덩이를 헤엄치다 익사했습니다. 당시 터파기 작업장의 측면에 설치된 양수기 1대가 콘센트 침수로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A씨는 양수기 플러그를 콘센트와 분리해 다른 전선에 연결하기 위해 물웅덩이로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한 겁니다.

이럴 경우 어떻게 했어야 재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고용노동부는 ‘현장 침수시 작업중지’와 ‘양수기 점검 통로 설치’를 제시했습니다. 사업주는 비 또는 그 밖의 기상상태 불안정으로 인해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해야 합니다. 근로자도 산업안전보건법 52조에 따라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습니다. 양수기를 설치했을 경우 양수기 인양로프 및 콘센트 등 점검이 필요한 지점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점검 통로를 설치해야 합니다.

◈2m 굴착면 무너졌는데 사망?

지난해 8월18일 충남 아산시에서 하수관을 묻기 위해 파놓은 땅을 평평하게 고르던 작업을 하던 B씨는 약 2m 높이의 굴착면이 무너지면서 붕괴된 토사에 매몰돼 숨졌습니다. 여차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만만한 높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재해 순간에 대피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노동청과 경찰은 사고 얼마 전 내린 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공사를 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출처: 안전보건공단
출처: 안전보건공단

고용노동부는 2m 이상 굴착작업을 할 때엔 반드시 사전조사를 하고 작업계획서를 수립하고 이행하며, 작업지휘자를 배치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지반의 형상·지질 및 지층, 균열·함수, 매설물 등의 유무, 지하수위 등의 상태를 사전에 조사해 해당 지반에 적합한 작업계획을 수립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후 수립된 작업계획서대로 작업을 이행하기 위해 근로자에게 주지시키고, 작업지휘자를 지정해 해당 굴착작업을 지휘하도록 해야 합니다.

깊이와 상관없이 모든 굴착작업에는 굴착면의 붕괴 또는 낙석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작업 시작 전에 작업장소 및 주변의 부석·균열 유무, 함수, 동결상태 등 이상 여부를 점검해야하고, 굴착면 붕괴 방지를 위해 토질에 따른 적정한 기울기를 준수해야 합니다. 다만, 공간이 협소하거나 굴착 구간 주변에 지하 매설물이 존재하는 등 법상 기울기 준수가 어려운 경우에는 사면 안전성 검토를 통해 확인된 기울기를 확보하거나, 흙막이 등을 설치해야 합니다. 굴착 작업에 의한 토사의 붕괴·낙하 시 근로자 안전을 위해 흙막이 지보공 설치, 방호망 설치 또는 출입금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흙막이 지보공이란 지하를 굴착할 때 토사가 붕괴되지 않도록 지중에 흙막이 벽체를 설치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과자봉지에도 들어가는 질소인데 사망?

빵빵한 봉지가 먹음직해보여 과자를 샀는데 정작 뜯어보니 내용물 양이 적을 때 우리는 이렇게 푸념하곤 합니다. “돈 주고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딸려왔어”. 질소(O2)는 기체 상태에서 독성이 없고 인화성이 없습니다. 대기 부피의 78% 정도가 질소일 정도로 흔하디 흔합니다. 그래서 과자가 부스러지지 말라고 과자봉지에 질소를 채웁니다. 그런데 이 질소가 근로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처: 안전보건공단
출처: 안전보건공단

지난해 6월7일 경기도 화성시의 도시가스 배관 절단 작업 현장에서 근로자 C씨가 숨지고 C씨를 구하러 들어갔던 동료 2명이 질식해 병원에 입원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C씨가 맡았던 작업은 배관에 남아있는 도시가스를 제거하기 위해 불활성 기체인 질소 또는 아르곤 기체를 주입하는 ‘퍼지(purge)’ 작업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불활성 기체가 굴착 피트 내부로 역류하면서 공기를 몰아내면서 고였고, C씨는 산소결핍으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질소는 그 자체로는 독성이 없지만 작업을 위해 파놓은 구덩이에 질소가 가득 고이면서 공기를 구덩이 바깥으로 몰아냈고, 그 결과 C씨가 호흡할 산소가 없어졌던 것이죠.

흔히 질식사고는 밀폐공간에서만 발생한다고 믿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사고 발생 장소에서처럼 하늘로 열려있는 구덩이 모양의 공간에서도 질식사고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는 위가 뚫려 있는 경우 하늘로 올라가버리면서 그 빈자리를 공기가 채우게 되므로 구덩이 속의 작업자는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그러나 공기보다 무거운 기체가 구덩이 내에서 누출됐을 경우 구덩이 속의 공기를 밀어내면서 구덩이를 채우게 됩니다. 그 결과 산소부족이 일어나게 되고 산소결핍으로 작업자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는 것이죠.

밀폐공간 등 질식이 우려되는 곳에서 작업을 하기 전에는 꼭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해 적정공기가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작업 전과 작업 중에 밀폐공간의 적정공기 상태가 유지되도록 환기를 실시해야 하고, 작업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인을 밀폐공간 외부에 배치해야 합니다. 작업자는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 등 호흡용 보호구를 착용하고, 보호가드, 구명줄, 구조용 삼각대 등 추락사고 예방을 위한 보호장구를 비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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