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차고지 확보하지 않은 캠핑카는 불법?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06.0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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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기,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은데다 개인이나 가족 단위의 여행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캠핑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 이에 따라 캠핑용 자동차(‘캠핑카’와 ‘캠핑용 트레일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캠핑용 자동차로 인한 주차 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캠핑용 자동차는 일반승용차에 비해 크기 때문에 국내 주차장의 폭이나 길이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주거지역에 주차할 경우 과도한 주차 공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통행에 불편을 주는 경우도 많다.

또한, 캠핑용 자동차는 보통 주말이나 휴가철에 이용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장기 주차를 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가뜩이나 부족한 주거지의 주차 공간을 캠핑용 자동차가 장기간 점유해 인근 거주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SNS를 중심으로 “차고지 확보하지 않은 캠핑용 자동차는 불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주장에 따르면, 캠핑용 자동차는 화물차로 분류돼 ‘차고지증명제’를 적용받는다.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만 캠핑용 자동차를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길가나 공영주차장 등에 무단 주차한 캠핑용 자동차는 모두 불법이라는 것이다.

해당 주장이 사실인지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1 캠핑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캠핑산업 규모는 6조3000억원으로, 2020년(5조8000억원) 대비 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캠핑용 자동차의 신규 등록 대수도 2016년 1881대에서 2021년(~11월) 5673대로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국내 여행, 그중에서도 감염 위험이 낮은 캠핑이 큰 인기를 끌게 된 덕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캠핑용 자동차 증가에 따른 주차 문제 및 향후 과제'
국회입법조사처 '캠핑용 자동차 증가에 따른 주차 문제 및 향후 과제'

캠핑용 자동차는 기존에는 ‘승합자동차’로 분류돼 차고지 증명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2020년 2월 28일부터 시행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캠핑용 자동차를 ‘승합자동차’로 분류했던 규정이 삭제되고 ‘특수용도형 특수자동차’로 분류하게 됐다.

이에 따라 캠핑용 자동차에도 ‘차고지증명제’가 도입됐다. ‘특수용도형 특수자동차’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5조에 따라 ‘자가용 화물자동차’에 해당하는데,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경우 화물자동차 운수 사업법 시행규칙 제48조에 따라 사용 신고 시 차고 시설을 확보하였음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별표 1]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별표 1]

따라서 “캠핑용 자동차가 화물차로 분류돼 ‘차고지증명제’를 적용받는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 개정 이전에 등록한 경우에는 해당 조항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차고지를 확보하지 않은 모든 캠핑용 자동차가 정식 등록을 하지 않은 ‘불법’ 캠핑용 자동차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2020년 2월 28일 전에 등록한 캠핑용 자동차라면 차고지를 확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고지증명제’ 시행 이후 등록한 캠핑용 자동차가 신고한 차고지가 아닌 다른 곳에 주차해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되는 공영 주차장이나 국도 휴게소 등에 장기간 주차하거나, 차량 통행이 적은 도로변이나 공터 등에 무단으로 주차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캠핑용 자동차 주차 문제의 본질은 주차장과 같은 기반 시설 부족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캠핑용 자동차 증가에 따른 주차 문제 및 향후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활용도가 낮은 공영주차장이나 고가 도로 밑, 하천 인근의 유휴 부지 등을 활용하여 캠핑용 자동차 전용 주차장을 조성”하는 내용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주차료를 징수하여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캠핑용 자동차 소유자 입장에서는 안전한 곳에 장기간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정리하자면, 캠핑카는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2022년 2월 28일부터 ‘차고지증명제’를 적용받게 됐다. 따라서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만 캠핑용 자동차 등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전에 등록한 차는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아 차고지 확보 의무가 없고, 등록된 차고지가 아닌 곳에 주차해도 처벌할 수 없다.

따라서 “차고지 확보하지 않은 캠핑카는 불법”이라는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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