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탈북민은 난민이다?

  • 기자명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2023.06.2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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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을 맞이해 KBS는 [시사기획 창 '나의 난민 너의 난민']을 제작했습니다. 시리즈 중 19일에는 <'가짜 난민', '세금 도둑’…난민에 대한 진실을 알고자 떠난 여정>을 보도했는데요. 댓글창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독자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난민은 북한인입니다"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북한인은 난민이라는 전제로, 우리나라는 난민을 많이 받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KBS 기사 댓글 캡쳐본. 기사에서 가장 공감수를 많이 받아 가장 먼저 보이는 댓글 내용.  
KBS 기사 댓글 캡쳐본. 기사에서 가장 공감수를 많이 받아 가장 먼저 보이는 댓글 내용.  

맥락상 '북한인'은 북한에서 탈출해 우리나라로 온 사람, 즉 '북한이탈주민'을 뜻합니다. 북한이탈주민은 난민일까요? <뉴스톱>이 따져봤습니다.

 

◆ 우리나라 가장 많은 난민은 북한인이다? → 사실 아님 

최근 유엔난민기구가 발간한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쟁, 박해, 폭력 및 인권 침해로 인해 강제 이주한 사람은 약 1억800만명으로, 그 중 약 3500만명은 난민이라고 합니다.   

국내 난민법(제2조)에 따르면 난민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난민법 제2조(정의)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이하 "상주국"이라 한다)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을 말한다.

지난 1951년에 정해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과 1967년 난민 지위에 관한 의정서(난민의정서)를 바탕으로 난민법이 만들어졌는데요. 이러한 협약에 따라 난민은 국제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 정해졌습니다. 그 밖에도 난민은 유엔난민기구(UNHCR) 규정, 1984 카타헤나선언(중앙아메리카 난민사태 이후 더 광범위한 난민의 정의를 추가), 아프리카 난민 문제의 세부 사항에 관한 권리협약 등 세계적·지역적으로 많은 국제협약에 적용돼 보호받을 권리가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2년 12월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에 가입하면서, 우리나라도 협약상 난민 보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탈북민은 난민이 아닙니다. 헌법 제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 주민은 한반도 북쪽을 불법적으로 점유한 집단에 의해 통치받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1996년 대법원은 '북한 지역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칠 뿐이고, 대한민국의 주권과 부딪치는 어떠한 국가단체나 주권을 법리상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남·북한이 각기 다른 국가라고 봅니다. 1991년 남북한은 유엔에 동시가입을 했고 별도로 외교활동을 하고 있어 국제법상 행위 주체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과거 냉전시절 동독과 서독, 그리고 남예멘과 북예멘이 별개의 국가로 인식된 것과 비슷합니다.  이런 모호한 지위 때문에 북한이탈주민은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 난민 신청할 때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 국민 인식상, 다른 국가…실질적으로 난민 지위 

현실에서 과반 이상 한국인들이 남북한을 다른 국가로 여기고 있습니다. 2023 대북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민 4명 중 1명(24%)만이 '남한과 북한은 하나의 국가' 라고 생각하고 70%는 별개의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성별과 세대, 이념성향을 막론하고 별개 국가가 다수 의견입니다. 

국내 거주 자격 획득을 위한 과정은 비슷하지만 약간 다릅니다. 탈북민은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동시에 국가정보원(국정원)에서 신분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받은 뒤 통일부에서 각종 교육을 받습니다. 구체적으로 ▷보호 요청 및 국내 이송 ▷조사 및 임시 보호 조치 ▷보호 결정 ▷ 하나원 정착 준비 ▷ 5년 동안 거주지 보호 ▷ 재단 및 민간 복지 서비스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3개월간 사회적응교육을 받아야만 신분증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난민의 경우 법무부에서 관리합니다. 난민신청은 크게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신청'과 '국내 체류 중 난민인정신청' 2단계로 구분됩니다. 외국인이 입국시에 난민임을 주장하면 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이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할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심사회부가 결정되면 입국이 허가되는 겁니다. 이후 외국인이 국내 체류 중 난민인정 신청을 하면 출입국・외국인청장 또는 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이 1차 심사를 합니다. 1차 심사에서 떨어진 외국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법무부 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무부장관이 최종 결정을 합니다.  

북한이탈주민은 법상으로 한국인이기 때문에 별도의 국적취득 심사를 거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국내 체류를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부분도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을 난민 통계에 반영해도 역부족 

한국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의 존재가 난민을 덜 받아들이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한국은 '사실상 난민'이나 다름없는 탈북민을 많이 받기 때문에 난민을 추가로 받을 여력이 없다는 겁니다. 난민을 더 받으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한국정부는 비공식적으로 탈북민 때문에 받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해 왔습니다.

한국의 총 난민인정률(난민심사결정자수 대비 인정자 비율)은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1%대였다가 2022년 기준 2.03%으로 약간 올라갔습니다.  같은 기간 2022년 난민 신청자 1만1539명 중 인정받은 사람은 175명입니다. 난민인권센터는 "1%를 넘지 못하던 난민인정률이 3년 만에 2% 정도로 올라왔지만, 여전히 희박한 확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북한이탈주민을) 다 합쳐도 난민이 별로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인원수로 따져봐도 적습니다. 법무부 출입국 통계를 토대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539명이 난민인정을 받았고, 같은 기간 북한이탈주민 2543명이 입국했습니다. 이를 합치면 3082명인데요. 그 당시 미국이 연간 7만3000명, 호주가 1만1600명씩 난민을 받는 것에 비하면 적은 숫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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