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식당 테이블에 긁혀서 다치면 손해배상 가능할까?

  • 기자명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2023.09.15 16: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후 32개월 된 아이가 식당 테이블 밑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다가 다쳐 피가 났다며, 식당 업주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다는 부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생후 32개월 된 아이의 엄마 A씨는 지난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식당에서 아이 손이 긁혔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당시 A씨는 "아이가 테이블 밑 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다가 피가 났다"라며 "여기 위험한 게 있다고 말하면서 반창고 있냐고 물어보니까 (업주가)직접 사 오라고 말을 기분 나쁘게 하더라"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아이 손이 밑구멍에 닿는 걸 어른 눈높이에서는 안 보였다. 아이가 다치기 전까지는 구멍이 있는 줄 몰랐다"라며 "(식당 측에서)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배상 청구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 사이에서는 찬반 입장이 갈렸다. "식당 기물에 다친 거라 배상받을 수 있으니 당당하게 요구하라", "맘충 아니고 권리를 찾는 거다. 속상해 말고 보상 꼭 받길 바란다"라고 옹호하는 입장이 있는 반면, "식당 잘못은 없는 것 같다.", "기분 나쁠 수 있지만 사과나 배상을 따져야 할 상황은 아니다.", "맘충이다" 등 비난의 글도 있었다. 뉴스톱이 따져봤다.

지난 4일 32개월 아이의 부모 A씨는 한 커뮤니티에 "아이가 식당 테이블에 긁혀 손에서 피가 났다"면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냐"는 글을 올린 내용의 기사가 보도했다. 사진=네이버 캡쳐   
지난 4일 32개월 아이의 부모 A씨는 한 커뮤니티에 "아이가 식당 테이블에 긁혀 손에서 피가 났다"면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냐"는 글을 올린 내용의 기사가 보도했다. 사진=네이버 캡쳐   

식당업주와 식당손님은 민법상 계약관계다. 법적으로 식당 손님이 음식을 사먹는 행위는 일종의 계약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식당 업주는 손님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상태를 제공해야하는 '안전배려의무'가 있다. 식당 업주가 이를 위반하여 손님의 생명, 신체를 침해하고, 고객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 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식당 업주의 잘못으로 손님이 다치면,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식당 주인의 관리 과실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 법무법인 리더스 류광후 변호사에 따르면, 이번 사례에서 식당 업주의 잘못이 인정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해당 테이블의 구멍이 음식을 먹거나 만드는 기능과 무관하거나, 평소에 식당 손님들이 해당 구멍이 위험하다고 식당 주인에게 수차례 언급했음에도 업주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다.

제보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테이블 사진을 올렸다(아래 사진 참고). 식탁 상판과 다리 철제 프레임을 연결하기 위한 나사를 넣는 구멍으로 추정된다. 이런 구멍을 식당 주인이 일부러 뚫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제보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식탁 사진. 철제프레임 아래 구멍이 뚫려 있다. 식탁 상판과 다리를 연결하는 나사를 넣기 위한 구멍인 것으로 추정된다.
제보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식탁 사진. 철제프레임 아래 구멍이 뚫려 있다. 식탁 상판과 다리를 연결하는 나사를 넣기 위한 구멍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배상받기엔 해당 사례에서 보여지는 피해 정도가 경미하다. 법률사무소 더도움 이수경 변호사는 "손가락에 피나는 정도면 손해액이 경미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소송으로 가기엔 애매모호하다고 답변했다. 법무법인 리더스 류광후 변호사는 "이런 경우는 배상 청구 소송을 하더라도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손님이 식당 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배상받은 사례를 보면, 피해 정도가 크다. 지난 2016년 울산 남구에 있는 식당 놀이방에서 혼자 놀던 아이가 모형자동차에 발이 눌려 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아이의 부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식당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이에 대해 법원은 식당 주인의 책임을 50% 인정하고, 부모에게 21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지난 2012년 식당에서 넘어져 손님이 다치면 주인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있다. 서울 광진구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고 화장실에 가려고 신발을 신다가 바닥의 기름기에 미끄러지고 붙잡은 에어컨에 깔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손님은 이 사고로 갈비뼈 등을 다쳐 식당 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동부지법은 식당 주인이 손님에게 88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종합하면, 아이가 식당 테이블로 인해 손가락이 긁혀 피가나면, 부모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순 있다. 다만 식당 업주의 관리과실 책임부분이 모호하고, 경미한 문제다 보니, 아이 부모가 승소할 가능성은 적다.

한편, 식당에서 어린아이가 다치면, 식당 업주의 손님에 대한 안전배려의무와 부모가 아이를 돌봐야 할 의무가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럴 경우, 이익 형량을 통해 책임 소재를 따져볼 수 있다. 이익 형량은 충돌하는 기본권의 법익을 비교하고 형량해, 누가 어느 정도 더 책임이 있느냐를 따져보는 것이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문 법무법인 리더스 법률센터 류광호 변호사·법률사무소 더도움 이수경 변호사·한국소비자원 관계자 통화 내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