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공정한 기회와 미래를 주나?

  • 기자명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2023.03.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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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공채중 삼성 "청년에게 공정한 미래와 희망을 주기 위해"
삼성전자 내 성비 차이 논란...불공정 고과평가는 내부 불만

삼성에 새로운 인재들이 대거 들어올 예정입니다. 지난 8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는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시작했습니다. 삼성은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기 위해 국내 주요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고 합니다.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을까요? 뉴스톱이 삼성그룹 중 삼성전자 중심으로 인사 실태에 대해 확인해봤습니다. 

 

◈ '채용 성비 불균형' 다른 대기업보다 나은 점 없어

2022년 삼성전자 지속가능보고서의 'OUR EMPLOYEES' 부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재 제일'이란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인권, 다양성, 포용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 성별 제한 없는 채용 제도,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과 제안 청취, 성과 창출로 이어지게 하는 조직문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채용 시 여성보다 남성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삼성전자 내 직원 수는 총 12만827명으로, 남성(8만9102명)과 여성(3만1725명)이 약 2.8배 이상 차이 납니다. 마찬가지로 파견, 용역 등 하청업체 직원인 '소속 외 근로자'도 총 3만8492명으로 남성(2만6721명)이 여성(1만1771명)보다 약 2.3배 많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채용의 문제보다 애초에 삼성전자 직무와 관련된 전자공학과, 기계공학과 등 대학 학과에서부터 성비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자 관련 전공자들이 남성이 많기 때문에 차이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게다가 숫자로 보면 여직원 수는 3만명이 넘어 국내 모든 기업 중 가장 많았습니다. 여직원 연봉이 1억원이 넘는 기업 중 하나에 들어가도 했습니다.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도 삼성전자의 남녀 성비 차이가 더 벌어진 것은 아닙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발표한 '주요 대기업의 업종별 남녀 직원 수 및 평균 급여 비교 조사'에 따르면 매출 상위 150개 대기업의 2021년 전제 직원 84만여명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4%였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삼성전자 직원 중 여성 비율은 26.2%로 평균보다 약간 높았습니다(아래 그림 참고).  다만 국내 1위 기업으로서의 상징성을 볼 때 삼성이 남녀 성비 불균형 개선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공시시스템 

 

◈ 직원 75.1% "삼성 고과 신뢰할 수 없다" 공정성 화두

입사 후, 과정이나 결과는 공정할까요? 삼성전자의 고과 평가가 불공정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앞서 지난달 6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 등과 함께 '삼성 고과 제도의 현황과 폐해 실태 연구' 발표했습니다. 이날 연합뉴스, 매일노동뉴스, 프레시안 등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연구는 금속노조와 연구자들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삼성전자(354명)와 삼성SDI(91명) 직원 4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20명이 참여한 심층 면접 조사 등을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고과 평가는 신뢰할 만하다'는 항목에 부정적인 응답이 75.1% 였습니다. '고과 평가는 개인의 노력을 정확하게 반영한다’와 '승진이 투명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은 각각 76%, 70.3%입니다. 

삼성 고과 제도의 현황과 폐해 실태 연구 보고서 앞 면. 출처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삼성 고과 제도의 현황과 폐해 실태 연구 보고서 앞 면. 출처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해당 보고서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고과 평가 기준이나 산정 근거를 알 수 없고 ▲평가에 따른 상여와 승급의 보상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중간관리자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육아 휴직이나 병가 후 고과에서 차별적 ▲여성 차별 존재 등 불공정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조사 대상이 삼성전자 전체 직원 수에 비해 적은 숫자이긴 합니다. 하지만 심층 면접 조사에서 "법정 육아휴직 갔다오자마자", "손가락이 잘리는 등 안전 사고 후" 등 하위고과를 받았던 일부 사례들을 보면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등 노동법을 위반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소속 외 근로자들'의 경우 산업재해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노무사는 "과거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무나 클린룸(청정실) 안에서 청소하는 분들의 직업성 암 신청 사례와 인정받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며 "자동화 시스템으로 삼성 반도체의 경우 오퍼레이터 숫자 자체는 줄어들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했고, 현재 고과 제도를 개선합니다. 또 삼성전자 이 회장은 줄곧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경북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젊은 기술인재가 제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라며 학생들과 간담회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젊은 기술 인재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미래를 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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