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는 '비정상'거처? 국토부의 차별적 용어

  • 기자명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2023.05.1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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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주거취약계층' 지원 대책의 성과와 한계

지난 11일 원희룡 장관은 주거복지센터 현장 관계자 간담회를 진행하며 '튼튼하고 촘촘한 주거복지 지원'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러한 원 장관의 의지는 그간 주거복지 정책에 반영됐을까요? 앞서 지난 9~10일 주거·시민단체·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1주년 평가에서 주거복지와 주거취약계층 지원이 크게 후퇴했다고 비판했는데요. 이에 뉴스톱도 윤석열 정부의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현황을 짚어봤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비정상거처' 거주자? 지원 대상 규모도 파악 못하는 정부

윤석열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분양, ‘비정상 거처 거주자 지원’ 등을 내놨습니다. 그중 비정상거처 거주자란 명칭이 눈에 띕니다. 비정상 거처 거주자는 누구일까요? 반지하·쪽방·고시원·비닐하우스 등 일반 주택이 아닌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주로 주거취약계층, 비적정 주거 거주자 등으로 불렸는데요. 이 용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당시 제20대 대선 국민의힘 대선 공약집에 이어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제20대 대선 국민의힘 정책공약집과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서 사용되고 있는 '비정상거처 거주자' 용어. 이미지=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캡쳐.
제20대 대선 국민의힘 정책공약집과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서 사용되고 있는 '비정상거처 거주자' 용어. 이미지=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캡쳐.

일반 주택보다 열악한 건 사실이지만, 누군가가 살고 있는 공간을 정부 기관이 ‘공공의 언어’로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게 타당한 걸까요? 이에 대해 시민­주거 단체인 참여연대·민달팽이유니온·빈곤사회연대·한국도시연구소에 질의한 결과, 입을 모아 적절하지 않은 명칭이고 인권침해, 차별적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국토부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질의한 결과, 국토부 관계자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고, 대선 공약집으로 인해 사용하게 됐다고 답변했습니다. 다만 윤석열 정권에서 탄생 시킨 명칭은 아닙니다. 정책적으로 사용했던 시점은 거슬러 올라가 지난 2012년쯤 서울시에서 사용하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정부 때 활용했습니다. 이를 윤석열 정부가 가져온 모양새입니다.

이 '비정상거처거주자 지원'의 문제는 지원 대상자도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어떤 곳이 비정상인지 정상인지에 대해 정하지 않은 용어"라면서 "정부가 지원하려는 대상 규모도 제대로 모르고 있고, 기본적인 (지원 대상에 대한) 데이터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주거취약계층이 배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비정상거처 거주 범위에 반지하, 비닐하우스, 고시원을 모두 포함해 놓고, 정작 지원 대상은 30만~40여만 가구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토부에 지원 규모를 질의한 결과, 국토부 관계자는 "통계청 자료상 46만 가구”를 언급했습니다. 이는 반지하를 제외하고 '주택 이외의 거처' 인식하고 있는 것인데요.

현재 202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를 기준(외국인 포함)으로 지하 36만여 가구, 비닐하우스·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 47여만 가구로 총 84만여 가구입니다. 여기에 옥상 7만여 가구와 최저주거기준 못 미치는 거처에 사는 가구 규모까지 합치면, 주거빈곤 가구는 약 176여만입니다.

지원 대상과 인지하고 있는 지원 대상이 불분명한 모양새입니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지원해야할 규모가 더 있다고 판단해 "지원 요건에 맞는 사람들을 발굴해서 주거 상향을 지원"한다고 했습니다. 주거취약계층의 지원은 어떻게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 주거취약계층에 대출은 해주지만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삭감중

현재 '비정상거처 거주자'에게 최대 5천만원 무이자 최장 10년까지 대출해주는 사업을 신청해주고 있습니다. 이사비도 지원해 주겠다는데요.

문제는 정작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공공임대주택은 삭감 또 삭감입니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평가토론회'에서 공공임대주택예산 대폭 삭감하고, 공공 분양주택 예산으로 대폭 전환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는 5년간 공공임대주택은 14만4천호에서 50만 호로 3배 이상 늘어난 반면, 공공임대주택은 63만2천호에서 50만 호로 줄었기 때문인데요. 더욱이 저소득층(소득 4분위 이하)에게 공급 물량도 46만8천호에서 43만 호로 감소하는 동시에, 2023년도 공공임대주택 예산도 전년대비 22.3% 삭감된 17조5천억원 수준입니다. 

또 그는 "반지하 주택침수로 사망사고 이후, 주거취약 계층 주거권 확보와 안전을 위한 대책은 부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주택가격 하락기에는 낮은 가격으로 국가가 주택, 토지 등을 매수하여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이면서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의 필요성이 커지는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 역시 9일 '윤석열 정부 1년, 주거·부동산 정책 평가좌담회'를 통해 "서울시가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또한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주거급여의 보장성 강화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정부와 서울시가 동자동 쪽방 주민들을 위한 공공주택사업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월세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부동산 시장. 이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 비정상적인 곳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그럼에도 각종 규제를 푸는 것만큼 추진되지 않는 주거취약계층 정책. 무엇이 비정상일까요?

정부는 '튼튼하고 촘촘한 주거 안정'을 실현하려면, '주거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과감하게 확대해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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