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안] ③ 일자리 보장제는 기본소득보다 더 설득력 있는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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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안] ③ 일자리 보장제는 기본소득보다 더 설득력 있는 대안이다
  • 박가분
  • 승인 2020.08.0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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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경제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입어 기본소득제, 전국민고용보험제 등이 정치권에서 제기되었고 대안적 재정정책의 이론적 근거로서 현대화폐이론(MMT) 역시 검토되고 있다. 뉴스톱은 해외에서 검토되고 있는 또 하나의 유력한 사회경제시스템적 대안인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의 의미와 취지, 그리고 과제를 3회에 걸쳐서 짚어보고자 한다.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 시리즈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란 무엇인가

② 위기일수록 시민권을 강화하는 일자리 보장제

③ 일자리 보장제는 기본소득보다 더 설득력 있는 대안이다

 

1. 일할 권리를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것이 우선

지금까지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이하 일자리 보장제)의 배경과 문제의식 그리고 이론적 근거 등을 살펴보았다. 한 번 더 복기하자면, 일자리 보장제는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모든 사람을 정부가 정해진 (최저)생활임금으로 고용하는 제도이다. 이는 간접적 취업지원에 그친 그간의 일자리 정책과 달리 정부의 직접고용을 통해 완전고용을 달성한다는 점에서 이전 정책과 차별화된다. 일각의 인플레 우려와 달리 일자리 보장제는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으로 유휴 노동력 풀을 유지함으로써 오히려 시장임금과 물가를 안정시킨다. 게다가 일자리 보장제는 호황기에 규모가 줄어들고 불황기에 규모가 늘어나는 등 경기역행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궁극적으로 경기진폭을 줄이므로 재정적자로 비용을 충당해도 GDP 대비 정부부채 규모를 안정적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다. 이처럼 일자리 보장제는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을 달성할 뿐만 아니라 보편적 복지와 돌봄 그리고 사회적 시민권의 확장이라는 아이디어와 친화적이다. 또한 일자리 보장제는 그린뉴딜 같은 사회경제적 대전환기에 시민참여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고용불안정이 뉴노멀이 된 시대에 일자리 보장제 없이 뉴딜을 논할 수는 없다.

이번 차례에서는 일자리 보장제의 실제 실행과정에서 예상되는 과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만 그 전에 일자리 보장제의 주창자인 체르네바 교수의 다음 인터뷰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저는 항상 이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할 건데?” 제 생각에 이건 잘못된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우선 그것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같은 리트머스 테스트를 다른 프로그램에 적용하지 않아요. 우리는 공교육이 기본권이라는 걸 믿죠. 하지만 그것이 어디서나 잘 작동하나요? 아니, 물론 형편없이 운영되는 학교도 있죠. 그렇다고 이들이 행정상의 실패작이므로 없애자고 하나요? 그러지 않습니다. 다른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실업급여 제도가 붕괴하는 걸 보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등 일부 지역에서 실업급여 신청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실업급여 프로그램을 없애자고 말하나요? 그러지 않습니다.

출처: Vox, 30 million Americans are unemployed. Here’s how to employ them, 2020.05.04. 필자 번역.

 

 

시민들의 일할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한다는 개념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은 채 기술적 논의에 매몰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촘촘한 의료보험 제도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도 어디까지나 의료 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한에서만 의미가 있다. 정책과 제도를 설계할 때 사회가 어떤 권리를 보장하고 보호할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물어야 한다. 이처럼 일자리 보장제의 취지를 충분히 인지하고 난 뒤에야 현실적용 논의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2. 일자리 보장제의 유의미한 선례가 존재한다

우선 일자리 보장제의 유사 사례를 살펴보자. 멀리 보면 대공황기 미국에서 수많은 실업자와 빈곤한 예술가들을 공공근로사업에 참여시켰던 공공사업청(WPA; Works Progress Administration)이 있겠지만, 최근의 실험적 사례로는 아르헨티나의 Plan Jefes와 핀란드의 한 지역의 완전고용 실험을 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에 외환위기를 동반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2002년에 실업률이 21.5%까지 치솟았다. 실업구제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자 중앙정부는 GDP1%, 정부예산의 4.9%에 해당하는 비용을 들여 실업자에 대한 직접고용 프로그램을 개시했다(Kostzer, 2008). 해당 프로그램의 실제 운영은 지방정부가 담당했으며 각종 지역커뮤니티 프로젝트와 아동 돌봄 및 교육에 경제활동인구의 15%에 달하는 200만 개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비록 한시적 프로그램이었으며 대상도 18세 이하의 자녀, 임신한 여성, 장애인이 있는 실업가구 당 1인으로 한정했지만, 그 외 별도의 능력요건을 요구하지 않았고, 정부가 직접고용에 나섰다는 점에서 일자리 보장제와 유사했다. 실업에 대한 정부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긴축재정 기조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의의로 평가됐으며, 특히 해당 프로그램이 가정에 묶여 있던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점(프로그램의 지원자 3/4가 여성)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아르헨티나는 2002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적극적 고용정책에 힘입어 2003~2006년 사이 8~9%GDP 성장률을 회복했고, 실업률은 200221.5% 200610.4%로 감소했다. 생산과 고용이 안정되자 물론 환가치도 안정을 되찾았다.

△ Plan Jefes 프로그램의 여성 참여
△ Plan Jefes 프로그램의 여성 참여

핀란드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기본소득 실험을 떠올리지만 핀란드의 한 지역에서 완전고용 실험도 진행된 적이 있다. 핀란드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팔타모(Paltamo)1990년대 후반부터 심각한 고용위기를 겪자 2009-2013년 사이에 완전고용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ALMP)실험을 실시했다(Alaja & Kajanoja, 2017). 당시 이 지자체는 최소 하루 4시간 이상 일할 의사가 있는 모든 구직자에게 민간 일자리를 알선한 뒤 적합한 일자리가 없으면 지자체 예산으로 이들을 직접 고용했다. 비록 5년간 1,700만 유로의 재정규모로 진행된 소규모의 한시적 정책실험이었지만, 이는 전국적으로 일자리 보장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일으켰다. 이 실험은 시행 직전 19%에 달했던 실업률을 2011년 경 4%까지 낮추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 활력을 가져다줬고 시민들의 삶의 질과 건강수준을 높이는 성과도 거두었다. 특히 이 정책은 알코올 중독자나 가출청소년 등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을 한데 불러 모아 취업알선 뿐만 아니라 재활치료, 사회·의료보험 등의 종합 캐어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서 사회복지 분야에도 중요한 참고사례가 되었다.

이 외에도 대공황 시기 여러 정부들이 시행한 각종 공공근로사업 사례들을 발굴하고 연구·조사하는 것도 유의미한 작업이 될 것이다. 이들을 다룰 때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어떤 도덕적 진보와 사회적 개선을 가져왔는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WPA의 공공근로사업은 빈곤한 예술가들에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불러일으켰고 특히 소수인종과 여성의 사회참여를 유도하여 이후 각종 민권운동이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일화적인 사례이거나 국지적인 실험에 불과하다고 반론할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측은 지역적이거나 한시적인 정책실험에서 먼저 출발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최근 대중화된 기본소득론도 지금까지는 전국적 레벨에서 본격적·지속적으로 실시된 적은 없다. 기본소득과 마찬가지로 일자리 보장제도 유사 사례를 적극 연구하고 정책실험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3. 일자리 보장제의 비용은 실업의 비용보다 크지 않다

그렇다면 전국적인 수준의 일자리 보장제를 곧바로 도입한다면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까. 이와 관련해 레이(R. Wray, 1997)가 회계적 비용만을 간단하게 추산한 바 있다. 그는 1996년 기준 약 8백만 명의 실업자를 일자리 보장제로 고용할 때의 순비용을 약 250~500억 달러로 추정했는데 이는 당시 미국 명목 GDP의 약 0.3~0.6% 수준이다. 실업자 전부를 전일제 기준 시급 6.25달러로 고용할 때 총임금비용은 1,000억 달러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절약되는 사회보장 지출도 있다. 당시 미국의 실업급여 지출은 500억 달러, 유자녀 빈곤가계 보조금은 150억 달러, 푸드 스탬프는 200억 달러였으며, 그 외 각종 취약계층 보조금에 수십억 달러가 지출되고 있었는데, 일자리 보장제를 실시하면 이 중 최소 500억 달러 이상의 지출이 절약된다고 예상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 실업의 감소로 발생하는 각종 사회경제적 편익은 논외이다.

여러 자료와 방법론의 한계가 있지만, 레이와 유사한 방식으로(그러나 필자는 레이가 다소 낙관적으로 비용을 추정했다고 본다) 한국에서 일자리 보장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할 때 드는 인건비 예산을 대략 추산해볼 수 있다. 편의상 1년치 경제활동인구 데이터가 전부 주어진 2019년을 기준으로 2020년 최저임금을 적용해 계산해 보도록 하자. 이하의 비용-편익계산은 향후 보다 더 정교한 분석을 위한 시론 격의 논의이다.

 

△ 경제활동인구조사 고용보조지표 항목(출처 : 통계청)
△ 경제활동인구조사 고용보조지표 항목(출처 : 통계청)

통계청 고용보조지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불완전 취업자(Underemployed) 규모는 공식 실업자보다 세 배 이상인 3,516천명(실업자 1,063천명 + 잠재경제활동인구 1,703천명 + 시간관련추가취업가능자 750천명)이다. 그러나 이들 전부가 일자리 보장 프로그램에 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 중 더 나은 처우의 민간부문 ()취업을 노리거나, 원하는 일자리가 노동시장에 존재하지만 탐색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는 기존의 취업알선 및 직업훈련 프로그램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중 얼마만큼 일자리 보장제에 응할 것인가?

이를 짐작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일자리 정보 사이트인 워크넷 자료를 이용해보자. 이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구인자 수는 135만 명이고 구직자 수는 278만 명이었다. 이 중에서 실제 취업한 인원은 70만 명이었다. 구직자 수에서 취업자 수를 빼면 미취업 인원(208만 명)을 구할 수 있는데 이들 중에서 스킬 불일치(구조적 요인)나 직업탐색 지연(마찰적 요인) 등의 미스매치 요인으로 생긴 미취업자와 그 외 일자리 자체가 부족해 발생하는 미취업자들이 있다. 후자의 규모는 구직자 수에서 구인자 수를 빼면 구할 수 있는데(장재호·홍현균, 2008) 그 수는 144만 명이다. 단순한 가정이긴 하지만 편의상 마찰적·구조적 미스매치 요인에 의한 미취업자는 이미 존재하는 더 나은 조건의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일자리를 계속 탐색하는 반면 노동수요부족으로 인한 미취업 인원은 정부의 최저임금 일자리 제공에 응한다고 가정하자. 그 비율을 단순대입하면 불완전 취업자 중 68.7%인 약 2,417천명이 일자리 보장제에 지원할 것으로 추산된다.

 

 

△ 워크넷 구인 구직 동향(출처 : e-나라지표)
△ 워크넷 구인 구직 동향(출처 : e-나라지표)

 

여기에 드는 연간 인건비를 계산해 보자. 20201인당 최저임금 기준 연봉은 21백만 원이다. 여기에 더해 고용주가 부담하는 사회보험료와 초과수당 및 각종 복리후생에 드는 간접노무비도 고려할 수 있다. 일자리 보장제 성격에 가장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복지서비스업(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기준으로 이를 반영하면 일자리 보장제에 1인당 드는 인건비는 연간 26백만 원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일자리 보장제에 응하는 인원이 1년간 고용된다고 가정하면(실제로는 경기회복 양상에 따라 다수가 민간부문으로 이행할 것이다) 인건비는 연간 최대’ 63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9년 명목 GDP의 약 3.3% 규모로 과거 레이가 미국기준으로 추정했던 비율보다 훨씬 크지만 레이의 경우 명시적 실업자와 최저임금 기준 기본급만 고려했다는 점에서 우리와 계산 방법이 다르다. 만일 레이처럼 일자리 보장제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실업자와 직접 인건비 기준으로만 보수적으로 추정하면 일자리 보장제에 연간 23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19년 명목 GDP1.2%에 해당한다.

한편, 앞서 보았듯 일자리 보장제는 다른 사회보장성 정부지출을 절약한다. 한국의 경우 2019년 기초생활보장예산은 약 13조원으로 편성되었다. 또한 2019년 고용보험 지출은 약 14조원이었다. 여기에 레이가 추정했듯이 이들 중 절반인 약 13조 원 가량의 지출을 절감한다고 보면 일자리 보장제의 회계적 순비용은 연간 10조에서 50조원 사이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명목 GDP0.5~2.6%로 예상된다다만 인건비 외에도 일자리 보장제를 운영하는 데 드는 간접비(Overhead Cost)가 추가되겠지만 구체적인 추정은 본고의 분량으로 다루기 어려우므로 논외로 해 두자. 다만 이는 통상적으로 인건비의 10~20%로 추산된다.

이러한 일자리 보장제의 제반 비용은 일자리 보장제의 경제적 편익에 비하면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 연간 200~40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국민 기본소득에 비하면 같은 보편주의적 사회경제정책이면서 인건비 총액 기준 연간 최대 63조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자리 보장제가 더 비용 효율적이다. 게다가 우리는 아직 실업의 비용을 이야기하지도 않았다. 일자리 보장제를 도입할 때 행동경제학에서 흔히 말하는,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한 인간의 손실혐오(Loss Aversion) 편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일자리 보장제의 비용문제를 제기하는 측은 실업의 비용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실업 자체의 잠재적인 경제적 기회비용은 이들이 취업했더라면 얻었을 추가적인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이다. 이는 취업자 1인당 명목 GDP에 실업자 규모를 곱함으로써 단순시산할 수 있다(Kaboub, 2017). 이는 일자리 보장제를 시행할 때 얻는 경제적 편익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취업자 1인당 연간 GDP2019년 기준 7천만 원이지만 일자리 보장제의 주된 분야라고 생각되는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서비스업(국민계정) 기준으로 보면 1인당 57백만 원이다. 후자의 금액에 기초해서 (불완전 취업자 중 시간관련추가취업가능자를 제외한 인원만 감안해)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일자리 보장제를 통해 얻는 경제적 편익은 약 109조원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것은 직접적인 경제적 편익일 뿐이며 그 외에도 노동자들의 소득증가로 인한 지출증가와 경기 활성화 등의 파급효과, 실업으로 인한 사회문제의 감소, 경제활동을 매개로 한 사회통합 등의 편익도 있다.

일자리 보장제의 비용계산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혹자가 오해하는 것과 달리, 일자리 보장제는 인구의 일정 부분을 영구히 공공부문에 묶어놓겠다는 발상과 다르다. 일자리 보장제는 기본적으로 민간 유휴노동력의 저수지 역할을 하는 동시에 민간부문으로의 취업을 매개하는 일자리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일자리 보장제 비용을 계산할 때 정책의 도입으로 인한 경기개선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일자리 보장제가 실현되고 그에 따라 노동자의 소득과 지출이 증가해 경기가 개선되면 최초에 고용해야 했던 실업자와 불완전 취업자 규모는 당초보다 줄어든다. 이러한 동태적 경제모델에 기초한다면 향후 일자리 보장제의 비용-편익에 대한 보다 정교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일자리 보장제 비용 및 편익 관련 고려해야 할 항목>

비용

편익

인건비

(기본급, 초과수당, 복리후생, 사회보험 etc)

사회보장지출 절감

(기초생활수급비 및 실업급여 etc)

실업자 고용으로 인한 경제적 편익

(생산 증가 및 실업의 경제적 기회비용 감소)

간접비

(관리감독, 직업훈련, 상담, 장비·비품, 임대료 etc)

노동자 소득증가지출증가로 인한 승수효과

(경기 활성화 및 일자리 보장제 지출 감소)

실업의 사회적 비용 감소

(실업으로 인한 사회문제 감소와 사회통합 증진)

 

4. 일자리 보장제의 거버넌스 구조

일자리 보장제를 시행하는 데 있어서 여러 사회 주체들이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길항하느냐에 따라 일자리 보장제의 모습도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다 일치하라는 법은 없기 때문에 갈등관리도 중요하다.

우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계설정이 중요하다. 앞서 본 대공황기 WPA의 공공근로사업뿐만 아니라 핀란드 및 아르헨티나의 사례에서 그러하듯 일자리 보장제 도입시 지자체가 일자리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사회 내 사회서비스 및 돌봄에 대한 수요현황을 더 잘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장 인력 중심으로 일자리 보장제를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형태로 운영하든 일자리 보장제의 재정적 수요를 중앙정부가 탄력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완성된 형태의 일자리 보장제라 할 수 있다.

한편 중앙정부가 주도해 국가적 프로젝트에 일자리 보장제 지원자들을 참여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상기했듯이 미국의 경우 샌더스와 오카시오-코르테스 같은 진보 정치인들은 일자리 보장제를 그린뉴딜과 결합시키는 방안을 구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젝트 사업 외의 일상적인 사회서비스와 돌봄 그리고 인프라 유지정비 등은 주로 지자체가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일자리 보장제의 전국적 적용 방안을 실험하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특정 지자체가 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산업 공동화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고 취약계층이 많은 지자체가 핀란드의 팔타모처럼 자발적으로 일자리 보장 실험에 응할 수 있다.

또한 일자리 보장제의 성패는 시민참여가 좌우한다. 일자리 보장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는지에 대한 감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체르네바와 같은 논자들은 사회적 기업과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일자리 보장제에서 정부는 시민단체가 겪는 만성적 재정난과 인력난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으며 시민단체 역시 시민참여와 아이디어 제공으로 정책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지역의 시민단체와 사회적 기업은 빈곤, 교육, 돌봄, 주거, 환경 등의 지역문제들을 장기간 다루며 시장이 제공하지 못한 사회적 가치를 전문적으로 창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근거해 시민단체와 사회적 기업이 일자리 보장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할 수도 있다. 예컨대 정부는 재원을 조달하고, 사회적 기업은 실험하고, 기존의 시민단체들이 프로젝트를 제안, 관리, 운영(Tcherneva, 2014) 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이들 단체의 대표성 확보는 물론 도덕적 해이 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일자리 보장제에 어떻게 참여할지도 관건이다. 의외로 전통적 노동운동을 중시하는 측에서 일자리 보장제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가장 큰 노동조직인 AFL-CIO는 지난 2019년에 오카시오-코르테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면서 그린뉴딜과 같은 새 일자리 정책이 기존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일자리 보장제에 대해서 비슷하게 반응할 공산이 있다. 또한 노동조합주의 이념을 고수하는 활동가들은 정부가 기존 산별노조 및 단체교섭의 틀을 우회해 다수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정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으로 대규모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함으로써 역으로 시장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기에 일자리 보장제에 반대하는 노동조직도 있을 수 있다. 이에 일자리 보장제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 관계라는 관점을 공유해야 하고, 제도운영에 있어서도 노동조합의 참여통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일자리 보장제는 그동안 노동계가 요구했던 근로시간단축과 최저임금인상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제도라는 점을 잘 설득해야 한다.

일자리 보장제에서 민간기업도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일자리 보장제는 민간부문의 실업자를 정부가 고용하면서 노동규율을 유지하고 인적자본의 유실을 방지하므로 궁극적으로 기업에게도 이익이다. 이들은 경기가 회복되면 일자리 보장제 아래에 있던 노동자들을 재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의 기여와 후원도 중요하다. 예컨대 민간부문으로의 일자리 이행을 더 원활하게 하도록 일자리 보장 프로그램 내의 직업훈련 및 상담 프로그램을 설계·운영하는 데 기업들도 동참시킬 수 있다.

 

5. 일자리 보장제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안

마지막으로 일자리 보장제와 관련해 어떻게 매력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더 나아가 제도의 수용성을 높일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때의 과제는 (1) 미스매치 극복 (2) 원활한 민간부문 이행 촉진 (3) 민간 일자리와의 차별화 등이 있다.

막상 일자리 보장제를 도입하면 예상과 달리 비용이 아니라 저조한 참여율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서 실업의 일정부분은 노동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문제에 의해 일어난다고 했는데 일자리 보장제 내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일자리 보장제는 기본적으로 고정임금제이기 때문에 가격메커니즘이 아닌 계획에 의한 할당(Allocation)으로 노동력을 배치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직무 난이도가 높거나 선호도가 낮은 분야에 대한 참여의 유인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지가 과제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단일임금체계보다는 (일부 국가에서 산업·직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경우처럼) 일정한 보수의 차등을 두어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일자리 보장제는 시민참여 및 봉사의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유인 외에도 공공의 대의에 대한 헌신 등 정치사회적 동기부여도 필요하다.

일자리 보장제에서 정부는 실업이라는 전형적 시장실패에 맞서 실업자와 고용주를 연결하는 노동시장 조성자(Market maker) 역할도 수행한다. 이때 일자리 보장제가 어떻게 미취업자 특히 청년 취업준비생에게 유의미한 경력 및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우선 공공부문 채용시 일자리 보장제의 이력을 적극 반영하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민간 고용주들도 일자리 보장제 내 직업훈련 프로그램 설계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한편 노동시장의 위계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일자리 보장제가 또 다른 낙인내지는 하층 신분으로 고착되지 않도록 공공부문 내 과도한 임금격차 해소도 동반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자리 보장제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부문 일자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일자리 보장제가 도입되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줄 수밖에 없는 한계 영세자영업자들의 상당수가 일자리 보장제 부문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합의된 최저임금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부문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일자리 보장제에서 생산하는 재화 및 서비스가 시장재와 경쟁적 관계에 놓일 경우 추가적으로 또 다른 민간 일자리들을 대체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돌봄, 지역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 및 유지보수 등 비시장 서비스나 그 동안 시장에서 과소공급된 재화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자리 보장제가 개입할 수 있는 이러한 차별화된 분야는 굉장히 넓다. 실제로 현실 자본주의는 일상의 사회적 관계와 문화적 수준 그리고 인프라를 재생산하는 데 생각만큼 효율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Hail the Maintainers라는 과거 화제의 칼럼이 지적했듯, 자본주의가 요란하게 선전하는 혁신(Innovation)이면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거대한 인프라가 존재해야 하는데 정작 이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일상의 노동은 점점 주변화 되는 문제가 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교통·통신·발전 설비를 유지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내놓고 일하지만 여전히 외주화로 대표되는 불안정 저임금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를 재생산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시장에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는 수많은 그림자 노동들이 존재한다. 일자리 보장제는 자본주의의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는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

△ 고 김용균 생전모습(출처: 위키피디아)
△ 고 김용균 생전모습(출처: 위키피디아)

 

6. 나가며 더 나은 사회경제적 대안을 위해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서문에서 마르크스는 인간은 항상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을 제기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자리 보장제도 일견 거창한 프로젝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동안 인간이 보여준 사회적 상상력과 실행력의 범주 내에 있다.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는 노동력의 사회적 재분배 기획이라는 점에서 소득과 자산의 재분배보다 더 행정적으로 난이도가 높아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구축한 각종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와 의료보험제도의 복잡성을 감안한다면 이는 결코 불가능하거나 공상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와 글로벌 불평등 심화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사회와 같은 시대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득과 부의 재분배뿐만 아니라 노동력의 재분배까지 함께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그 동안 진보정치가 중요의제로 논의했던 사회적 시민권의 확장, 돌봄 노동(그림자 노동)의 소외 극복, 지역사회 공동체 복원 등을 실질적으로 이룩하기 위해 단순한 정치적 수사와 선언 그리고 개개인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의 강요를 넘어 (고용불안 계층을 포함한) 다수의 시민이 행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 기획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기본소득뿐만 아니라 일자리 보장제를 함께 유력한 대안으로 논의해야 한다.

앞서 봤듯, 기본소득론과 비교해 봐도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가 훨씬 더 유연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이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발표된 한 지자체 연구보고서 설문조사에서도 다수 응답자들은 고용보험과 실업급여 등 사회적 이전지출 확대보다 일자리의 보장제 도입이 더 시급하다고 봤다. 이처럼 국민 다수가 사회경제적 어려움의 근본이 일자리에 있다고 보기에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기존 사회보장제도와의 정합성 측면에서도 일자리 보장제의 이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세입에 기초한 재분배 제도인 기본소득은 전국민에게 정액을 지급할 경우 보편적 증세를 꺼내들거나 기존 사회복지제도 재원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다. 반면 (기본소득과 달리) 본격적인 경제정책의 성격을 가지며 경기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는 (정부 균형재정에 대한 미신만 걷어내면) 재원의 상당부분을 재정적자로 충당해도 되기 때문에 기존 세입 기반 사회보장제의 골격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정부의 탄력적 재정운용 또한 보장한다.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를 당장 시행하는 데 드는 비용도 전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낮으며 제도를 운영함에 따라 더욱 더 비용 효율적으로 변한다. 화폐소득의 재분배를 넘어 시장에서 거래되지 못하는 사회적 가치(ex. 돌봄과 문화예술 후원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등)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물론 기본소득과 일자리 보장제가 반드시 모순되는 패러다임은 아니다. 예컨대 일자리 보장제의 틀 내에서 노동 없이도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본소득적 요소를 가미할 수 있다. 혹은 고용보험을 보다 더 확장해 사실상의 기본소득처럼 운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처럼 기본소득과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의 문제의식을 함께 결합한다면 사회경제적 대안에 대해 보다 더 풍부하고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참고문헌>

-논문 및 단행본

Alaja and Kajanoja. 2017. ‘Paltamo Full Employment Experiment in Finland: A Neo-chartalist Job Guarantee Pilot Program?’ in M.J. Murray, M. Forstater (eds). The Job Guarantee and Modern Money Theory. New York: Palgrave Macmillan.

Kaboub, F. 2017. ‘Financial Sovereignty and the Possibility of Full Employment in Saudi Arabia’ in M.J. Murray, M. Forstater (eds). The Job Guarantee and Modern Money Theory. New York: Palgrave Macmillan.

Kostzer, D. 2008. ‘Argentina: a case study on the Plan Jefes y Jefas de Hogar Desocupados, or the employment road to economic recovery’ Working Paper No. 213. Levy Economics Institute of Bard College.

Tcherneva, P.R. 2014. ‘The social enterprise model for a job guarantee in the united states’. Policy Note. Levy Economics Institute of Bard College.

Wray, L.R. 1997. ‘Government as Employer of Last Resort: Full Employment without Inflation.’ Working Paper No. 213. Levy Economics Institute of Bard College.

-기사 및 보고서

김을식김재신. ‘코로나19 고용 충격, 위기 대응과 뉴 노멀의 모색’, 이슈앤진단. No. 422. 경기연구원.

장재호홍현균. 2008. ‘워크넷자료를 이용한 지역별 구직자 미스매치 분해’. e-고용이슈. pp.1-18. 한국고용정보원.

LAB2050. ‘Part 4. 제안: 국민기본소득제의 모델과 재원’, 2019.10.27.

Vox. ‘30 million Americans are unemployed. Here’s how to employ them’. 2020.05.04.

AEON. ‘Hail the maintainers’. 2016.04.07.

*필자 박가분은 '공정하지 않다'(2019), '혐오의 미러링'(2016),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2014), '일베의 사상'(2013), '(공저)무엇이 정의인가(2011)' 등 단행본과 '암호화폐, 지급 수단인가 투기적 자산인가?(2019)' 등 논문을 출간했다. 제1회 창작과 비평 사회인문평론상을 수상('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 2014)했고 현재 청년단체 진보너머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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