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현재의 대학이 유지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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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현재의 대학이 유지될 수 있을까?
  • 더사실포럼
  • 승인 2020.09.0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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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사실포럼 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등 교육의 변화 방향

“참된 덴마크인은 가난하지만 신으로부터 받은 녹색의 대지를 보살피고 꽃을 피우며 열매 맺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친구, 인간의 자유와 독립, 고귀한 자부심, 명예, 존엄을 파괴하는 언론의 폭력과 학자의 오만과 싸우는 자다”

-그룬트비, 덴마크 민중학교 호이스콜레의 설립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사람의 일상을 바꿨다. 지난 1학기, 한국의 대학들은 모든 수업을 전면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고, 결국 시험도 비대면 온라인으로 실시하게 됐다. 코로나 초기, 교육부의 원격수업 20퍼센트 제한 권고 때문에 우왕좌왕하던 대학들은, 개강이 시작된 후에야 모든 수업을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준비 없이 시작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당연히 충실할 리 없었고, 여러 대학의 학생회는 등록금 반환 소송을 시작했다.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야기된 학생들의 소송과 부모들의 불만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제기되고 있었던 대학의 위기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수백년이 넘도록 지식 습득 위주로 진행되오던 대학의 교수 중심 수업은, 결국 대학을 취업양성학교로 전락시켰고, 대학에 서열을 매겨 입학 성적이 평생의 경력을 좌지우지하는 방식으로 한국에 학벌사회의 적폐를 양산해냈다. 코로나 이전부터 대학의 기능과 본질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바로 그 논의에 기름을 부운 격이 된 셈이다. 제도권의 대학이라는 시스템은 분명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 위기는 새로운 교육 방식을 시도하는  대안 대학의 설립으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몇 십년 간, 미국 대학을 모델로, 엄청난 교육비와 학벌에 시달린 선진국에선 이미 다양한 대안대학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 사례들 중 대표적인 것만 꼽아도, 덴마크의  폴케호이스콜레(Folkehojskole)국제 시민 학교(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카오스필로츠(KaosPilots)프랑스의 에콜42(Ecol42),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 그리고 한국의 지식순환조합 등이 있다.   

이미 1848년에, 덴마크의 그룬트비는 학생들에게 죽음을 위한 교육이 아닌 삶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철학으로 민중학교 폴케호이스콜레를 설립했다. 폴케호이스콜레에서는 18세에서 25세까지 학생들이 시험도 짜여진 강의 계획서도 학점도 없는 배움의 기회를 갖는다. 그들은 기숙사에서 다른 학생들과 유대감을 쌓으며,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다른 학생들과 협동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배운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앞으로 자신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발견하는 기회를 교육하는 셈이다.

그룬트비는 이미 170여년 전에 새로운 방식의 교육을 제안했다. 그림출처: www.vingle.net/posts/779615
그룬트비는 이미 170여년 전에 새로운 방식의 교육을 제안했다. 그림출처: www.vingle.net/posts/779615

 

국제 시민 학교는 이름 그대로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로 구성된국제 학교로, 실천하는 세계 시민을 배출한다는 목표로 설립되었다. 이 학교는 다양한 워크숍 프로그램은 물론 다양한 세계 문화를 체험하는 행사와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교육과정으로 유명하다. 카오스필로츠는 3년 과정으로 사회에 긍정적 변화와 변환을 창조하기 위한 기업가, 지도자, 변화를 만드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이다. 기업 지도자 과정은 능력 개발, 인성 육성, 목표에 대한 감각 등을  훈련하고 연습한다. 학생들은 여러 분야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비즈니스 디자인, 직무에서 새로운 접근을 배우기 위한 프로젝트 디자인,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 프로세스 디자인 등의 프로그램을 배운다. 카오스 필로프의 졸업생들의 대다수는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거나 시민활동가가 된다.

프랑스의 에콜42는 자비에 니엘과 니콜라스 사디락이 설립한 학교로 프랑스를 비롯해 18개국에 캠퍼스를 가지고 있으며, 무료로 코딩 훈련을 하는 학교다. 24시간 일주일 내내 열려있는 이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같이 수행하며 코딩을 배운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수이기도 하며, 공식적으로 채용된 교수가 없고 학위도 없으며, 심지어 학비도 없다.

강의실 없이 7개국의 기숙사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미네르바스쿨은 지식 습득 위주와  교수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 2012년 벤처 사업가 벤 넬슨이 설립한 혁신 학교다. 미네르바스쿨은 자체 제작 플랫폼인 포럼™(Forum™)으로 실시간 양방향  온라인 수업을 한다. 학생들은 책이나 논문 등을 읽고 공부를 한 후에, 포럼™을 통해 교수와 토론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는데, 토론은 주로 학생들이 주도한다. 그리고, 포럼™과 함께 기숙사가 있는 나라들이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 체험과 기업과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교육에 참여한다. 미네르바스쿨의 철학은 우리 시대의 가장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한국에도 대안대학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여러 시도들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식순환조합이다. 지식순환조합은 공감과 협력을 교육 이념으로 내세운 학위없는 2년제 대안 대학이다. ‘모두를 위한 교육’, ‘모두에 의한 교육’으로 대학 교육의 대안을 제시한다. 학생들은 한 학기동안 배운 내용에 대한 시험 대신 ‘학예발표회’를 통해 평가를 받는다. 지순환은 한국에 얼마 되지 않는 대안대학 중 대표적인 기관이다.

대안대학들이 내세운 교육 방식 중 무엇이 가장 좋은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대안대학에서 학생들은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협업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인재로 성장한다. 다양한 대안대학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학생들이 교육과정에서 지식을 능동적으로 습득하며, 그 경험이 결국 졸업 이후에도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훈련으로 체화되어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과정을 경험하고 졸업한 학생들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더욱 독립적으로 적응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대학이 마구 설립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세상엔 지식을 얻는 다양한 경로가 생겼다. 대학은 이제 과거의 지식을 전수하는 것 뿐 아니라, 그 지식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를 위해 사용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현재의 대학 시스템 하에서, 학벌보다 능력이라는 말은 공염불일 뿐이다. 새로운 시대의 대학교육은 새로운 부대에 담아야 한다.

대안대학이라는 시도는 이미 빠르게 진행 중이고,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대학의 낡은 민낯은 더욱 빠르게 공개될 것이다. 이미 대학생 자녀의 강의를 부모가 함께 듣는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대학에 대한 사회적 압력은 비대면 강의라는 방식을 통해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한국 대학들은, 다가오는 인구절벽 외에도 혁신적 교육방식을 가진 대안대학과의 경쟁과 대학 교육에 대한 불만 해결이라는 삼중고를 맞닥뜨리고 있다.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의 인기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한국에서 교육 문제, 특히 대학 입시는 뜨거운 감자다. 대학 입시는 지난 반세기동안 한국사람의 운명을 결정해온 심판대였다. 하지만 이제 그 무시무시한 심판관 대학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고작 바이러스 한 종 때문에 시작된 기묘한 상황이, 이제 한국 대학들을 혁신의 심판대로 몰아 넣고 있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대학은 이제 더이상 존속할 수 없다.

덴마크의 그룬트비는 이미 200여년 전에 대학 교육의 허상을 깨닫고 교육의 본질이 삶에 있음을 주장했다. 이제 우리의 대학교육도 그동안 우리가 경시했던 삶에 더욱 다가갔으면 좋겠다.

 

"만약 학교가 진정으로 삶에 이로운 교육기관이 되려면 학교는 교육도, 학교 자체도 그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 오로지 삶만이 그 필요조건이 되어야 한다."

- 그룬트비


필자 정현희는 물리학과에 입학해서 우여곡절 끝에 좋은 지도교수님 덕분에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덜대칭 초전도체의 질서 계수에 대한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과학자의 길을 벗어나 이공대생을 위한 일반물리와 인문대생을 위한 과학을 강의하고 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공부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변화하려고 노력중이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더사실포럼(더나은사회실험포럼)은 과학기술계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네트워크다. 과학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한국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전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모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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