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집단면역' 이야기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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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집단면역' 이야기는 이제 그만!
  • 더사실포럼
  • 승인 2020.10.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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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사실포럼 칼럼] 코로나19 집단면역 현 상황, 그리고 언론의 역할

10월 6일 스웨덴 확진자 수가 786명으로 지난 6월 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1일 목요일 752명으로 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로이터 통신발 보도가 전해진 뒤에 또다시 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아직 더 지켜봐야겠으나 다른 유럽국가와 마찬가지로 스웨덴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다시 늘고 있는 추세가 분명해 보인다. 스웨덴의 방역 전략에 대한 오해를 정리해봐야 할 시점이다.

우선 스웨덴이 집단 면역을 시도했던 것은 사실이다. 스웨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대책 설계자로 알려진 수석 역학자 안데스트 테넬이 공식적으로 집단 면역 전략을 주장한 적은 없다. 그러나 전임자 요한 기세케와 지난 3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테넬이 집단 면역을 통해 감염확산이 멈출 것을 기대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테넬의 전임자 요한 기세케는 지난 5월 학술지 <랜싯>에 기고한 글에서 4월말에 스톡홀름 광역에서 지역 인구의 20-25%에 해당하는 50만 명 이상이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것으로 예측했다. 테넬 본인도 5월 8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인터뷰에서 5월 말까지 스톡홀름 인구의 40%가 코로나19에 면역을 갖게 될 거라고 말했다. 스웨덴 보건부도 이와 비슷하게 5월 1일까지 스톡홀름 인구의 3분의 1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것라는 추정 내놨다.

 

집단면역에 집착했지만...스웨덴 코로나19 감염 최고치

그러나 스웨덴의 집단 면역 시도는 실패했다. 이후 발표된 연구 결과 실제로는 스톡홀름 인구의 7.3%만 코로나19 항체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넬은 집단 면역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다. 테넬은 8월 9일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7월 이후 스웨덴 감염자수 감소가 나타난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면역을 가진 사람의 증가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전체 스웨덴 인구의 20% 또는 30%가 면역을 가지고 있어서 그러한 감소가 나타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6월에 발표된 또다른 연구에서는 5월말까지 스웨덴 인구의 6.1%만 코로나19에 대한 항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에 못 미치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면서 이후 테넬과 보건부 관계자들은 스웨덴이 집단면역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방역을 추구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하지만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을 보면 그는 여전히 집단 면역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스웨덴 국민이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데 더해 인구의 면역 수준이 서서히 증가하는 것도 감염자 수가 줄어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러한 두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감염자 수를 낮게 유지해준다고 말했다. 테넬은 스웨덴이 집단 면역을 시도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락다운했다가 푸는 것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방역을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써 "우리는 다른 많은 나라들이 겪고 있는 2차 확산을 겪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웨덴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다시 증가 추세이며 중환자실 환자수도 10월 1일까지의 3주 동안 두 배나 증가했다. 국가별 감염 확산은 시간적으로 다를 수 있다. 지난 봄에도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의 다른 유럽국가의 인구당 감염자수는 3~4월에 최고치에 도달한 반면, 스웨덴의 인구당 감염자수는 6월에 피크에 도달했다. 9월 23일자 머니S 기사2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기사를 인용하면서 <스웨덴 집단면역 옳았다.. 확진자, 영국의 50%>라는 제목을 달았다. 같은 날 조선비즈도 <확진율 스페인의 12분의 1..스웨덴 '집단면역' 실험 통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웨덴이 연일 낮은 누적 확진자 수를 기록하며 다른 유럽 국가들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썼다. 하지만 이날 스웨덴 확진자 수는 553명으로 7월 4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다시 증가할 조짐을 보였다. 9월 25일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에서도 스웨덴 집단면역에 대한 언론의 주장을 반박하며 스웨덴 전략이 아직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이언스 기사 화면 캡처
사이언스 기사 화면 캡처

스웨덴 정부, 과학자 의견 철저히 무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스웨덴 정부가 느슨한 방역 정책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과학자들을 철저히 무시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사이언스> 10월 6일자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마스크조차 권하지 않는 스웨덴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고 더 적극적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과학자들이 <과학포럼 COVID-19>이란 모임을 결성했지만 이들의 의견은 묵살당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비웃음 거리가 되고 일부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역 병원에 근무하는 한 안과 의사는 마스크를 쓰고 환자를 진찰한다는 이유로 상사에게 두 번이나 질책을 당했다. <사이언스> 기사는 호흡기내과 의사 병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는 이유로 고용 계약이 갱신되지 않은 호흡기내과 의사의 사례도 들고 있다.

과학자를 무시하고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는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트럼프와 미국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스웨덴 사례를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다. 코로나19에 걸려 군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트럼프 대통령은 스웨덴 방식의 집단 면역을 방역 대책으로 검토하겠다며 이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회의를 열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24일 안과의사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 폴 랜드가 스웨덴과 집단면역에 대한 거짓주장을 펼쳤다가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앤서니 파우치 박사에게 망신을 당했다. 파우치 박사는 랜드 상원의원에게 당신은 정말 말을 제대로 듣질 않는다며 말 끊지 말라고 손까지 들어가면서 작정하고 가르쳤다. 스웨덴은 이웃 스칸디나비아 국가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뉴욕 감염률 22% 집단면역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마 세상에서 당신 혼자일 거라고 꾸짖었다. 파우치 소장의 지적처럼 스웨덴은 주변 국가에 비해 감염자 수도 많고 사망자 수도 많다.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사망자 수를 다 합친 수치의 4.7배가 넘는다. (스웨덴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대한민국 사망자 수의 거의 14배에 달한다.) 인구 천만 명이 조금 넘는 스웨덴의 사망자 수가 6천 명에 육박하는 것은 요양원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병원 중환자실이 포화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요양원에서 마약성 진통제만 투여받으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도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과거 스웨덴의 복지국가 이미지는 퇴색하고 사회적 안전망이 약화되었음을 지적한다.

아직 전세계적 코로나19의 확산은 계속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어느 나라의 방역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웨덴의 느슨한 방역을 지지하는 과학적 근거보다는 반대되는 증거가 더 많이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사이언스> 기사는 <과학포럼 COVID-19>의 일원으로 활동 중인 분석 화학자 앤드루 어윙의 다음과 같은 인터뷰로 마친다. “저는 세계의 나라들이 ‘스웨덴이 한 걸 우리도 한 번 해보자’고 할까 걱정입니다. 하지만 스웨덴은 이미 너무 많은 사망자를 냈습니다.” 스웨덴 집단 면역에 뭔가 대단한 비밀이 숨어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기사는 이제 그만 볼 수 있길 바란다.


*필자 정재훈은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후 캐나다 토론토에서 약사로 일했다. 다수의 매체를 통해 음식과 약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정재훈의 식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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