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와 조민의 '입시비리' 비교할 수 있을까... 사실에 근거해 따져봤다

  • 기자명 김정은 기자
  • 기사승인 2023.02.15 13: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유라 '승마대회 단독출전하고 1위, 중고등 무단결석했지만 출석인정, 이화여대 입시특혜'
조민 '허위 인턴경력, 입시 자소서에 해당 경력 기재, 낙제했는데 지도교수로부터 장학금 받아'
두 사람 모두 '행정처분', 모친과 부친은 '징역형'
곽상도 전 의원... 아들 50억 원 퇴직금으로 받았는데 1심에서 '무죄'
반복되는 입시비리 막기 위해서는 언론의 '감시'가 생명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조민 씨의 인터뷰는 사전 녹화됐다. 사진=방송인 김어준 유튜브 갈무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지난 6일 방송인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조씨는 "조국 전 장관의 딸이 아니라 조민으로 당당하게 숨지 않고 살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는데요. "(논란이 된) 표창장으로 의사가 될 수 없다"며 "그 당시에 입시에 필요했던 항목들에서 점수는 충분했고,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조민씨의 공개행보가 이뤄지자, 같은 날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내 승마선수로서의 자질은 뭐가 그렇게 부족했길래 너네 아빠는 나한테 그랬을까?"라며 조씨를 비판(아래 사진 참고)했습니다. 

정유라 씨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조민 씨를 비판했다. 사진=정유라 씨 페이스북 게시글 갈무리

정유라 씨의 페이스북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씨와 조씨의 의혹을 비교하며 "누가 더 억울한지" 판단하는 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게시글을 살펴보면 '사실'보다 진영논리에 따른 '주장'이 가득하곤 합니다. 둘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있을까요? 정씨와 조씨를 둘러싼 의혹과 이들이 받은 처분을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 정유라와 조민에 얽힌 의혹, 공통점은 "부모가 부추긴 입시비리"

ⓛ 정유라... 단독출전-1위 → 중고등 무단결석-출석인정 → 이화여대 입시특혜

먼저 최서원 씨의 자녀 정유라 씨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정씨는 경복초등학교에 재학하던 2007년부터 전국승마대회에 출전해 1위를 휩쓸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씨의 경기실적증명서가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정씨의 성적이 어렸을 때부터 우수했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그런데 <서울경제> 보도에 의하면 정씨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참가했던 '마장마술 초등부' 4경기 연속, 출전자는 단 한 명 '정유라' 씨뿐이었습니다. 한 명이 출전하는데도 대회가 열릴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원래 마장마술 경기는 3명 이상이 참가해야만 시상을 할 수 있었지만, 정씨가 출전한 당해에 1명이 참가해도 종목이 개최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승마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승마협회는 "(경기) 활성화 차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정유라 씨는 청담고등학교 재학 시절 전체 출석률이 57%에 불과해 '출석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청담고등학교는 2017년 정씨를 퇴학 처분했다. 사진=중앙일보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정유라 특혜 의혹 정리> 갈무리

이후 선화예술중학교 성악과에 입학한 정유라 씨는 중학교 3학년이던 2011년, 당시 총 수업일수 205일 중 100일도 되지 않는 86일만 출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12년 청담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공결과 질병 등으로 무단결석을 일삼았는데,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정씨의 고등학교 전체 출석률은 57%에 불과했습니다(위 사진 참고). 그리고 그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14년, 정씨는 국가대표 자격으로 인천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했습니다. 당시 정씨는 자신의 말로 알려진 '로얄레드'를 타고 남자선수 3명과 한 팀을 이루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정씨의 승마실력도 메달을 획득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이 금메달이 대학 입시에 불공정하게 사용됐다는 점입니다. 정유라 씨는 2014년 9월 20일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정씨가 지원한 이화여대 체육특기자전형 원서 접수 마감일은 그보다 5일 전인 9월 15일이었습니다. 당시 교육부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면접당일인 10월 18일 입학처장은 면접위원 사전교육(오리엔테이션) 도중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강조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학시절의 '특별대우'도 논란이 됐습니다. 정씨는 수업에서 과제물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점수를 받거나, "마음속에 메트로놈 하나놓고 달그닥 . 훅 하면 된다"와 같이 기본적인 맞춤법을 지키지 않은 과제를 제출했는데도 학점을 받았습니다. 

 

② 조민... 허위 인턴경력 → 대학교ㆍ의전원 지원시 허위경력 기재 → 낙제했는데도 장학금 수령

이번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조민 씨를 둘러싼 의혹을 살펴보겠습니다. 조민 씨는 2007년 외국거주자 특례전형으로 한영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 장관후보자이던 2018년, 조민 씨가 고등학교 재학중 참여했던 '반짝' 인턴경력이 대학과 대학원 입시에 작용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조민 씨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와 공주대학교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약 2주간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논문 제1저자와 제3저자로 등재됐습니다. 의학계는 제1저자의 위상을 다른 공동저자보다 높이 여기는데,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조씨가 주요 저자로 등재된 것이 알려지자 '입시비리' '허위경력' 등의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MBC>는 조민 씨가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에 지원할 당시, 단국대와 공주대에서 수료한 인턴경력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1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해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된 '7가지 혐의'가 모두 유죄로 확정된 것이다. 사진=SBS뉴스 <정경심 4년형 확정...대법 "딸 조민 '7대 스펙' 허위"> 갈무리

이 외에도 조씨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어학원 교육원 보조연구원 활동, ▲부산 아쿠아팰리스 호텔 인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경력 등을 대학원 입시에 활용하기도 했습니다(위 사진 참고). 

학교 진학 과정에서 이용된 '허위 경력'뿐만 아니라, 조민 씨가 부산대 의전원에 진학한 뒤 낙제를 했는데도 지도교수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한국일보>는 조씨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6학기 연달아 장학금을 받아 모두 1200만원을 수령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장학금을 받기 직전과 수령 후에도 몇 과목에서 낙제해 유급을 당했는데도, 지도교수로부터 매학기 장학금을 지급받은 겁니다. 당시 지도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부에 뜻이 있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급하는 일종의 '면학장학금'"이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 비슷한 듯 다른 듯, 두 사람의 '입시 비리'... 행정처분 결과는?

정유라 씨와 조민 씨는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까요? 두 사람 모두 본인은 학교로부터 '퇴학 및 입학취소' 등 행정처분을, 모(부)친은 입시비리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아래 사진 참고). 

정유라 씨와 조민 씨의 '입시 비리' 의혹을 정리했다. 얼굴 사진=MBC뉴스데스크 갈무리, 제작=미리캔버스, 뉴스톱

이화여자대학교는 2016년 12월 정유라 씨에게 '퇴학'과 '입학취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듬해 3월 청담고등학교도 정씨에 대해 '졸업취소'와 '퇴학처분'을 내렸습니다. 수많은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결과, 정씨의 최종 학력은 '중학교 졸업'으로 남게 됐습니다. 검찰은 정유라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습니다. 비록 정씨 본인이 재판을 받지 않았지만, 그의 모친인 최서원 씨는 딸의 대학교 입시 및 학사 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조민 씨 역시 지난해 4월 부산대로부터 의전원 '입학취소'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조민 씨가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해, 의전원 입학취소 처분이 정지된 상황입니다. 그러나 고려대학교는 부산대의 처분이 나온 지 이틀만에 조씨의 입학을 취소해 의전원 처분취소 소송판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편 조민 씨의 모친 정경심 전 교수는 자녀의 입시 비리 등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1월 징역 4년이 확정됐고, 부친 조국 전 장관은 지난 2월에 이뤄진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 뉴스톱 검증 결과, 둘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없어... 언론도 '사실'에 기반한 보도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판결문과 언론보도에서 드러난 '사실'만으로 조민 씨와 정유라 씨의 의혹을 검증한 결과, 뉴스톱은 "누가 더 억울한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사안 모두 '입시 비리' 의혹과 함께 모친과 부친의 다양한 범법 행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부모찬스"라는 공통점은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입시비리 의혹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아들이 50억 원을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수령한 혐의로 기소된 곽 의원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입니다. 곽 전 의원은 조민 씨의 '장학금 특혜' 의혹이 불거졌던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많은 청년들이 조국 장관 아들, 딸의 아버지, 어머니 찬스에 환멸과 진절머리를 느끼고 있다"고 비판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정유라 조민'을 검색하면, 둘의 외모를 비교하거나 이들의 발언을 단순 나열한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네이버 갈무리

한편 일부 언론은 의혹과 관계없는 정유라 씨와 조민 씨의 외모를 비교하거나, 단순히 이들의 '주장'을 나열하기도 했습니다. 불공정한 입시비리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언론과 시민들의 사실에 기반한 '감시'가 중요합니다. 언론의 본령이 '권력감시'인 만큼,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어뷰징(오용) 기사'보다는 맥락을 전달해 독자의 판단을 돕는 기사를 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