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다이어트 여성들, 밥 한 그릇 다 비우면 어떻게 되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4.0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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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한민국 당정의 쌀 정책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여성 다이어터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당차원에서 논의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남아도는 쌀 문제를 다이어트 하는 여성들이 밥 한 공기를 다 먹음으로써 풀 수 있다는 접근 방식이다. 도대체 말이 되는 걸까? 뉴스톱이 따져봤다.

먼저 조수진 의원이 뭐라고 했는지 원문을 살펴보자

▶ 조수진 : 그러면 쌀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우리 민생119에서 나온 것은 제가 KBS에만 처음 이야기를 드리는 것이고.

▷ 최경영 : 네, 말씀하십시오. 고맙습니다.

▶ 조수진 : 가령 우리 지금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지금 가슴 아픈 현실 아닙니까? 그렇다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논의를 한 거예요.

▷ 최경영 :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 조수진 : 네. 그러니까.

▷ 최경영 : 두 공기 먹기 뭐 이런 거요?

▶ 조수진 : 여성분들 같은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러나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칼로리가 낮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간다든가 어떤 국민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이것은 언론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지금 농가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외국인 노동자 유치 문제입니다. 또 올 초부터는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모내기가 시작이 되거든요.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들을 유치하고 돌보기 위해서는 기숙사가 반드시 필요해요. 그런데 각 자치단체마다 지금 기숙사 시설이 뒷받침이 안 된 곳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대한 현황을 둘러보자는 의견이 개진이 됐고 또 이것은 모내기 철이 되면 우리가 한번 그 현장을 답사를 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중요한 것은 모내기를 하기 위해서는 물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지금 전반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비가 내리는 아침, 굉장히 반갑고 상쾌하게 맞았습니다.

조 의원은 남아도는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당 차원에서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김기현 체제 1호 특별위원회인 '민생 119위원회'의 위원장이다. 지나가는 소리로 한게 아니라 당 차원에서 쌀소비 대책으로 진지하게 검토했다는 뜻이다.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쌀이 다른 식품에 비해 오히려 칼로리가 낮다는 점을 알려서 쌀 소비량을 늘리겠다는 접근이다. 황당하다. 그러나 일단 팩트체크를 해본다. 첫번째는 여성 다이어터들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해서 추가로 소비되는 쌀의 양이다.

◆ 분석1. 조수진 제안대로 해도 쌀 총소비량은 늘지 않는다

조 의원은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두 공기 먹기 이런 거요?”라고 재차 묻지만 “다이어트를 위해서 밥을 잘 먹지 않는 여성분들이 많다”고 말한다. 식당 고객이 공기밥을 반만 먹었다고 치자. 그럼 남은 반 공기는 어디로 갈까? 정상적이라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간다. 밥 한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전체 쌀 소비량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고봉밥 주기 운동이나, 공기밥 1+1 주기(먹기) 운동을 하면 모를까. 이건 해법이 될 수 없다.

많이 양보해보자. 국민의힘과 조수진 의원은 다이어트 하지 말고 밥 잘먹자는 뜻이었다고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수사 운운하겠지. 그걸 이해 못하면 기자질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계산해봤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 분석2. 다이어트 시도 여성이 한 공기 더 먹기 시작하면 국내쌀이 부족해진다

질병관리청의 2021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체중감소 시도율’이라는 항목이 있다. 체질량지수 23kg/㎡ 미만인 사람 중 최근 1년간 본인의지로 체중을 감소하려고 노력했던 비율이다. 여기에는 과체중과 비만인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편의상 이 비율을 토대로 우리나라 여성들 중 체중감소를 시도한 ‘다이어터’ 인원 수를 계산했다.

통계청 인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여성인구는 2135만8119명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19세 이상의 체중감소 시도율 35.6%를 대입해 계산한다. 그럼 대략적으로 우리나라 19세 이상 여성 760만3490명이 체중감소를 시도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분들이 모두 밥을 반그릇씩 더 먹는다고 가정해보자. 밥 한 그릇에 들어가는 쌀의 양은 100g이다. 따라서 삼세끼 모두 밥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밥 더 먹기 운동으로 이해하자)에 동참했을 때 1인당 하루에 150g의 쌀을 더 섭취하게 된다. 이를 365일로 환산하면 4162억9109만7429g, 4억1629만1097kg, 연간 41만6291톤을 더 소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남아도는 쌀은 얼마나 될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 양곡연도 쌀 생산량은 376만톤, 소비량은 353만톤으로 추정됐다. 생산량이 23만톤 많다. 생산은 했는데 소비하지 않으니 남아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이 다이어트 여성 밥 한 공기 다 먹기를 추진하고 모든 여성들이 이에 동참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쌀 초과생산량을 모조리 소비하는 것을 넘어 쌀 부족 사태가 닥칠 수 있다. 쌀 생산량이 부족하던 1950~1960년대 무렵 미국이 지원해준 밀가루를 바탕으로 '분식(혼식) 장려 정책'을 펼쳤던 게 떠오른다.

 

◆ 분석3. 쌀은 밀가루보다 낮지만 옥수수·고구마보다 2~3배 칼로리가 높다 

두번째는 "밥이 다른 식품보다 칼로리가 낮다"는 주장이다. 밥을 먹을 때 반찬도 먹는다. 빵을 먹어도 샐러드, 계란 등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을 때가 많다. 따라서 밥의 칼로리가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 쌀과 주요 곡물의 100g 당 열량을 비교해봤다.

출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식품의약품안전처

100g 당 열량은 쌀 366㎉, 밀(박력 밀가루) 374㎉, 귀리 382㎉ 등으로 나타난다. 옥수수는 118㎉, 고구마는 147㎉이다. 밀가루나 귀리보다는 칼로리가 낮지만 옥수수, 고구마에 비하면 쌀이 2~3배 정도 열량이 많다.  열량이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적합하다고 말하려면 쌀보다는 고구마나 옥수수를 추천해야 사리에 맞는다. 다른 음식은 유지하고 밥만 한 공기 더 먹으면 여성들 살이 얼마나 더 찔지는 계산이 어렵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의문은 왜 다이어트 여성만 밥을 한 공기 더 먹자고 제안했냐는 것이다. 다이어트 남성도 격려를 해야 하지 않을까.

"여성 여러분, 쌀 값이 떨어지니 눈질끈 감고 다이어트 포기하고 밥 한 그릇 뚝딱 비우십시오." 이게 2023년 대한민국 집권여당이 펼치는 쌀 초과 생산분 해소 대책이다.  대통령은 "쌀 가공식품이 개발하고 판매가 돼야 쌀값도 좀 안정되지… 국수도 만들고 빵도 좀 만들고…”라고 언급하고, 농식품부는 맛있고 수확량 많은 쌀을 시장에서 퇴출시킨다. 이건 2023년 대한민국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다. 뭔가 좀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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