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호주가 벤치마킹한 K-광고규제는?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6.2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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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나라 호주... 강력한 정크푸드 광고 규제 추진
한국 제도 참고했다는데... 우리는 솜방망이

호주 의회에  어린이 대상 정크푸드 광고를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각종 미디어를 통한 ‘건강하지 않은 음식’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이 법안이 정의하는 정크푸드는 사탕/과자, 음료수, 스낵, 디저트, 패스트푸드 등 굉장히 광범위합니다. 이것들을 빼면 먹을 게 없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죠. 법안을 발의한 호주 의원은 “영국, 아일랜드, 칠레, 노르웨이, 멕시코, 태국,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약 40개국이 이미 정크 푸드 광고를 규제하고 있거나 규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정크푸드 광고를 금지하고 있을까요? 뉴스톱이 알아봤습니다.

출처: 호주 ABC뉴스 홈페이지
출처: 호주 ABC뉴스 홈페이지

◈호주의 정크푸드 광고 규제법안

호주 공영방송 ABC뉴스는 지난 19일 “어린이 비만을 해결 위한 정크푸드 광고 규제법 발의”라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호주 하원의 무소속 소피 스캠스(Sophie Scamps) 의원은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30분 사이에 TV, 라디오, SNS, 구독 및 스트리밍 서비스 등에서 건강하지 않은 음식(unhealthy food)의 광고가 금지됩니다.

스캠스 의원은 호주의 심각한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아동 비만으로 인해 호주 의료 시스템이 지출하는 비용이 매년 약 118억 달러(한화 약 10.3조원)에 이른다고 말했습니다. 호주 보건 복지 연구소(Australian Institute for Health and Welfare)의 최신 수치에 따르면 호주 어린이의 4분의 1이 비만이거나 과체중입니다. 호주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호주 성인의 거의 3분의 2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품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 ‘정크 푸드’ 소비를 부추기고 있으며, 정크 푸드 섭취가 결국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진단에 따라 규제 법안을 내놓게 된 겁니다.

스캠스 의원은 호주 의회에서 “정크 푸드 회사는 인플루언서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자신이 건강에 해로운 제품을 먹고 폭식하는 영상을 게시하고 사람들에게 이를 모방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우리 아이들은 TV를 켜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온라인에 접속할 때마다 그들의 건강을 희생시키면서 이익을 얻으려는 회사에 의해 희생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호주정부위원회건강위원회 홈페이지
출처: 호주정부위원회건강위원회 홈페이지

◈호주는 어떤 음식 광고를 규제하나?

스캠스 의원의 법률안대로 통과되면 호주에서는 가정식 이외에는 거의 광고를 할 식품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규제가 가해집니다. 탄산음료를 비롯한 가당음료, 사탕/과자류(Confectionery), 짭짤한 스낵(Savoury snacks), 달콤한 스낵(Sweet snacks), 디저트, 아이스크림, 빙과류가 광고 규제에 해당됩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음식들도 대부분 광고 제한 대상입니다. 튀김류(너겟, 스프링/치코 롤, 핫도그, 튀긴 딤섬), 고기 튀김(부스러기/코팅/튀김/반죽을 입힌 고기, 닭고기, 생선 또는 해산물), 햄버거, 피자, 나초, 핫 칩, 웨지, 해시 브라운 또는 이러한 품목과 함께 제공되는 모든 식사, 나초, 타코, 또띠아 요리, 케밥, 핫도그, 소시지, 프랑크푸르트, 베이컨, 살라미 소시지와 같은 가공육 또는 이러한 품목이 포함된 식사, 파이와 소시지 롤을 포함한 짭짤한 페이스트리, 밀크셰이크, 진한 쉐이크가 대상(윗 그림 참조)입니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 말고는 광고할 것이 없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게다가 앞서 짚었던 바와 같이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하루 대부분이 광고 금지 시간입니다. 호주 미디어들이 식품회사로부터 받는 광고가 엄청나게 줄어들 것 같네요.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
출처: 뉴스톱
출처: 뉴스톱

◈우리나라의 정크푸드 광고 규제

스캠스 의원은 우리나라를 콕 집어 정크푸드 광고를 규제하는 나라로 지목했습니다. 사실일까요? 우리나라는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이 법에 따라 어린이 기호식품 중 고열량·저영양 식품과 고카페인 함유 식품은 장난감 판촉물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했구요. 고열량·저영양 식품과 고카페인 함유 식품에 대한 광고는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TV에서 방송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다만, 인터넷과 SNS 등 어린이가 많이 접하는 매체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스캠스 의원의 말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규제 수위는 어떨까요? 우리나라 어린이식생활법은 간식용 식품과 식사대용 식품으로 나눠서 고열량·저영양 식품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간식용 식품은 과자/캔디류/빙과류, 빵류, 초콜릿류, 가공유류/발효유류/아이스크림류, 어육가공품 중 어육소시지, 음료류 중 과·채음료/탄산음료/유산균음료/혼합음료가 속하구요. 조리식품 중엔 제과·제빵류 및 아이스크림류가 속합니다. 이 간식류 가운데 ▲1회 섭취참고량당 열량 250kcal를 초과하고 단백질 2g 미만인 식품 ▲1회 섭취참고량당 포화지방 4g을 초과하고 단백질 2g 미만인 식품 ▲1회 섭취참고량당 당류 17g을 초과하고 단백질 2g 미만인 식품 ▲1회 섭취참고량당 열량 500kcal를 초과하거나 포화지방 8g을 초과하거나 당류 34g을 초과하는 식품 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식사대용 식품은 용기면 중 유탕면류/국수, 즉석섭취식품 중 김밥/햄버거/샌드위치, 조리식품 중에 햄버거, 피자가 속합니다. 이 식사대용 식품의 고열량·저영양 식품 기준은 ▲1회 섭취참고량당 열량 500kcal를 초과하고 단백질 9g 미만인 식품 ▲1회 섭취참고량당 열량 500kcal를 초과하고 나트륨 600mg을 초과하는 식품. 다만, 면류(용기면만 해당한다) 중 유탕면류/국수는 나트륨 1000mg을 적용 ▲1회 섭취참고량당 포화지방 4g을 초과하고 단백질 9g 미만인 식품 ▲1회 섭취참고량당 포화지방 4g을 초과하고, 나트륨 600mg을 초과하는 식품. 다만, 면류(용기면만 해당한다) 중 유탕면류/국수는 나트륨 1000mg을 적용 ▲1회 섭취참고량당 열량 1000kcal 초과하거나 포화지방 8g을 초과하는 식품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기준이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실 텐데요.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어린이 기호식품 알림e 서비스에 들어가셔서 제품명을 검색하시면 해당제품이 고열량·저영양식품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보건복지부
출처: 보건복지부

◈우리나라 비만 실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40여개국의 정크푸드 광고 규제를 벤치마킹했다는 호주인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어린이/성인 비만 실태는 어떨까요? 우선 성인부터 살펴보면요. 19세 이상 우리나라 남자 성인의 비만 유병률(윗 그림 참조)은 46.3%입니다. 여성은 26.9%, 전체 성인은 37.1%가 비만입니다. 중고생은 남자 17.5%, 여자 9.1%가 비만이구요. 6~18세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은 남자 19.5%, 여자 12.7%. 전제 16.2%입니다. 호주보다 조금 상황이 낫기는 한데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초등학생들만 놓고 보면 심각한 상황이긴 마찬가집니다.

출처: 교육부
출처: 교육부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중 비만은 18.7%, 과체중 12.7%로 나타납니다. 과체중 이상인 초등생이 전체의 31.4%를 차지하는 것이죠. 호주는 4분의 1이 비만이거나 과체중이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초등생들은 10명 중 3명이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셈이죠. 성인의 경우에는 2020년 15세 이상 인구 중 키와 몸무게 측정에 의한 과체중 및 비만 비율은 37.8%로 나타났습니다. 호주는 3분의 2가 과체중 이상이라니까 우리나라가 덜 심각한 상황이긴 합니다. 그러나 초등생 3분의1이 과체중 이상인 현실은 정말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아이들이 8~13년 정도 지나면 성인이 되는 것이니까요.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은?

결국엔 집에서 조리해 먹는 음식이 가장 건강한 음식입니다. 간편식 말고요. 간편식은 대체로 나트륨 함량과 당류 함량이 높습니다. 달고 짜고 자극적이어야 사람들이 맛있다고 느끼고 그래야 많이 팔린다는 게 통념이니까요.

간식도 가급적 어린이기호식품품질인증을 받은 제품을 골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도 어린이 기호식품 알림e 서비스에서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귀찮고 바쁘고 피곤하고 힘들어도 품들여서 밥을 해줍니다. 그런데 잘 안 먹어요. 이럴 때 정말 곤란한데요. 아이가 배고픔을 느낄 때까지 물 이외의 먹을 것을 주지 말라고 식약처는 강조합니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을 때는 30분 정도 지나면 식탁 음식을 치우고요. 산책과 운동 등을 해서 신체활동을 늘리는 것도 식욕부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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