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 수달'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3.04.1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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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진우 박사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2017년 서울에 4마리의 수달이 확인된 이후, 수달의 삶을 모니터링하고 보호활동하는 여러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한강을 비롯한 고덕천, 성내천, 탄천, 중랑천, 샛강, 홍제천, 불광천 등 여러 하천에서 발견되었다. 이에 서울시가 지난해 실태 조사한 결과 15개체가 생존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첫 번째 핵심 전략으로 ‘자연과 공존하는 한강’을 위해 생태경관보호지역을 확대하고, 콘크리트호안을 자연형으로 복원하고, 풍성한 숲을 조성하고, 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출처: 서울수달보호네트워크
출처: 서울수달보호네트워크

생물학적으로 ‘서울수달’이 따로 구분된 건 아니지만, 이솝 우화에 나오는 ‘시골쥐와 서울쥐’ 처럼, 대도시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수달의 삶은 다르다. ‘시골수달’은 과거와 달리 하천개발과 오염, 로드킬 영향으로 서식지가 타격을 받고 있지만, 인간의 간섭이 적어 낮에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서울수달’은 자연형 하천 정비사업으로 먹이가 풍부해진 서울에 정착하게 되었지만, 위협 또한 만만치 않고 인간의 활동을 피해 숨어있다 야간에 활동한다. ‘서울수달’은 서울시민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발전되어야 할까.

‘서울수달’이 한강뿐만 아니라 여러 지천에서 출몰하고 있어 서울 하천 대부분이 수달의 서식지 또는 이동통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수달이 온다는 것은 한강과 지천의 자연성 회복을 향한 꿈과 방법을 구체화한다. 수달이 오는 하천에는 삵과 너구리도 오고, 물고기도 오고, 철새도 오게 되며, 수달의 서식은 하천 생명의 다양성을 가져온다. 한강 및 지천에 살아가는 수달이 시민들의 사랑과 보살핌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 한강둔치에서 발견된 수달입니다. 자세히 보면 세마리가 있다고 합니다. 출처: 서울수달보호네트워크
서울 한강둔치에서 발견된 수달입니다. 자세히 보면 세마리가 있다고 합니다. 출처: 서울수달보호네트워크

그러나, ‘서울수달’ 귀환의 의미가 훼손된 자연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희망이라 보기에는 살아가는 형편이 녹록지는 않다. 자연성 회복 사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조로운 호안, 깊은 수심, 개방된 공간이 많으며, 들개의 공격과 무분별한 이용자와 낚시꾼에 쫓겨 살아가는 수달은 온몸이 상처투성이다. 똥에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섞여 나올 정도로 열악하다. ‘서울수달’ 모든 개체의 상황을 정확히 조사하고, 위협요인과 개선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수달은 수계를 따라 선형으로 이동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수중보와 댐 등으로 단절이 심하고, 인위적이고 단조로운 수변을 지닌 서울의 하천환경에서, 다양한 유전자와 접하기 어려워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기에 불리한 형편이다. 그래서 1974년 팔당댐 완공 이후 서울의 수달은 지역적으로 절멸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지금도 수많은 횡단구조물과 각종 수상시설로 인해 수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따라서 서울에 수달이 15개체의 생존을 알린 것을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서울시가 펴낸 ‘한강 수달 서식현황 조사 및 적정 관리방안(2022)’에 따르면, 앞으로 유전자 분석을 더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으나, 지금으로선 단절된 수생태계로 인해 근친 교배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에서 발견된 수달 사체입니다. 아직도 서울은 수달이 살아가기엔 썩 좋지 않은 환경이라고 합니다. 출처: 서울수달보호네트워크
서울에서 발견된 수달 사체입니다. 아직도 서울은 수달이 살아가기엔 썩 좋지 않은 환경이라고 합니다. 출처: 서울수달보호네트워크

서울의 하천환경은 사람이 이용하기 좋은 곳으로 점점 개발되고 있다. 탄천생태경관보전지역, 중랑천하류철새보호구역과 상류지역 또한 수달의 서식지로 확인되고 있지만, 수달을 비롯한 야생동물 서식지로서의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 철새보호구역 시민조사단의 조사에서 중랑천 철새보호구역에 관찰된 천연기념물 원앙의 개체수가 예년보다 4분의 1로 줄어든 것은 상징적인 현실이다.

철새들의 개체수가 줄어든 이유는 △갈대 등 기존 하천 식생을 모두 제거한 것 △철새들이 있는 수변 가까이 휴게시설 및 전망시설을 설치한 것 △하천과의 완충지대를 줄여서 콘크리트 산책로를 설치한 것 등이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철새보호구역에 철새들의 개체수가 줄어들 정도라면, 다른 야생동물들의 서식 환경도 안녕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서울시의 하천개발 계획은 점점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에 모처럼 찾아온 수달이 만약에 점점 사라져간다면, 서울시의 책임이 크다. 이번에 서울시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고서에는 서울 전역 수달의 서식 흔적 분포가 상세한 지도에 실려있다. 멸종위기야생동물의 위치는 서식처 훼손 우려로 대개 공공데이터의 열람과 공개가 제한된다. 서울시가 수달의 위치를 공개한 만큼 그에 따른 서식처 관리의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한다.

출처: 서울수달보호네트워크
출처: 서울수달보호네트워크

2022년 3월 22일 ‘물의날’을 기념하여 서울수달보호네트워크는 시민과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수달 포럼을 개최했다. 여러 발표와 토론을 거쳐 중요한 결론을 도출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첫째, 수달이 잘 살기 위해서는 하천의 자연성 회복이 중요하다. 둘째, 서울시민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수록 문화콘텐츠 접근이 중요하다. 셋째, 수달 보호와 하천의 생태적 관리를 위한 서울시의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환경부도 도시하천의 무분별한 이용과 생태훼손을 제어해야 한다. 다섯째, 서울의 상징동물을 수달로 지정하여 브랜드하자. 여섯째, 서울수달 뿐만 아니라 타지역의 수달 보호활동과 협력하고 연대하자.

‘서울수달’은 서울시민의 관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키고 정서적인 친화적 관계성이 높아져 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콘텐츠를 일구어내고, 시민들이 열정적으로 자연을 가꾸고, 보호하고, 보살피고, 연결되어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쓰담쓰담 수달씨, 홍달이, 달달이, 수달언니들, 달수클럽, 서울동물시민 등 수달과 친구가 되어가는 시민들의 활동과 캠페인이 더욱 다채롭게 확대되어야 한다. 서울시민의 인식과 정서적 유대감을 키우는 우리의 수달 ‘서울수달’이어야 한다.

출처: 서울수달보호네트워크
출처: 서울수달보호네트워크

‘서울수달’을 기록하고 돌보는 시민과학자의 활동이 ‘서울수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데 크게 이바지해야 한다. 시민과학 데이터가 경험적 지식으로 생산 및 공유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해석 및 시각화가 중요한데 전문가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 시민인식 증진에 사용할 ‘서울수달’의 특성 분석과 브랜드화를 위해 장소별 다양한 스토리콘텐츠를 도출해야 한다. ‘서울수달’은 대체로 시민들과 언론매체에 관심과 환영을 받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달의 포식성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거나 이들이 하천 이용공간을 뺏어간다며 혐오하는 시민들도 있어 인식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수달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가운데, 관리당국의 친환경 하천관리 성과로 과도하게 홍보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하천개발의 면죄부이자 볼모로 이용되는 소지도 있다.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붕괴 시대에 되돌아온 ‘서울수달’은 서울시에게 하천 관리에 대한 생태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하천 개발을 멈추고, 서식 환경을 위협하는 시설들을 철거하고 자연회복력을 키워야 한다. 오세훈시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그레이트 한강 및 지천르네상스 사업에서도 수달 서식처 보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수달보호 활동 시민단체들은 몇년 전부터 서울시에 체계적인 대책을 촉구해 왔다. 서울시가 수달 서식지 보호에 진정성과 의지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는 수달보호 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해야 한다. ‘서울수달’ 보호를 위해 서울시민들에게 하천 자연성 복원의 비전을 홍보하고 시민들로부터 광범위한 관심과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우리는 돌아온 ‘서울수달’과 함께 새로운 기회를 맞이해야 한다. ‘서울수달’이 멸종되거나 다시 시골로 내려가지 않고 서울시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출처: 한국수달연구소
출처: 한국수달연구소

 

‘시골수달’이 행복할까 ‘서울수달’이 더 행복할까?

‘서울수달’을 행복하게 살게 만드는 시민과학자들의 활동이 성과를 맺기 위해서는 하천을 이용하는 서울시민이 수달 보호활동을 얼마나 지지하고 동참하게 할 것인지, 하천을 관리하는 서울시가 얼마나 협력하고 정책을 펼칠지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 과정의 사회적 의미와 성과에서 ‘전국수달’을 행복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국민적 관심과 동력을 도출할 수 있다.

작성자: 최진우 박사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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