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中 바르고, 日 먹고, 美 입는데 돈 쓴다? → 대체로 사실 아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4.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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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표본 통계의 과도한 해석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구입하는 상품은 무엇일까? “中 바르고, 日 먹고, 美 입는 데에 지갑 활짝 열어” 대한상의가 내린 결론이다. 과연 그럴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대한상의
출처: 대한상의

◈대한상의, ‘외국인 관광객 선호 K-상품군’ 조사결과 발표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26일 최근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트렌드를 분석한‘외국인 관광객 선호 K-상품군’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대한상의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한국관광을 마치고 출국하는 외국인 관광객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선호 상품부터 한국에서 경험한 쇼핑에 대한 만족도와 개선점까지 다룬다. 조사결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상품군은 의류 및 피혁류(30.8%), 화장품 및 향수(30.0%), 식료품(29.3%) 등으로 나타났다. 건강보조제4.0%, 한류상품 2.5%, 전자·전기제품 2.5%, 캐릭터용품 1.0%은 선호도가 낮았다.

관광객의 출신 권역별로 보면, 최근 방한이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 등 아시아 관광객은 화장품(38.5%)을 으뜸 지출품목으로 꼽았다. 이어 식료품(32.7%), 의류 및 피혁류(22.6%)에 지갑을 열었다. 반면 미주와 유럽 관광객은 의류 및 피혁류(각 39.6%)를 가장 많이 샀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수 상위 3개국인 중국, 미국, 일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쇼핑품목은 달랐다. 중국인 관광객의 75.8%는 화장품 및 향수 지출이 가장 컸다. 미국인 관광객의 43.4%는 의류 및 피혁류를 선택한다고 답했고, 일본인 관광객은 식료품(41.9%)과 화장품 및 향수(32.4%) 응답비율이 높았다.

쇼핑 지출규모는 평균 968달러로 권역별로는 아시아(1,038달러)가 미주(913달러)와 유럽(870달러) 보다 더 많이 지출했다. 관광객 중 가장 큰손은 중국인 관광객(1,546달러)이었다. 

상품선택 기준 1순위는 품질(28.5%) 이었다. 이어 브랜드(18.3%)와 한국적 상품(18.3%)인지 우선 고려했다. 주요 국가별로 각각 다른 특색을 보였다. 중국인 관광객은 브랜드(35.5%)를 가장 먼저 고려하는 반면, 일본인 관광객은 한국적 상품(33.8%), 미국인 관광객은 품질(39.6%)를 우선 선택 기준으로 꼽았다.

가장 즐겨 찾는 쇼핑장소도 주요 국가별로 달랐다. 중국인 관광객은 백화점(87.1%) 시내면세점(85.5%), 복합문화공간(72.6%) 순으로 응답했다. 일본인 관광객은 편의점(86.5%), 소규모상점(52.7%), 대형할인마트(51.4%)를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인 관광객은 편의점·백화점(각 62.3%), 재래전통시장(58.5%)을 자주 찾는다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브랜드를 보고 사는 과시적 소비특징을 보이고 있는 반면 실속을 따지는 일본 관광객은 한국적인 상품과 가격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상황”으로 분석했다.

쇼핑만족도는 89.8%로 전체적으로 우수한 수준이었다. 연령대로는 20대(92.4%)가 40대 이상(87.3%)보다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쇼핑목적 여행으로 한국을 추천하겠다는 의견도 20대(93.2%)가 40대 이상(78.4%)보다 크게 높게 나타났다.

관광 및 쇼핑환경 개선사항으로는 언어소통(50.0%)을 여전히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83.9%)이 미국인 관광객(50.9%)보다 더 많은 불편을 호소했다. 이는 2014년 5월 대한상의가 조사한 ‘한국 방문 중일 관광객 쇼핑현황 실태조사’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언어소통(57.3%)을 가장 불편한 사항으로 꼽았던 것과 비교해 쇼핑환경이 크게 나아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장근무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코로나 실내마스크 해제방침 이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며 “외국인관광객 쇼핑 활성화를 위해 국가별 K-상품 구매 행태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것은 물론 언어소통과 친절한 서비스 제공 등 편리한 쇼핑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53~62명 대상 국적별 통계 대표성 있나?

대한상의에 따르면 이 조사는 4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진행됐다. 2023년 3월14일부터 4월9일까지 서울역과 김포공항역, 공덕역, 명동, 홍대에서 표본 할당 추출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 할당 추출방식은 조사 전문가가 전체 모집단을 대표하기 위해 표본추출 모집단을 설계하는 표본추출 방법이다. 이러한 유형의 표본추출은 더 광범위한 모집단에 서로 다른 많은 유형의 사람들이 있을 때 특히 유용하다고 한다.

출처: 대한상의
출처: 대한상의

대한상의가 조사 원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전체적인 분석은 어렵지만 일부 공개된 수치(윗 그림 참조)를 토대로 설문 대상의 분포를 엿볼 수 있다. 응답자 분포는 여성과 남성 50%씩이다. 전체 대상자가 400명이므로 여성 200명, 남성 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연령별로는 20대 33%, 30대 33.5%, 40대이상 33.5%이다. 20대 132명, 30대 134명, 40대 이상이 134명이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52%, 유럽 24%, 미주 24%다. 인원수로 계산해보면 아시아 208명, 유럽 96명, 96명이다. 응답자 국적 중 상위 3개국은 중국 15.5%, 일본 13.5%, 미국 13.3%이다. 인원수로는 중국 62명, 일본 54명, 미국 53명이다.

중국인 62명, 일본인 54명, 미국인 53명을 조사한 뒤, “중국은 바르고, 일본은 먹고, 미국은 입는 데 지갑을 활짝 열었다”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표본이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통상적으로 실태파악 조사는 300~1000명 규모에서 진행된다”며 “표본 30 이상이면 일정 수 이상으로 대표성을 가진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제없다는 이야기다.

이 조사 분석을 통해 파악한 외국인 관광객의 국적별 소비 특성을 실제 판매 전략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까? 중국인들은 화장품을 사고, 일본인들은 식품을 사고, 미국인들은 옷을 산다는 말을 일반화해도 되는 걸까?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출처: pixabay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출처: pixabay

다른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 김봉신 조원씨앤아이 부대표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과도한 해석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상의가 비용을 더 투입해서 좀 더 정밀한 조사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도 했다. 전체 조사대상 400명을 놓고 이야기를 하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지만, 국적별, 연령별 등 세부 조건을 따지고 들면 표본의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뜻이다.

표본이 400개인 전체 조사의 오차범위가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 4.9%p였다면, 표본이 작아지면 오차범위가 더 커진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뭘 선호했는지를 살펴보려면 모집단이 400이 아닌 62가 되면서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12.5%p로 커진다.

이 경우 중국인 내의 선택 비율에서 항목 간 격차가 25.0%포인트 이상 벌어져야 유의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중국 쇼핑품목 지출에서 '1위 화장품, 향수'가 75.8%이고 '2위 의류, 피혁류'가 19.4%이니 격차는 56.4%포인트로 오차범위를 넘어서 보통 이런 경우 유의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화장품을 많이 산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도 살펴보자. 일본 54명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13.3%p여서 격차가 26.6%p 이상 벌어져야 유의한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해당 조사에서는 '1위 식료품' 41.9%와 '2위 화장품, 향수' 32.4%의 격차는 9.5%포인트로 오차범위 내에 있어서 1위와 2위 중 무엇이 더 많이 선택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미국 53명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13.5%p여서 역시 격차가 27.0%p 이상 벌어져야 하는데, 이번 조사에서 '1위 의류, 피혁류'는 43.4%이고 '2위 화장품, 향수'는 28.3%로 격차가 15.1%p로 오차범위 이내의 차이라서 유의한 차이가 있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인 관관객이 '바르는 데 가장 많이 쓴다'고 하면 틀리지 않겠지만, 일본인 관광객과 미국인 관광객에 대해서는 무엇이 더 많다고 하기 어렵다.

김봉신 부대표는 “조사의 표본 설계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얼핏 보면 유의할당을 한 것 같이 보인다. 연령대 할당에서 40세 이상이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은 외래관광객 통계에서 표본 설계의 기초 자료를 확인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과 향수를 가장 많이 산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 그러나 미국인 관광객들이 의류, 피혁류를 가장 많이 사고, 일본인 관광객들은 식료품을 가장 많이 샀다는 해석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따라서 이번 상의 조사의 핵심인 “中 바르고, 日 먹고, 美 입는 데에 지갑 활짝 열었다"라는 조사 결과는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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