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전문대생도”...남은 과제는?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6.1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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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에 전문대생도 포함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개편 방안에 대한 관계자들의 토론회가 진행됐다. 간호조무사 측은 시험응시자격을 특성화고 간호학과와 간호학원 졸업생에게만 부여했던 현행 의료법 제80조 내용을 바꾸자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학력 제한 조항이 남아 있는 간호법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날 모인 학계, 의료계, 법조계 전문가들은 제도적 합리성 차원에서 학력 제한 내용은 개선되는 게 맞는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이를 반대하는 대한간호협회와 현재 간호조무사를 양성하고 있는 간호학원과 특성화고 관계자는 없는 반쪽짜리 토론회라는 한계도 있었다.

16일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 제한 폐지 토론회' 모습. 정부 측 패널인 보건복지부 임강섭 과장은 일찍 자리를 비웠다. 사진 최은솔 기자
16일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 제한 폐지 토론회' 모습. 정부 측 패널인 보건복지부 임강섭 과장은 일찍 자리를 비웠다. 사진 최은솔 기자

◈'간호사·간호조무사' 2단계→3단계 형태 직역 구조 개편 필요

토론회 발제를 맡은 불평등과시민성연구소 박이대승 소장은 ‘간호인력 제도를 합리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제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박 소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을 특성화고등학교 간호학과 졸업생에게만 주고,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생에게는 응시 자격을 주지 않는 현행 제도는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불평등과시민성연구소 박이대승 소장의 ‘간호인력 제도를 합리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제안’이라는 주제의 발표 모습. 사진 제공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불평등과시민성연구소 박이대승 소장의 ‘간호인력 제도를 합리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제안’이라는 주제의 발표 모습. 사진 제공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박 소장은 그 근거로 ‘응시 자격 제도의 목표’를 들었다. 박 소장은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규정하는 목적은 ‘최소 역량’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자격의 하한선을 정하고 그 이상에게 응시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현행 의료법은 특성화고 졸업자나 간호학원 졸업자에게만 응시 자격을 부여해 사실상 학력 상한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근거는 ‘간호인력의 업무’와 ‘양성 체계’가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는 거의 비슷하다. 간호조무사는 간호와 진료 보조를 한다. 의사 등의 구체적인 시를 받아 문진, 혈당 측정, 채혈 등 진단보호행위, 근육과 혈관 주사행위, 수술실 마취 보조, 수술 진행 보조 등 약무보조행위를 한다.

그런데 양성체계는 나뉜다. 간호사는 4년제 대학을 나와야 하고, 간호조무사는 간호학원과 특성화고에 다녀야 한다. 박 소장은 “의료법상 간호사는 의료인이고, 간호조무사는 비의료인이므로 교육 과정과 자격 기준이 구별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이런 조항이 남아있는데 이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문대생도 간호조무사 시험을 보게 됐을 때 간호조무사 내의 업무 범위를 구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 소장은 2013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간호인력 개편 방안’이 적절한 대응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개편방안의 핵심 내용은 간호인력을 교육 수준에 따라 면허를 부여하는 것이다.

간호인력을 기존의 '간호사·간호조무사' 두 단계로 나눴던 것을 '간호사·1급 실무간호인력·2급 실무간호인력'으로 나누는 방안이다. 간호사는 4년제 대학 졸업자, 1급 간호인력은 2년제 대학 졸업자, 2급 실무간호인력은 간호특성화고 졸업자 혹은 간호학원 졸업생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2013년 2월 14일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간호인력 개편 방향' 핵심 내용 재구성.
2013년 2월 14일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간호인력 개편 방향' 핵심 내용 재구성.

토론 참여자인 백석예술대 보건행정·AI보건의료학과 황성완 교수도 이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황 교수는 “병원도 기능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처럼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간호인력도 극단적인 이원화 형태에서 벗어나 의료기관에서 선택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나라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간호인력 배출을 3단계 형태로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급 간호인력 80% 간호조무사...“학력 제한 풀고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법조계 인사로 토론회에 참석한 신희복 법무법인 공간 대표변호사는 간호법의 법적 문제를 언급하며 “현재의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상한 방식은 의료법 입법 목적에 위배된다. 또한, 국가면허(자격)제도에 있어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국민건강 보호와 증진’이라는 목적 아래 간호인력의 조화롭고 협력적인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의료법의 입법 목적은 전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받는 것이다. 신 변호사는 이를 위해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자에게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을 주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현행 의료법상 간호조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지도로 환자의 요양을 위한 간호와 진료 보조를 한다”며 의료법상 규정된 역할을 수행하려면 양질의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신 변호사 발제문에 언급된 2021년 연말 기준 간호인력 현황에 따르면, 의원급 간호인력의 80% 이상은 간호조무사다. 큰 병원에 가지 않는 이상 대개 일반 시민들은 간호조무사에게 진료 보조를 받는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교육 제공을 늘려주는 게 다수 시민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신희복 변호사 발제문에 포함된 2021년 말 기준 간호인력 현황 재구성. 간호조무사가 일반 의원, 치과, 한의학과 분야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희복 변호사 발제문에 포함된 2021년 말 기준 간호인력 현황 재구성. 간호조무사가 일반 의원, 치과, 한의학과 분야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간호조무사들은 전문학사 과정 교육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평등과시민성연구소가 2022년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보수 교육을 신청한 간호조무사 5만1947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7.4%가 ‘간호조무전공 전문학사 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처우 및 인식 개선’을 선택한 응답자가 68%에 달한다. 간호조무전공 전문학사 과정이 신설되면 등록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을 때, 50%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합리적 차등, 기존 양성기관 생존권 고려도”...반대측 패널 없는 한계

이날 토론에 참여한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임강섭 과장은 “국민들에게 더 나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간호조무사에게 양질의 교육과정 제공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라며, “정부도 이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 같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 과장은 다만 시험응시자격 조항 개편을 반대하는 측의 의견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 과장은 “오랫동안 간호조무사를 양성해 온 특성화고, 간호학원 관계자들의 입장이 있다”며 “이들의 기여를 생각하고, (시험응시자격 개편 이후) 이들의 생존권과 관련된 부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 과장은 반대 측에서는 "현재의 양성체계로도 충분히 간호조무 인력 충원은 가능하다"는 의견과 "전문대 시험응시 기회 부여가 학력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간호조무학과를 설치하는 게 간호학 일원화 측면에서 타당하냐"는 지적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임 과장은 “이후 전문대 출신 간호조무사와 다른 간호조무사 사이에 임금과 지위 차등을 어떻게 둘지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 패널은 학력 제한 폐지에 우호적인 사람 위주로 구성됐다. 대한간호협회, 특성화고 간호학과, 간호학원 관계자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패널은 없었다. 그나마 정부쪽 인사였던 보건복지부 임강섭 과장조차 일정이 있다며 토론회 첫 발언 이후 일찍 자리를 떠났다.

이날 패널인 신희복 법무법인 공간 대표변호사도 "오늘 이 자리에 대한간호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다양한 직역이 함께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며 "현행 의료법이 가진 문제점 중 왜 학력 제한이 문제 되는지 직역 간 논의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토론회 1부에 참석한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간호조무사 500여 명. 사진 최은솔 기자
16일 토론회 1부에 참석한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간호조무사 500여 명. 사진 최은솔 기자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간호조무사 500여 명과 국민의힘 국회의원 다수가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힘 조명희·최재형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주관,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을 철폐하는 법안을 연내 통과시키겠다”며 이행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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