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갑론을박' 퀴어문화축제...왜?

  • 기자명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2023.06.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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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퀴어문화축제(퀴어축제)' 찬반 논쟁이 불거집니다. 성소수자와 앨라이(Ally, 성소수자 인권 지지자)는 각 도시에서 퀴어축제를 개최하려는 반면, 일부 정치인과 언론, 보수 개신교계 등은 반대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특히 반대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안 보이는 곳에서 하라',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뉴스톱이 따져봤습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 퀴어축제는 왜 열리나?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자 행사인 퀴어축제에서는 매년 5~7월 국내 각 지역에서 각종 공연, 노래, 축제 문화, 행진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퀴어축제에 따르면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어우러져 즐기는 장을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는데요. 이는 국내뿐 아니라 특히 미국, 영국, 스페인, 대만, 등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 퀴어축제의 핵심은 도심에서의 대규모 ‘행진’입니다. 이 행진을 자긍심 행진(프라이드 퍼레이드, Pride Parade)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도심 대로를 행진하면서 차별받던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 않고 당당할 수 있도록 자긍심을 가지고, 사회의 인식 개선과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것인데요. 이 자긍심 행진은 성소수자 운동에서 중요한 사건인 1969년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면서 이어졌습니다. 이는 현재 세계 각지에서 성소수자 운동으로 확산하게 됐습니다.

오늘날 일부 국가에서 퀴어축제를 비롯한 자긍심 행진은 수만 명이 모이는 대중적인 축제로 자리잡은 반면, 퀴어축제를 개최하는 것조차 어려운 국가도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퀴어축제는 반대에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특히 국내 보수 기독교단체 등은 '동성애는 질병이다'는 주장을 앞세우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지난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제질병목록에서도 '동성애'를 삭제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혐오적인 시각이 다수이다 보니, 차별받거나 커밍아웃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성소수자들의 자살 위험성은 전체 인구에 비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동성애자·양성애자의 자살 생각 유병률은 이성애자에 비해 최대 11배, 자살시도는 최대 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다 보니,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성소수자들은 퀴어축제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입니다.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사회운동·페미니스트 등 비영리 시민사회 단체 및 커뮤니티 등 다양한 주체도 참여하고, 부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안 보이는 곳에서 하라?…표현의 자유이자 가시화 

퀴어축제를 안 보이는 곳에서 하라는 여론도 있습니다. 퀴어축제가 도시의 중심지에서 열리다 보니 늘 갈등에 부딪힙니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다수 시민의 인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라며 "꼭 (인권 존중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수 시민들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곳에 장소를 선정해서 하면 되는데, 왜 다중들에게 많은 불이익과 손해를 끼치면서 그 자리에 해야 되느냐"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 7일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대구 동성로상인회 등과 함께 오는 17일 예정된 퀴어문화축제 축제를 금지해달라고 대구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요. 이들은 "집회 때문에 상인들이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 등이 현저히 제한될 위험이 있다"며 집회 금지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15일 대구지방법원은 이러한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와 같은 집회의 경우, 그 집회가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표현하는 유일한 장이 될 수 있다"며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표현의 자유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집회가 1년에 1차례 토요일에 개최될 예정이고 집회 시간이 당초 신고한 시간보다 짧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집회 개최로 제한되는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 제한 정도가 표현의 자유 정도보다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 퀴어축제는 사회운동의 일환

매번 갈등이 큰데 그런데도 왜 도심에서 하는 걸까요? 퀴어축제는 사회 운동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지방 도시의 퀴어 축제를 통해 형성된 다양성 레짐'에 따르면, "퀴어 축제는 축제의 형식을 통해 성소수자의 존재를 대중에게 드러내 알리고, 가시화를 통해 이들의 존재와 사회적 권리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것인 만큼, 축제의 형식을 통해 비성소수자 집단과 직접 대면하며 강한 사회적 파급력을 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퀴어문화축제 공간의 상징과 의례’에서는 "퀴어문화축제에 적대적인 반퀴어 집단은 물론, 정부와 행정기관 역시 퀴어 주체성을 드러낸 성소수자를 다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공적인 공간을 점유할 자격이 있는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드러낸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이러한 공공성 문제는 차별에 근거한 시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나 축제 준비 과정을 지켜보는 퀴어(성소수자) 주체들에게는 퀴어축제를 계획된 장소에서 여는 것 자체가 중요한 도전이자, 성취로 여겨집니다.

지난 2015년 유럽인권재판소는 성소수자 행진이 반대 단체의 방해로 가로막힌 사안에 대해 "민주주의에서 반대 시위의 권리는 시위의 권리행사를 가로막는 데까지 확장될 수 없다"며, "차별적 의도를 가진 폭력행위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에 눈을 감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청소년 성소수자도 있어...청소년들 "교육에 필요"

장소뿐만 아니라 퀴어문화축제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 청소년의 교육과 성 교육에 좋지 않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맥락으로 서울시에서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앞서 지난달 3일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시민위원회)는 7월 1일 서울 시청광장 사용을 동시에 신청한 조직위의 서울퀴어축제와 기독교단체 CTS문화재단의 청소년·회복콘서트 중 어느 곳을 택할지 심의했습니다. 서울시는 청소년 회복 콘서트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광장 조례상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행사'가 우선이기 때문에 이같이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퀴어축제의 서울시청 광장 사용을 심의하는 시민위원회 회의에서 혐오 발언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시민위원회 회의록에서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유해하다", "청소년 성 문화나 교육적인 부분에서도 좋지 않다" 등의 발언이 확인됐는데요.

<뉴스톱>은 퀴어문화축제와 청소년 교육 간의 영향을 묻기 위해 시민위원회에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미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와 청소년 앨라이(성소수자 인권 지지자)들입니다. 또 퀴어 축제 당일 부스를 운영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단체들도 있습니다. 다양한 주체의 시민단체도 참여하기 때문에 청소년 앨라이들도 참여합니다.

지난 2019년 경향신문의 <'공연 음란'이라더니 이젠 '청소년 유해'?···퀴어 축제 반대자의 바뀐 논리> 보도에 따르면,이미 법원에서 퀴어축제가 청소년에 해롭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또한 반대 단체들의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주장에 청소년 성소수자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청소년의 욕망과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깔려 있다며 반발한 바 있습니다. 

퀴어축제는 청소년 성소수자인 당사자들에게 있어 교육은 물론, 삶에 있어 중요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주로 학교 또래 친구와 가정에 한정돼 있어 고립되거나, 인권침해에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우팅을 당했을 때,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기도 합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가족 간의 불화 등 성 정체성으로 인한 가출 위험성·우울·자살과 같은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에도 놓여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퀴어축제는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날일 수도 있습니다.

또 성소수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지난 201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청소년 성 교육 수요조사 연구'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중학생들(4065명)은 '학교 성 교육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는 질문에 10명 중 8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성소수자들의 소식과 이슈를 접할 수 있는 퀴어문화축제가 '청소년 교육'에 단지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친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퀴어축제에 대해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전히 불편해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대 측의 주장에는 비과학적인 공포에서 비롯된 것도 있습니다. 최근 대구지법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개최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시각은 옳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차별받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숨 쉬고 연대할 수 있는 '퀴어축제'와 같은 자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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