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브루노 마스가 부른 뉴진스의 하입보이?… ‘AI 커버’ 저작권 문제없나?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08.18 09: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루노 마스가 부른 뉴진스의 ‘하입보이’ 영상이 최근 유튜브에서 2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한류의 인기가 세계적인 팝스타인 브루노 마스까지 K팝으로 이끈 것일까? 사실 해당 영상은 실제 브루노 마스가 부른 노래 영상이 아닌, 인공지능이 실제 인물의 목소리를 학습해 만든 이른바 ‘AI 커버’ 노래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유튜브 영상 갈무리

최근 이 같은 ‘AI 커버’ 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가수의 목소리만을 따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창법이나 미세한 음 이탈까지 흉내 내, 실제 가수가 직접 부른 것 같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심지어 마이클 잭슨이 부른 피프티피프티의 ‘CUPID’, 김광석이 부른 윤종신의 ‘좋니’ 등 고인의 목소리를 AI로 재탄생시킨 영상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로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 반갑고 신기하다는 반응이지만, 저작권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AI 커버 영상 댓글이나 SNS에는 AI 커버 영상이 저작권 침해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과연 AI가 실존 인물의 목소리를 학습해 새롭게 탄생시킨 결과물은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것일까?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목소리는 저작물 X… “저작권 침해 아냐”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작권법에서 규정하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한정된다. 저작권법 제4조는 저작물을 ▲소설·시·논문·강연·연설·각본 그 밖의 어문저작물 ▲음악저작물 ▲연극 및 무용·무언극 그 밖의 연극저작물 ▲회화·서예·조각·판화·공예·응용미술저작물 그 밖의 미술저작물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 ▲사진저작물 ▲영상저작물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람의 목소리는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다.

저작권 침해라고 보기 위해서는 저작물의 이용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목소리 자체만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면, 이를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 목소리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작권 있는 음원 활용? ‘복제권·공중송신권’ 위반

문제는 현재 대부분의 ‘AI 커버’들이 저작권이 있는 ‘음원’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작권법상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로, 저작자가 행사할 수 있는 저작재산권은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 7가지로 나뉘어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중 복제권은 “저작자가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할 권리”를 의미한다. AI 커버는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 ‘목소리’로 생성되지만, 해당 목소리를 저작권이 있는 ‘음원’에 합성해 제작한다는 점에서 복제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공중송신권’ 침해 여지도 있다. 공중송신권은 “저작물, 실연·음반·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 등 저작물을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유튜브와 같은 공개적인 채널에 업로드할 경우, 저작권자의 공중송신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AI를 통해 임의로 음원을 편집 활용 및 공개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유명인 목소리 무단 활용하면… ‘음성권·퍼블리시티권’ 침해

그렇다면 본인이 직접 만든 노래나, 저작권이 없는 음원에 유명인의 목소리를 입히는 경우는 어떨까. 저작물이 아닌 ‘목소리’만을 활용했고, 저작권 있는 노래를 사용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8년, 법원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녹음·녹취 등이 되지 않을 헌법상 기본권을 가진다는 취지로 '음성권'을 인정했다.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던 원고가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 동료 교사를 상대로 “음성권 침해”라며 소송을 낸 사건에서 법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러므로 동의 없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성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음성권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에 근거를 둔 인격권에서 파생하는 기본권으로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목소리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음성권 침해에 해당해 헌법 위반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법은 또,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부정경쟁행위’로 보고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3항-타’는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이른바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부정경쟁으로 보는 것이다. 퍼블리시티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명인의 성명·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상담팀 이근화 법률상담가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저작물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특정인의 얼굴이나 목소리임을 명확히 알 수 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인정돼 부정경쟁방지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음성권’과 ‘퍼블리시티권’에 근거해 유명인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법에 따른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술 발전을 위한 저작권 이용 허용해야” 목소리도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러나 일각에서는 AI의 기술 발전을 위해 저작권과 퍼블리시티권 등의 이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현행 저작권법 제35조의5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에는 저작권을 이용할 수 있다”며 저작물의 ‘공정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저작물 이용의 목적 및 성격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공정이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안정보시스템
의안정보시스템

AI 기술 발전을 위한 저작물의 ‘공정이용’을 허용하자는 국회 입법도 논의 중이다. 지난 2021년 도종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 등의 발전으로 저작물 등이 포함된 대량의 정보를 활용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데이터마이닝’ 과정의 저작물 이용 면책 규정 신설을 제안했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AI 커버’로 대표되는 ‘딥페이크 트랙’을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하고 육성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합법적인 딥페이크 트랙을 만들 수 있도록 유니버설뮤직과 협상 중이다. AI가 가수의 보컬과 멜로디로 음악을 만들면 저작권 소유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워너뮤직의 최고경영자인 로버트 킨클 역시 AI를 활용해 만든 노래가 나온 것을 유튜브 등장 초기와 비교하며 옹호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최근 유행하고 있는 ‘AI 커버’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만들어졌다면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다. ‘목소리’는 저작물에 포함되지 않지만, 대다수 경우 저작권이 있는 음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저작권법상의 ‘복제권’과 ‘공중송신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음성권’과 ‘퍼블리시티권’을 기본권으로 보는 현행법에 따라, 유명인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헌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술 발전을 위해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 허용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AI의 저작권 문제는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