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확정판결 직후 사면한 정치인·공직자 사례 있다?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8.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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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판결 확정된 지 오래되지 않아 포함되는 사례 몇 차례 있어"
2013년 이후 7명... 5일 만에 사면 등 확정 판결 1년 내 사면
미국, 영국 등 대부분 형기 지난 뒤 사면..."심사위 실효성 높여야"

14일 윤 대통령은 광복절 특별사면을 발표했습니다. 사면 대상은 주요 경제인 12명, 기업 임직원 19명, 정치인 및 전직 고위공직자 7명, 일반 형사범 특별사면, 감형 등 2127명입니다.

이중 논란이 된 인물은 지난 5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입니다. 확정 판결 뒤 약 3개월 만에 사면이 된 셈인데요. 야당에서는 곧장 김 전 구청장의 이례적으로 빠르다고 비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광복절 특사를 두고 "사면권 남용이자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정면 도전"이라고 평가했죠.

8월 14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3년 광복절 특별사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법무부TV 유튜브 채널
8월 14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3년 광복절 특별사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법무부TV 유튜브 채널

이에 대해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14일 브리핑에서 "수사와 재판이 4년 이상 경과되는 등 장기간 진행된 점을 고려했다"며 "내부 고발자로 고발된 사건이란 사정이 있고, 유죄로 확정된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신 국장은 "판결이 확정된 지 오래되지 않아 사면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는 종전에도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김 전 구청장이 유일한 경우는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특별사면, 행정부가 사법부가 내린 형 집행을 면제하는 것을 말하죠. 통상 형기를 어느 정도 채운 대상자를 포함하곤 합니다. 그런데 대법원 유죄 판결 3개월 만에 사면 대상이 되다 보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무부가 설명한 대로 김 전 구청장처럼 판결 직후 사면 대상에 포함된 사례가 또 있었을까요? 뉴스톱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있었던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정치인과 공직자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신년 특사 대상자 중 확정 '12일' 만에 포함...최단기간은 '5일'

결론부터 말하면 김 전 구청장 말고도 확정판결 1년 내로 사면된 사람이 꽤 있습니다. 뉴스톱은 2013년 신년 특별사면부터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까지 총 12번의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확인했습니다. 법무부 보도자료에 이름이 기재된 총 74명의 정치인과 공직자 사면 대상자의 최종 판결 확정일자와 사면 발표 일자를 비교했습니다. 총 7명의 공직자와 정치인이 확정판결 1년 내 사면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출처=법무부 특별사면 보도자료, 언론 보도
출처=법무부 특별사면 보도자료, 언론 보도

판결 한 달도 안 돼 사면 대상에 포함된 사례도 있습니다. 올해 신년 특사로 나온 두 명의 인물인데요. 먼저 배득식 전 국군기무사령관입니다. 지난해 12월 13일 배 전 사령관은 2011년~2013년 기무사 내 불법 '댓글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총 5차례 재판 끝에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았습니다. 그리고 15일 뒤 올해 신년 특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같은 신년 특사 대상이 된 최윤수 전 국정원 제2차장은 더 빠릅니다. 유죄 확정 12일 만에 대상이 됐습니다. 최 전 차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 예술인을 지원 대상에서 빼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16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받았습니다. 그랬다가 곧바로 12일 뒤 사면 대상에 포함돼 형 효력을 잃게 된 겁니다. 

분석 기간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2008년 임동원, 신건 등 전직 국정원장은 단 '5일' 만에 사면 대상이 되어 최단기간 기록을 세웠습니다

 

◈선거 전 사면 이례적...통상 피선거권 제한 불이익 받은 뒤 사면 대상 포함

다만 김태우 전 구청장은 사면 직후에 보궐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했습니다. 지난 5월 유죄 판결로 잃었던 본인 자리에 다시 후보로 등록한 겁니다. 국민의힘은 아직 후보를 낼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재·보궐 선거나 총선을 앞두고 사면을 시키는 경우가 있었을까요?

그동안 선거를 앞두고는 선거와 관련 범죄자는 사면 대상에서 배제했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사범에 관한 사면을 배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당시 유일하게 복권된 정치인은 정봉주 전 의원인데요. 그는 이미 유죄 판결로 여러 차례 피선거권이 제한된 점이 고려돼 복권됐습니다. 그 외에도 그동안 복권된 선거사범은 대부분 1~2차례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당한 경우입니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았는데, 이는 선거사범은 아니니 같은 선상에서 비교는 어렵습니다. 다만 다른 사면 대상은 불이익을 충분히 받은 뒤에 사면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종합하면, 올해 신년 특사에서는 유죄확정 12일 만에, 과거엔 단 5일 만에 사면대상이 된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법무부의 설명은 '사실'로 판단합니다. 

 

◈미국, 영국 등은 형기 대부분 마친 뒤 진행

사면은 행정부가 사법부의 형 집행을 면제시키는 것으로,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사면권을 행사하더라도 사법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사면 시기에서도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적정성을 고려해 법원의 권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 거죠.

2014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사면권 행사 방법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면권 행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사면 대상자 선정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합니다. 정경유착, 부정부패, 선거 부정으로 구속되어 형이 확정된 사람들이 수형생활 중 대부분 특별사면으로 풀려나는 거죠. 

2015년 전찬희 서원대 교수의 논문 <대통령 사면권행사의 한계와 개선방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재판의 흠결이나 오류 등의 하자를 찾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판결 직후 사면하게 되면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 전에 면죄부를 받았다는 피할 수 없는 비판이 나올 뿐만 아니라, 나아가 특사는 사법부의 판결을 무력화하는 조치가 될 수 있어 사법권의 침해가 되어"라며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나옵니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 국가의 사면은 우리처럼 남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사면은 대부분 형기를 마치고 벌금을 납부하고 보호관찰을 마친 사람들에 대해서 행해진다고 합니다. 우리처럼 아예 형 집행을 멈추는 것보다는, 집행 종료 뒤 권리를 회복시키는 '복권'이 대부분인 겁니다.

영국은 여왕이나 수상이 단독으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사면은 명백한 사법 오류에 대한 재심 여부를 검토할 때 이뤄지고, 의회가 법률로써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대규모 사면이 이뤄진 경우는 거의 없고, 사면될 때 고려된 정보가 거짓이라고 밝혀지면 재판을 통해 엄중한 처벌을 받고, 사면권 행사에 대해 의회의 감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이에 사면권 행사가 남용되지 않는 방안도 꾸준히 거론됩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에도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특정범죄 또는 특정경제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나 테러단체 구성죄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 등에 관해 특별사면을 못 하게 하는 사면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전찬희 교수는 미국의 보완책을 언급했습니다. 전 교수 논문에 따르면, 미국은 연방법상 특정범죄에 대해 부과된 형량이 석방일이나 유죄판결 확정일 중 가장 최근 것으로 최소 5년 이상 지나야 청원권이 부여되도록 합니다. 즉 최종 판결로부터 5년은 지나야 사면 대상이 되므로, 우리처럼 최종 판결 1달 이내에 사면되는 일이 없어지는 셈이죠. 전 교수는 이 외에도 ▲외부 견제 장치 마련 ▲사면심사 위원회의 기능개선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사면권 심사위 실효성 높이자"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2007년 12월 21일 사면법이 일부 바뀌어서 대통령 사면권 행사 시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면심사위원회가 단순한 자문기관으로 구속력이 없으므로, 실제 대통령이 사면권 행사함에는 전혀 견제 장치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또한 회의록 공개가 5년 뒤 이뤄지기에 어떤 논의를 거쳐 사면대상자가 결정됐는지 국민들은 알 수 없는 거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진도 사면심사위원회 위상 제고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심사위원회 위상을 법무부 장관 소속에서 대통령 소속으로 높여 해당 위원이 국회나 대법원에서 추천하는 인사가 절반이 넘도록 하자는 겁니다. 회의록은 사면 뒤 5년이 지나면 '즉시'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자는 제안도 나왔고요.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심사위원회 공개 대상에 회의 속기록을 포함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지난해 9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인 노종화 변호사가 진행한 그동안의 기업 총수 등과 관련 심사위원회 회의록 분석에 따르면, 충분히 사면 사유에 관해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의록은 압축된 내용만 남아있으니, 구체적으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모른다는 점도 한계라고 합니다. 또한 심사위원회 구성을 국회 대법원이 각 3명씩 추천 지명하는 위원을 포함해 대통령이 총 9명을 임명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정리하면, 최근 11년 동안의 특별사면 중에서도 대법원 확정 판결 1년 내 사면을 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한 경우엔 판결 2주 만에 사면된 경우도 있었죠. 다만 이런 식의 사면권 남용이 문제라는 지적은 학계와 정치권에서 꾸준히 나왔습니다. 사면이 있는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형 집행을 정지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죠. 결국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한 사면이 될 수 있도록 꾸준한 감시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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