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대외의존도가 가장 높다?

  • 기자명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2023.10.1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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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2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과 관련해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외 불안정 요인에 긴밀히 대응하고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는 세계에서 대외의존도가 가장 높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도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했습니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해 2월 17일 송파 유세 현장에서 "우리나라가 수출 수입의 해외의존도가 세계 최고"라고 한 것입니다. 

당시 한 매체에서 이를 팩트체크한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님'으로 판정 바 있습니다. 이후 20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의 대외의존도는 크게 높아진 걸까요? 뉴스톱이 짚어봤습니다.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된 제42회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 출처=대통령실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된 제42회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 출처=대통령실 

[검증 대상] 우리 경제는 세계에서 대외의존도가 가장 높다?

대외 의존도는 국민소득에서 수출과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합니다. 한 국가의 국민경제가 무역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무역의존도', '수출입 의존도'라고도 불립니다. 이러한 대외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해외의 여건 변화가 한 국가의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출 비중이 높으면, 해외 시장의 경기 상황에 따라 국내 경기에 영향을 미칩니다. 수입 비중이 높은 경우, 수입품목의 국제 가격이 상승해 국내 소비, 생산 등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외 의존도는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한 뒤,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해 계산합니다.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대외의존도 지표 역시 GNI로 나눈 값을 사용하지만, 목적에 따라 국내총생산(GDP)로 나눈 값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각 기관마다 산정 방식이 달라, 사이트에 올린 대외의존도 수치에서 차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대외의존도 수치는 통계청이 제시한 값입니다. 또 대외의존도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세계은행(WB) 데이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통계청의 국가지표체계 ▲국가통계포털(KOSIS) 등입니다. 다만 한국은행 등은 국내 대외의존도만 게시합니다. KOSIS, OECD 통계 등에서는 수출과 수입을 구분해 올리고 있습니다. 이에 뉴스톱은 수출, 수입을 통틀어 대외의존도를 산정한 세계은행 데이터와 국가지표체계를 중심으로 확인했습니다. 

OECD 주요국(8개국)의 GNI 대비 수출입 비율. 출처=통계청 국가지표체계
OECD 주요국(8개국)의 GNI 대비 수출입 비율. 출처=통계청 국가지표체계

먼저 통계청의 '국가지표체계'를 살펴보면, 2021년 기준 OECD 주요 8개국의 대외의존도(GNI 대비 수출입 비율)는 스웨덴(103.0%)이 가장 높습니다. 그다음 독일(95.6%), 한국(84.3%), 영국 (75.8%), 프랑스(70.6%), 일본(43.9%), 미국(33.6%) 순입니다. 현재 국가지표체계에는 2021년 중국의 대외의존도 수치가 없는 것으로 표기됐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가지표체계의 수치는 OECD 자료를 통해 산정한 뒤 사이트에 올리는데, 현재 OECD 데이터에 2021년 중국의 대외의존도 관련 통계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중국은 2020년 기준으로 보면, 38.9%로 나타났습니다. 

8개국 중심으로 세계은행 데이터에 올려진 대외의존도 수치도 확인했습니다. 세계은행은 GDP 대비 수출입 비율로 대외의존도를 산정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독일이 89%로 가장 높은 대외의존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다음 스웨덴(88%), 한국(80%), 프랑스(61%), 영국(59%), 일본·중국(37%), 미국(25%) 입니다. 소위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한국의 대외의존도는 세계 최고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중국,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스웨덴, 영국, 미국, 세계 평균 대외의존도 수치. 출처=WB 데이터  

선진국이 아닌 전 세계의 대외 의존도를 보면 어떨까요. 한국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숫자는 훨씬 늘어납니다. 전 세계 국가별 대외의존도 수치를 살펴보면, 2021년 기준 대외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홍콩(402.5%)입니다. 그다음 ▲룩셈부르크(388.1%) ▲산마리노(342.5%) ▲싱가포르(333.3%) ▲몰타(323.0) ▲세이셸(235.8%) 등 순으로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국가 사이즈가 작아서 내수 경제 규모가 크지 않은 나라가 대외의존도도 높습니다. 

2021년 기준 전세계에서 높은 대외의존도(무역의존도)를 보인 국가별 수치. 홍콩, 룩셈브르크, 산마리노, 싱가포르, 몰타, 세이셸 순. 출처=세계은행(WB) 데이터 캡쳐.  
2021년 기준 전세계에서 높은 대외의존도(무역의존도)를 보인 국가별 수치. 홍콩, 룩셈브르크, 산마리노, 싱가포르, 몰타, 세이셸 순. 출처=세계은행(WB) 데이터 캡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한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닙니다. 뉴스톱은 해당 사안에 대해 거짓이라고 판정합니다. 지난 팩트체크 당시에는 대통령 후보자였으나, 한 국가의 대통령이라면 '사실'을 기반해서 말하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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