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커피·맥주 등 줄줄이 인상…먹고 살기 힘들어진다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03.3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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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원재료 인건비 상승 반영해 줄인상
당정, 전기·가스요금은 인상보류했지만 시한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2월) 외식물가지수는 115.45로 작년 2월과 비교해 7.5%나 올랐다. 특히 김밥(122.47), 갈비탕(122.43), 생선회(121.20), 라면(120.93), 짜장면(120.57)의 물가지수 상승 폭이 컸다.

같은 기간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 역시 10.4%를 기록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11.1%)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품목별로는 치즈가 34.9%로 가장 상승 폭이 컸고, 식용유(28.9%), 밀가루(22.3%), 빵(17.7%), 커피(15.6%), 스낵 과자(14.2%), 아이스크림(13.6%)이 뒤를 이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를 기록하며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갔지만, 먹거리 물가 상승으로 외식 가격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앞으로도 이러한 물가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까지 나서서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원재료와 임대료, 인건비 상승 등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저가 커피, 패스트푸드, 수입 맥주… 가격 인상 현실로·

컴포즈커피 홈페이지 갈무리
컴포즈커피 홈페이지 갈무리

특히 저렴한 가격과 대용량을 내세우며 ‘가성비’ 경쟁을 하던 저가 커피 브랜드들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컴포즈커피’는 4월 11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200원, 바닐라라떼와 헤이즐넛라떼는 300원, 돌체라떼와 디카페인 더치커피, 디카페인 더차라떼는 500원 인상될 예정이다. 컴포즈커피는 “지속적인 원부자재가 상승, 임대료 및 인건비 상승 등 끊임없는 외부적인 요인들이 누적된 부담으로 부득이하게 일부 품목의 판매가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며 “판매가 인상 책정 시 원자재 인상률 범위 내에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빽다방도 지난주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의 추가 인상으로, 바닐라라떼는 200원 오른 3700원에, 블랙펄 카페라떼는 300원 오른 45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또 다른 저가형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매머드 익스프레스 역시 지난 1월 아메리카노를 포함한 일부 음료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햄버거, 치킨, 피자 등 패스트푸드 가격 인상도 소비자에겐 부담 거리다. 최근 교촌치킨이 오는 4월 3일부터 소비자 권장 가격을 품목별로 500원에서 최대 3000원까지 올리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 이는 2021년 11월 이후 1년 4개월여만의 인상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배달치킨 3만 원’ 시대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치킨업계 선두주자인 교촌치킨이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따라 올리는 사례가 많아서 전반적인 치킨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햄버거와 피자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지난달에는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일부 제품 가격을 약 5%가량 인상한 데 이어, 버거킹과 맘스터치도 이번 달 평균 2%, 5.7%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달 중순부터 피자를 비롯한 메뉴 가격을 4~5% 인상했다.

 

4캔 1만1000원이던 편의점 수입 맥주도 4월부터 가격이 오른다. 버드와이저, 스텔라아르투아, 호가든 등 인기 수입 맥주를 들여오고 있는 OB맥주가 500mL 수입 맥주 판매가를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버드와이저(500㎖) ▲스텔라아르투아(500㎖) ▲호가든(500㎖) ▲호가든로제(500㎖) ▲구스아일랜드IPA(473㎖) ▲구스아일랜드312(473㎖) ▲덕덕구스세션IPA(500㎖) 등의 맥주를 4캔 구입할 경우 기존 할인가격보다 1000원 오른 1만 2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편의점 자체브랜드(PB) 생수 가격도 줄줄이 오른다. CU의 '미네랄워터' 500㎖, 1L, 2L가 각각 100원씩 올라 700원, 1,000원, 1,300원이 되고, GS25의 지리산 맑은 샘물 500㎖와 맑은 샘물 1L는 100원 올라 각각 700원, 1,000원이 된다. 지리산 맑은 샘물 2L와 DMZ 맑은 샘물 2L는 200원 인상돼 1,400원이 된다. 세븐일레븐 PB 생수 얼쑤얼쑤 500㎖와 2L도 각각 700원, 1,300원으로 100원씩 오른다.

 

◆당정,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 보류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오늘(31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면서도, "다만 인상 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산업부가 제시한 복수의 안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에 대해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치솟고 있는 소비자 물가를 고려한 보류 결정으로 보인다. 전기 가스 요금이 인상되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를 견인하기 때문에 일단 물가상황을 보겠다는 것이다.

 

2023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
2023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

물가 인상 기조 속 당정의 인상 보류 결정으로 국민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이게 됐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을 주요 품목별로 살펴보면 ‘전기·가스·수도’가 28.4%로 가장 높았다. 박 의장은 “요금 인상의 경우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그래서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추이 등 인상 변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전문가 좌담회 등 여론 수렴을 좀 더 해서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전력은 하루에 이자부담만 38억원, 가스공사는 하루 부담이 13억원일 정도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전기와 가스때문인 점을 감안할 때 요금 인상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특히 에어컨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여름철 이후 전기요금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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