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마스크 때문에 아동 언어발달이 저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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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마스크 때문에 아동 언어발달이 저해된다?
  • 이강진 팩트체커
  • 승인 2021.10.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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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고 마스크 착용 기간이 늘면서, ‘마스크가 영유아의 언어발달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이원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영유아 교육 시설에 투명 마스크를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입 모양이 보이는 투명 마스크를 통해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 개정안의 의도였습니다. 지난 7일 정광섭 충남도의원도 임시회 본회의에서, “오직 음성에 의존한 상호작용은 아이들의 발달에 치명적”이라며, “영유아 보육시설에 투명 마스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내 언론도 같은 논조를 이어왔습니다. ‘영유아 언어 발달 과정에서 마스크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내용의 보도가 주를 이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주장에 대해 별다른 반론이 제기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연구 사례들을 보면, ‘마스크와 아동 언어 발달의 상관관계’에 대해 대립되는 의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 마스크보다 훨씬 더 비싼 투명 마스크를 보육 시설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앞서, 마스크가 유아의 언어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실제로 투명 마스크가 아동의 언어 발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욱 정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한 여러 주장들의 내용과 근거를 뉴스톱에서 살펴봤습니다.

출처: 종로구청 홈페이지
출처: 종로구청 홈페이지

 

“마스크가 아동 언어발달을 저해시킨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지난 2월, 미국의 대중 과학 잡지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된 <Masks Can Be Detrimental to Babies’ Speech and Language Development(마스크는 아기의 말과 언어 발달에 해로울 수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언어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습니다. 이 기사에서 언급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는 생후 8개월부터 ‘입술 읽기(lip-reading)’를 시작합니다. 이 시기는 주로 옹알이를 시작하는 시점이며, 이는 아이가 이때부터 언어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입술 읽기를 시작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입술 읽기를 통해 시각적 언어 신호에 접근합니다. 특히, 이해가 어려울수록 입술 읽기가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Cambridge University Press>에 게재된 한 논문은 ‘유아기 때 발화자의 시선(gaze)과 입을 많이 볼수록 언어 능력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영어권(왼쪽), 스페인어권(오른쪽) 영유아들 모두 생후 8개월부터 '입술 읽기'를 시작했다. (사진 출처: Infants deploy selective attention to the mouth of a talking face when learning speech .2011)
영어권(왼쪽), 스페인어권(오른쪽) 영유아들 모두 생후 8개월부터 '입술 읽기'를 시작했다. (사진 출처: Infants deploy selective attention to the mouth of a talking face when learning speech. 2011)

지난 2월 MBC 뉴스데스크는 '마스크와 언어발달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뤘습니다. 이 보도에서 김효정 고신대 언어치료학과 교수는 “1년간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었다면 소리만으로 학습하게 되는 것이므로, 시각적인 정보가 차단되는 것은 발음을 발달시키는 데에 어려움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현장에 있는 국내 어린이집 교사들도 같은 문제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지난 6월 비영리 대중운동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국회 정춘숙 국회의원실과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미친 영향과 그 해법을 모색한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토론회의 발제자는 “서울·경기 지역 국공립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 70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1.6%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동의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74.9%(복수 응답)는 ‘언어발달지연’ 문제가 있었다고 응답”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한 어린이집 원장은 “선제 검사를 마친 교사가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 나눌 때 마스크를 내리고 입 모양을 보여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대책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마스크가 아동의 언어 발달을 저해한다”는 주장은 과도한 걱정이다?

지난 2월 ICIS(International Congress of Infant Sudies, 국제유아연구학회)에 게재된 <Face-mask use and language development: Should I be worried?(안면 마스크 사용과 언어 발달: 걱정해야 하는가?)>에서는 의사소통 과정에서 아이의 ‘시각 의존도’에 대한 또 다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ICIS의 연구에 따르면, 시각 언어에 대한 의존도는 어린아이보다는 나이가 많을수록 더 큽니다. 4세에서 14세 사이의 아동은 말을 알아듣기 힘든 ‘시끄러운 환경’에서 들어야 할 때, 미숙한 ‘시각 언어 능력’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조용한 환경’에서도 능숙하게 시각 언어 처리 능력을 사용합니다. 즉, 아동보다 성인이 시각적 언어 정보에 더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마스크로 인한 언어발달 저해 현상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들을 제시합니다.

우선, ‘시각적 언어 정보’가 모든 상황에서 항상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령 조용한 환경에서는 시각적 언어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제2외국어를 배우는 유아에게는 시각적 언어가 유독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SCIENTIFIC AMERICAN>에서 밝힌 연구에서도,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아이가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보다 ‘입술 읽기’를 더 많이 한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는 두 언어를 분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각적 언어 신호에 더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일 언어를 쓰는 환경에서는 입술 읽기의 비중이 비교적 적다는 뜻이기에, 일반적으로 한국어만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마스크의 부작용을 덜 걱정해도 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비언어적인 요소는 비단 마스크로 가려지는 눈 아랫부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눈을 움직이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정보도 언어 이해에 큰 기여를 합니다. 미국의 비영리 교육단체인 'Kars4Kids'가 공개한 <Face Masks: What Happens When Baby Can’t See Faces?(안면 마스크: 아기가 얼굴을 볼 수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에서 소아 정신과 의사 Dr. Sean Paul은 “말하는 사람의 입을 모방하면서 언어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마스크는 방해물이 될 수 있다”면서도, “우리가 인식하는 표정의 상당 부분은 이마, 눈썹, 눈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Science of People
출처: Science of People

지난달 20일,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또 다른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온라인 매거진 UNDARK는 <Do Masks Hurt Speech Development? It Depends on the Child(마스크는 언어 발달을 저해하는가? 그것은 아이(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습니다. 조지아주 콜럼버스 주립대학교 발달 심리학 교수인 Diana Riser는 “아이들이 2세가 되면, 마스크가 언어·인지·정서 발달을 방해하는지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아이들은 대부분 마스크와 상관없는 상호작용을 하고 있고, 아이들을 일주일에 50시간 이상 탁아소에 보내지 않는 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언어 병리학자 Diane Paul도 동일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말을 들음과 동시에 몸짓, 어조, 눈을 바라봄으로써 안면 마스크로 제한된 정보를 보상할 수 있다”면서, “시각적 언어가 매우 중요한 청각장애나 언어 문제가 있는 아이에게는 마스크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명마스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 11일 동아일보는 <교사 마스크 착용에, 유아 언어발달 지체... 한창 입 모양 보고 말 따라 하기 배워야 할 때인데>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에 언급된 권윤정 맘모스 아동·청소년 상담센터 대표원장은 “언어 및 정서 발달에는 비언어가 30%를 차지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면 입 모양을 볼 수 없고 소리가 울려서 언어 발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입이 좀 더 보이는 투명 마스크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아이들이 말을 배울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어린이들에게 투명 마스크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며 해당 기사의 링크를 첨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투명 마스크가 아이들의 언어 발달 저해를 막을 수 있다'는 인식이 주류적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ICIS의 연구에 따르면, '투명 마스크가 도움이 되는지' 여부와 '어떤 종류의 투명 마스크가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투명 마스크가 아이의 단어 인식에 오히려 방해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지난 4월, Leher Singh 등 세 명의 심리학자가 <Infants recognize words spoken through opaque masks but not through clear masks(유아는 불투명한 마스크를 통해서는 단어를 인식하지만 투명 마스크를 통해서는 단어를 인식하지 못한다)>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2세 영아를 대상으로 ‘투명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 ‘불투명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를 각각 조사한 결과, 발화자가 불투명한 마스크를 착용했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은 단어를 잘 인식하지만, 투명 마스크를 통해서는 단어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는 투명 물질이 지닌 특성에 기인합니다. 사람이 투명한 표면을 통해 물체를 볼 때, 투명 물질의 표면과 그 표면 너머로 보이는 물체를 동시에 인식하기 때문에 이러한 지각 행위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즉, 플라스틱 필름과 유리를 포함한 투명 물질은 빛을 굴절시키고, 반사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시각 정보가 왜곡되며, 이것이 불투명 마스크보다 투명 마스크를 통해 입 모양을 인식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이유입니다.


정리하자면, 현재까지는 마스크가 아동의 언어발달에 끼친 영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것이 2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외에서는 이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또한 투명 마스크 착용이 불투명 마스크보다 유아의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아직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판단불가입니다.

그럼에도 모든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권장하는 것은 '가정에서의 소통'입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가정에서 최대한 아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정서적 교감을 하는 것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언어·인지·정서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부모님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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