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야생동물 구조일지] 박쥐가 서울 도심에서 발견된 이유

①빌딩 숲에서 구조된 박쥐

  • 기사입력 2021.11.18 15:57
  • 최종수정 2021.11.18 16:04
  • 기자명 뉴스톱

성큼 다가온 겨울, 야생동물들이 어미 곁을 떠나 홀로 서기를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그 중 초가을에서 초겨울 사이 서식지 이동과정을 갖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안주애기박쥐입니다. 왜 이름이 안주애기박쥐냐고요.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술과 곁들여 먹는 '안주'(按酒)를 상상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동물은 애기박쥐과에 속하고 평안남도 안주(安州) 지역에서 발견돼 이름이 지명을 따 안주애기박쥐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작명 방식은 수원청개구리, 부안종개, 진돗개 등의 동물 이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달 초 구조돼 서울시야생동물센터로 들어온 안주애기박쥐는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박쥐입니다. 높은 빌딩이 많은 여의도에서 구조됐는데, 이 개체는 빌딩 옆 나무 데크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 안주애기박쥐는 발견 당시 화단 옆 나무 데크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사진 제공: 김태훈 서울시야생동물센터 재활관리사
이 안주애기박쥐는 발견 당시 화단 옆 나무 데크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사진 제공: 서울시야생동물센터

 

박쥐들은 서식지 이동을 위해 서울 도심을 지나갑니다. 도심지를 지나가면서 마주하는 것은 휘황찬란한 불빛들로 이루어진 빌딩 숲. 기존에 존재했을 숲은 사라진 지 오래일 겁니다. 그 곳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또 머무르기도 합니다.

안주애기박쥐 대부분이 창문 틈이나 방충망, 건물 외벽이나 그 틈에서 발견됩니다, 대부분의 박쥐는 겨울철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동굴을 선호하지만 안주애기박쥐는 조금 다릅니다. 주로 활엽수림에서 큰 나무 몸통에 생긴 구멍 속에서 생활하죠. 여름의 경우 바위의 갈라진 틈새, 하수관, 다리 아래, 집의 처마 밑, 큰 나무에 생긴 빈 동공 등 은폐가 가능한 거의 모든 장소를 잠자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방충망이나 창문 틈에서의 발견은 추측컨대, 방에서 전달되어 오는 따뜻한 기운으로 인해 안주애기박쥐가 붙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때문에 그 곳에서 겨울잠을 청하거나 3~5일 정도 쉬다가 다시 서식지로 이동하는 과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박쥐들이 구조될 때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창틀이나 방충망에서 이런 모습으로 발견되곤 하죠. 사진 제공: 서울시야생동물센터
박쥐들이 구조될 때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창틀이나 방충망에서 이런 모습으로 발견되곤 하죠. 사진 제공: 서울시야생동물센터

센터에서는 발견되는 장소에 따라 구조를 하거나 며칠간 지켜봐주시길 권해드리기도 합니다. 야생동물센터에서는 동물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신고자분들에게 양해의 말씀과 부탁을 전달하죠. 겨울잠을 청하거나 올바른 이동과정을 가지려면 박쥐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겨울잠을 청하기 전에 어디 아픈 곳이 없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구조된 안주애기박쥐처럼 기아 및 탈진 상태로 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몸이 젖어 있거나 어떠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등 조난당한 상태인 것이 확인될 경우 치료가 겨울잠보다 중요합니다. 때문에 사진과 같은 방법으로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며, 필요 시 직접 출동해 육안으로 판단하기도 하죠.

 

구조된 개체는 특별한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약간의 저체중과 탈수 증상이 있었습니다. 사진 제공: 서울시야생동물센터
구조된 개체는 중대한 이상은 없었지만 약간 저체중과 탈수 증상이 있었습니다.
사진 제공: 서울시야생동물센터

구조된 박쥐는 간단한 검사를 진행한 후 먹이를 먹여 적정 체중까지 살을 찌우게 됩니다. 따로 동면이 가능한 곳을 만들어 줄 순 없어 지속적인 보살핌을 통해 센터에서 겨울을 나게 되고 다가오는 봄에 방생될 예정입니다.

신고자 분들과의 소통 역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언제 발견했으며, 움직임은 어떤지, 배설물이 바닥에 떨어져 있지는 않은지 등 확인 가능한 모든 것을 여쭤보고 판단합니다. 또한 사람이 많은 곳에서 발견됐다거나, 징그럽게 생긴 박쥐가 싫다는 이유로 신고하거나, 막연히 질병을 옮길 것 같아 불안하다는 이유로 들어온 신고라고 할지라도 이 역시 생소한 박쥐를 대하는 신고자분들을 위해 고려하고 있습니다.

박쥐는 많은 질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포유류입니다. 인수공통감염병과 같은 질병에서도 매개체가 될 수 있죠. 확실히 기후가 따뜻해지고 박쥐의 활동영역이 넓어진다면 여러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1960∼197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박쥐 자체가 약재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어 박쥐를 취급할 일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전혀 없고 직접 접촉하기도 어렵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보고된 박쥐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사례 역시 없습니다. 또한 해로울 것만 같은 박쥐는 경제적(생태관광), 심미적(본연의 모습과 아름다움 등), 사회적(해충방제효과, 분변더미가 비료와 약재로 쓰임), 생태적(곤충포식자로의 생태적 균형 조율), 교육적(박쥐와 연관된 생태적 교육), 과학적(혈액응고와 관련된 의학연구 등) 가치에 따른 측면에서 자연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이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견을 덧붙이자면 우리나라 박쥐에 한해서 질병적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박쥐들이 모든 질병을 실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박쥐에게 접근 및 접촉하지 않는다면 여러 위험요소에 일반인이 직접 노출될 일은 없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멀고도 가까운, 안주애기박쥐는 오늘도 살아갑니다. 사진 제공: 서울시야생동물센터
멀고도 가까운, 안주애기박쥐는 오늘도 살아갑니다.
사진 제공: 서울시야생동물센터

멀고도 가까운, 안주애기박쥐는 오늘도 살아갑니다.


국가생물다양성 정보공유체계에 따르면 안주애기박쥐는 동양얼룩박쥐라고도 부릅니다. 몸길이 58~68mm, 앞팔 길이 46~50mm, 뒷발 길이 10~11.5mm, 꼬리 길이 40~49mm입니다. 암컷의 경우 날개를 편 길이가 약 248.6mm에 이릅니다. 체색은 등면이 연한 회색을 띤 갈색 또는 어두운 갈색이고, 배면은 짙은 갈색 또는 회색을 띱니다. 주둥이의 폭은 넓고 눈 아래부터 턱밑까지 흑갈색입니다. 털은 짧고 조밀하며, 등쪽의 털은 흑갈색이며 그 끝이 크림색을 띠어 마치 서리가 내린 듯이 보입니다. 귓바퀴의 끝이 둥근 삼각형인 점이 북방애기박쥐와 다르고, 이주(귓바퀴의 일부분)는 약 7mm로서 길며, 머리부의 안면부 양쪽에 움푹한 도랑이 있습니다. 흔히 고가옥의 기와 밑 틈새나 인공 건축물을 서식처로 이용하며, 여러 마리가 군집 생활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서울, 경기 의정부, 평남 안주, 경북 월성, 부산에서 관찰되었고 중국, 우수리, 일본, 대만에도 분포합니다.

글:  김태훈 서울시야생동물센터 재활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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