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양해각서 체결 '제2의 중동붐'? 역대 정부 성과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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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양해각서 체결 '제2의 중동붐'? 역대 정부 성과 살펴보니
  • 김정은
  • 승인 2023.01.25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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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자원외교'...73건 중 62건 성과 없어
박근혜 '이란수주'... "무산되거나 과대포장"
문재인 '사우디 MOU'... "8건 중 4건은 답보"
양해각서 "지속적으로 진척 상황 살펴야"

대통령실이 15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총 48건의 양해각서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통령실이 "UAE측이 한국에 4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대통령실 "UAE측, 한국에 40조원 투자결정"...13개 MOU 체결(2023. 1. 15.)>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 국정기획수석은 해당 소식을 전하며 "그간 UAE의 유사 투자 협력 사례를 감안할 때 압도적으로 큰 금액으로 결정됐다"며 "신(新) 중동 붐 원년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뎌 수출과 해외 시장 진출로 복합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언론도 앞다퉈 "역대급 예우받은 윤 대통령이 37조 오일머니 성과를 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 낯이 익습니다. 역대 대통령들 모두 해외 순방 시 이른 바 '세일즈 외교(경제외교)'를 강조하며, 양해각서 체결 숫자를 내세워 왔는데요. 매번 '역대급' 양해각서 체결 수에 비해 초라한 성과를 보여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역대 정부의 양해각서 이행 성과는 어떨까요? 뉴스톱이 검증했습니다. 

 

◈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73건 중 62건이 성과 없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자원외교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사진=KTV <이명박 대통령, 자원외교 돌입>

이명박 정부는 취임 전부터 부족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획득하겠다며 '자원외교'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MB 시절 자원외교는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참여연대의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정부는 2008년 6월 '석유공사 대형화 방안', '글로벌 광업 메이저 기업 육성방안'을 마련해 대규모 투자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정책 기조에 맞게 이명박 정부는 취임 기간인 2008년 2월부터 2012년 9월까지 자원개발 관련 양해각서를 73건이나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퇴임을 1년 앞둔 2011년, 국정감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성과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조경태 당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현 국민의힘 의원)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광물자원공사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해외자원 개발 MOU 체결이 22건이 있었다"며 "여기서 계약이 체결된 것은 불과 4건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18%의 성공률'이라는 성적표를 들이대자, 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 김신종 사장은 "자원 개발이라는 것은 굉장히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광물자원공사 사장의 주장대로 자원 개발은 몇 달 간의 성과로 판단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이 한참 지난 2017년에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2008~2012년 MOU 체결 및 본계약 체결 현황'을 제출받아, MB 정부가 맺은 석유ㆍ가스ㆍ광물 관련 MOU 73건 중 실제 사업계약으로 발전된 건 11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감사원도 2015년 "주요 진행사업의 2008~2014년 사이 실제 현금 흐름을 분석한 결과, 당초 예상보다 9조 7천억 원이 더 소요되었고, 향후 5년간(2015~2019) 현금흐름도 계획 대비 14조 4천억 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석유공사ㆍ가스공사ㆍ광물자원공사의 재무부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막대한 개수의 양해각서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큰 성과가 있지 않았다는 지적도 사실로 밝혀진 셈입니다.

 

◈ 박근혜 정부 '이란수주' 역대 최고 성과?... "과대포장"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6년 '한ㆍ이란 정상회담'을 통해 대규모 경제협력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정책브리핑 카드뉴스 캡처

2013년 2월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5월 이란 국빈 방문을 통해 371억 달러(당시 42조원) 규모의 양국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합의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66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역대 최대의 경제외교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협력 프로젝트에는 철도ㆍ항만ㆍ석유ㆍ가스 등 인프라 관련 사업과 보건의료협력이 포함됐습니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국내회사와 이란이 체결한 MOU 리스트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자, 당시 언론은 '이란 대박'ㆍ'이란 잭팟'이라고 평가하며 경제 호황을 예견했습니다. 성과는 어땠을까요? 국토부의 보도자료가 공개된 지 일주일 뒤, 이란과 맺은 각종 양해각서가 무산되거나 '과대포장'됐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2016년 5월, 한-이란 인프라ㆍ플랜트 사업 서명식 체결 리스트를 공개했다. 사진=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실제로 현대건설과 현대로템은 약 17억 달러 규모의 '차바하르-자헤단 철도' 공사와 약 6억 달러 규모의 '미아네즈-타브리즈 철도' 공사가 무산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국토부는 건설사의 '무산' 발표가 이뤄진 당일 "체결 직전 발주처에서 사업 조건 등의 변경을 요청하여 추가 검토가 필요함에 따라 체결이 순연되었다"며 "'MOU 무산, 성과 부풀리기'는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조선비즈>의 후속 보도에 의해 인프라 건설 사업과 에너지 재건 사업 분야에서 체결된 MOU가 본계약까지 성사된 수주는 단 한 건도 없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인 2017년 11월, 66건의 MOU 중 산업부 소관인 18건을 분석한 결과 "3건은 취소됐고 나머지 15건은 본계약 추진이 불명확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처럼 '역대급' '최대의' 양해각서 건수를 자랑했지만, '반짝효과'에 그쳤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문재인 정부, 사우디와의 MOU... "8건 중 4건 답보 상태"

사진=JTBC <문 대통령, 사우디 왕세자 '극진 대첩'...'10조원' 규모 MOU 체결(2019. 6. 27.)>

이번엔 문재인 정부의 양해각서 성과를 분석해보겠습니다. 당장 포털에 '문재인 정부 양해각서'를 검색하면, 문재인 정부도 말레이시아ㆍ코스타리카ㆍ태국ㆍ미얀마ㆍ이탈리아ㆍUAE 등 다양한 나라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중동 붐'을 강조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도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와 양해각서 및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 2019년 6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당시 부총리(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양국 정상은 협력 증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후, 정상 임석 하에 83억 달러 규모인 10건의 MOU를 체결했습니다. 경제외교 활용포털에 따르면, 정부간 협력 2건과 기업ㆍ기관간 협력 MOU 또는 계약 8건이 맺어졌습니다(아래 사진 참고).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 기업ㆍ사우디 기관간 맺어진 MOU 또는 계약 8건, 사진=경제외교 활용포털

당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양국은 조선ㆍ석유화학 등 제조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로봇ㆍ친환경 자동차 등 고부가 가치 신산업 분야와 수소에너지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3년이 넘게 지난 지금, 결과는 어떨까요? <조선비즈>는 지난해 11월, 국내 기업들과 맺은 8건의 계약 중 4건은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도 <SBS BIZ>와의 인터뷰에서 "3년이 넘게 지났지만 실행된 건 석유화학과 정유 관련 4건이고, 나머지 아직 4건은 답보 상태"라며 "우리나라가 40조 원 상당 수주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 거품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MOU 약속은 약속인데, '구속력 없다'

역대 정부에서 많은 건수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도,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법적으로 구속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양해각서 즉,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는 국가 간 외교 교섭으로 서로 양해된 내용을 확인ㆍ기록하기 위해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작성하거나, 계약 체결 후 후속조치를 위해 문서로 작성하는 합의입니다. 한 마디로 MOU 체결 이후,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법적인 문제가 없는 거죠.

작년 1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동 3개국 순방 정상외교 성과와 향후 과제>를 발간하면서, "중동 국가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하향식인 경우가 많은 만큼 정부간 고위급 교류를 통해 협력 의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이 과정에서 민간부문을 통해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정부-기업 간 소통 채널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양해각서가 본계약으로 이뤄지고 경제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진척 상황을 파악하라는 의미입니다. 언론도 MOU체결 당시 일회성 보도에 그치지 말고 추적 보도를 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건 분명 우리 경제 활성화에 '교두보'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해각서는 어디까지나 '발판'에 불과합니다. 과거 사례에서 드러나듯, 역대 정부는 경제외교 업적의 근거로 'MOU 체결 건수'를 제시하고 정작 마무리는 제대로 짓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48건의 MOU를 체결하자, 벌써부터 '세일즈 외교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언론 보도가 속속들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만큼, 이번에 체결한 양해각서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상황을 살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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