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낭비 내로남불' 감사원은 누가 감사를 해야 하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3.02.1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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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해 감사원장이 취임 후 7개월간 관사 개보수 비용으로 1억4000여만원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확인한 내용이다. 감사원이 의원실에 제출한 내역을 보면 실제 이 금액이 사용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자료가 부실했다. 다른 공공기관 세금낭비를 지적해 온 감사원이라서 더 큰 문제다. '감사원은 도대체 누가 감사를 하나' 이런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탄희 의원실이 감사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관사 개보수 지출 내역을 살펴봤다. 감사원장은 마당 개보수에 총 6260만원을 사용했는데 그중 화분에만 484만원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국회에 제출한 사진을 보면 이 화분에 484만원을 썼는지 의문이다. 관사에 사진에 나오지 않은 더 좋은 화분이 있는 건지, 아니면 계약액을 부풀린 건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감사원이 484만원을 지출했다는 감사원장 정원 화분. 이탄희 의원실 제공
감사원이 484만원을 지출했다는 감사원장 정원 화분. 이탄희 의원실 제공

감사원은 관사 정원 가로등 교체에 2370만원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이탄희 의원실이 쇼핑몰 검색으로 추정한 바에 따르면 새로 설치된 가로등은 한 개에 35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의원실은 감사원 운영지원과에 가로등을 몇 개 설치했는지 요청했으나 답이 없었다. 한 개에 35만원으로 계산하면 2370만원은 가로등 67개를 구매할 수 있는 돈이다. 가로등 설치 인건비를 넉넉하게 1000만원으로 잡아도 감사원장 관사 정원에 새 가로등 39개를 설치했어야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감사원장 관사는 밤에도 대낮같이 밝을 것이다.  

총 2370만원이 소요된 감사원장 관사 정원 가로등. 감사원은 15일 국회에 가로등을 몇 개 설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총 2370만원이 소요된 감사원장 관사 정원 가로등. 감사원은 15일 국회에 가로등을 몇 개 설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관사 지하 1층 위생설비(샤워장) 보수에는 1113만이 투입됐다. 샤워장이 낡아서 새롭게 고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금액이다. 이탄희 의원실에 따르면 이런 공사는 250만원 안팎이면 할 수 있는 공사라는 것이 업자의 판단이었다고 한다. 샤워실에 고급 재료가 사용된 것인지, 이 외에 무슨 공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사진만으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감사원장 공관 지하1층 샤워부스. 공사에 총 1113만원이 투입됐다.
감사원장 공관 지하1층 샤워부스. 공사에 총 1113만원이 투입됐다.

2022년 세출각목명세서 기준 감사원의 1년치 청사건물 유지비는 1억1839만원이다. 감사원 청사건물에는 감사원장 공관을 비롯해 감사원 본관, 제1별관, 제2별관, 제3별관, 제4별관, 다솜관, 어린이집, 감사교육원이 포함된다. 그런데 감사원장 관사 개보수 비용만 8127만원을 썼다. 1년 총 유지비 3분의 2 이상을 공관 공사에 투입한 것이다. '황제 관사' 아니면,  예산 낭비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감사원이 관리하는 건물. 감사원의 1년 청사 유지비는 1억2000만원 가량인데 이중에 8천만원 이상을 취임 8개월된 최재해 감사원장 관사 공사에 썼다. 이탄희 의원실 제공
감사원이 관리하는 건물. 감사원의 1년 청사 유지비는 1억2000만원 가량인데 이중에 8천만원 이상을 취임 8개월된 최재해 감사원장 관사 공사에 썼다. 이탄희 의원실 제공

감사원은 그동안 다른 정부기관을 감사해오며 예산 낭비 및 유용을 지적했고 징계도 했다. 지난해 9월 MBC 보도에 따르면 '표적감사 논란'이 불거졌던 권익위원회 감사 때는 감사원은 전현희 권익위원장 관사의 수도가 동파되어 수리 비용이 100여만원 지출된 것을 두고 관사 관리 비용 횡령이 의심된다며 직원들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감사원이 다른 정부기관을 정밀 감사하는 것은 당연한 업무이며. 권익위원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문제는 감사원장이 예산을 낭비하거나 지출 부풀리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다른 기관 감사에 '영이 서겠느냐'는 점이다.

본질적 문제는 감사원은 누가 감사를 하느냐는 점이다. 감사원은 헌법상 대통령에 속해 있지만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기관이다. 대통령 비서실 정도를 제외하고는 제도적으로는 감사원을 감사할 수 있는 기관은 없다. 다만 이번처럼 국회 보고를 통해 감사원 운영 문제점이 밝혀질 때가 있을 뿐이다. 막강한 권력기관인 검찰도 외견상으로는 공수처라는 별도의 수사기관을 통해 견제를 받는데 감사원은 견제를 받지 않는다.

감사원장 공관 개보수 예산낭비 논란은 단순히 세금 낭비의 문제가 아니라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감사원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감사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미국처럼 감사원을 국회 산하에 둬서 국회의 통제를 받게 하는 '개헌 논의'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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