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현재 주 69시간 일하는 회사는 없다?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3.23 14: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행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 업장은 주 69시간 근로 가능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률은 6.5%
선택적 근로시간제 사업장 근로시간 집계한 자료 없어
게임 업계 ‘크런치 모드’ 시 9.6일 동안 주 60시간 이상 근로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개편안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행 주 52시간제 최대 근로를 허용하는 상한에 관해 “60시간 상한”이다 아니다를 두고 이야기가 엇갈리다가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겁니다. 

2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임이자 의원. 출처 KBS 라디오
2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임이자 의원. 출처 KBS 라디오

이날 아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근로시간 개편안 관련 논란에 대응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2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설명했습니다. 임 의원은 “노동계에서 계속 69시간 프레임을 갖고 나오니까 다들 거기에 갇혀서 바라보는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임 의원은 “탄력적 근로시간 현재의 법으로 보게 되면 특정 주에 52시간까지 할 수 있고 연장 12시간 하게 되면 64시간까지도 지금 현재 가능”하다며 “선택적 근로시간은 이제 69시간까지 나오는데 그런데 지금 현재도 이렇게 69시간도 나오고 있고 많이는 129시간까지도 나올 수 있지만 현재 이렇게 사용할 수가 없죠. 이렇게 하는 데는 없죠”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임 의원은 “지금 현재의 근로기준법에 돼 있는 근로시간 체계로 봐도 69시간은 하도록 돼 있지만 그렇게 하는 회사들이 거의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방송 뒤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임 의원이 ‘69시간까지 일하는 선택적 근로제를 도입한 사업장이 거의 없다’는 취지의 발언에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뉴스톱은 임 의원의 ‘선택적 근로제 도입 업장에서 69시간까지 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했습니다. 

 

◈주 69시간까지 가능한 ‘선택적 근로제’ 도입률 6.5%

먼저 용어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유연근로시간제도가 있습니다. 유연근로시간제에는 탄력적 시간근로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등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임이자 의원은 가장 널리 활용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언급했습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짧게는 2주 이내에서, 길게는 6개월 이내까지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유지하는 대신, 업무량이 많은 특정 주에는 주 52시간에 연장근로 1주 12시간을 더해 한 주 최대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한 주 40시간을 넘더라도 단위기간 총 노동시간을 맞춘다면 초과근무수당(가산수당)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통해 재량껏 도입할 수 있습니다. 2019년 도입 당시 최장 3개월이었던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2021년에 6개월로 확대됩니다. 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면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합의를 해야 합니다. 

노동부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할 수 있는 직무로 계절적 영향을 받거나, 시기별 업무량 편차가 많은 업종을 꼽았습니다. 운수, 통신, 의료서비스업, 음식서비스업, 접객업, 철강, 석유, 화학 등 광범위한 업종이 포함됩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업종에 관계없이 1개월 안에서 노동자가 근무 시작과 종료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한 제도입니다.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업무의 경우 정산기간을 3개월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하루 근로시간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되, 평균적으로 법정근로시간인 1주 40시간 안으로 맞추는 제도입니다. 다만 한달 총 근로시간 합산 평균이 주 52시간을 넘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2월을 기준으로 하면, 주 52시간에 4주를 곱해 한달 노동시간이 208시간을 넘으면 안되는 겁니다.

노동부는 '출퇴근에 엄격한 제한을 받지 않는 관리감독업무나, 근로의 양보다 질이 중시되는 전문직 종사자, 혹은 연구, 디자인, 설계 업무등 업무량 편차가 있는 직종에 적합하나 모든 직종에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면 취업규칙 등에 업무시작과 종료시각을 근로자 결정에 맡긴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합니다. 또한,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사이의 서면합의 역시 필요합니다.

'3개월을 초과해 6개월 이내'로 적용한 탄력적 시간근로제와 '1달을 초과해 3개월 내'로 적용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근무일 사이 최소 11시간 이상 연속휴식을 부여해야만 하는 게 현행 규정입니다.

예를 들어 밤 10시에 근무가 끝났다면 최소 다음날 오전 9시는 되어야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과로로 인한 질병과 사망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지금도 11시간 연속휴식만 보장한다면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유연근로시간제도에는 세 가지 유형이 더 있습니다.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는 출장 등 사유로 근로시간 전부 혹은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일하는 제도입니다. ▲재량 근로시간제는 업무 성격에 따라 업무수행 방법을 근로자 재량에 위임할 필요할 때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보상휴가제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통해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유급휴가로 부여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유연근로시간제도 유형. 고용노동부 자료 갈무리
유연근로시간제도 유형. 고용노동부 자료 갈무리

임이자 의원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사업장에서도 69시간을 일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21일 뉴스톱이 임 의원실에 문의해보니 해당 발언의 근거는 ‘2022년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 결과였습니다. 임 의원실은 해당 자료의 ‘유연근로시간제’ 통계 가운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5인 이상 작업장’ 비율이 6.5%인 점에 주목했습니다. 

임이자 의원실 관계자는 뉴스톱에 “6.5%밖에 안 되는 사업장에서 69시간 일을 시키는 곳은 거의 없다는 취지였다”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곳 가운데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곳들도 있기에 (최대 69시간까지 일을 시키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고용노동부 자료를 확인해보니 이 수치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6월 기준 전체 5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곳의 비율은 6.5%였습니다. 조사에 응답한 전체 5인 이상 사업장은 48만6551곳이고 이 가운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3만1520곳이었습니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이 조사에서 유연근로시간제 도입 업장의 1주, 1달간 평균 노동시간을 집계하고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따라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6.5%의 업장에서 주당 몇 시간씩 일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게임 업계 '크런치 모드' 때 주 60시간 노동

대신 일부 업종의 경우 근로시간이 집계된 자료가 있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진행한 ‘2022년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게임 업계 종사자 가운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포함한 유연근로시간제를 택한 사람의 비중은 60% 정도입니다. 10명 중 4명만 정해진 출퇴근 시간을 매일 준수합니다. 이중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택한 사람의 비중은 20.9%입니다. 

유연근로시간제 도입 현황. '2022년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 갈무리
유연근로시간제 도입 현황. '2022년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 갈무리

게임업계는 게임 출시 등 프로젝트가 몰리는 기간에 길게 일하는 이른바 ‘크런치 모드’라는 근무 패턴이 있습니다. 설문에 응답한 응답자 가운데 19.1%는 ‘최근에 참여한 프로젝트 중 크런치 모드가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크런치 모드는 주기상 11.1주에 한 번씩 있었고, 1번 시작되면 평균 9.6일씩 유지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크런치 모드가 가장 길었던 일주일 노동시간은 평균 60시간이었습니다. 게임산업 종사자들 가운데 20% 정도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용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택한 종사자 중 일부는 크런치 모드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들의 경우 평균 60시간에 가깝게 일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크런치 모드 관련 답변 내용. '2022년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 갈무리
크런치 모드 관련 답변 내용. '2022년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 갈무리

크런치 모드 후 휴식이 보장되는 정도에 관한 결과를 보면 휴식이 보장된다는 의견은 54.1% 정도입니다. 둘 중 한 명은 잘 보장되지 않는다고 것입니다.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7%이고 매우 보장된다는 응답률은 22.7%로 전년도(2021년) 수치인 27.6%보다 5%가량 감소했습니다. 주 60시간 이상 일하는 크런치 모드로 일하는 경우, 휴식시간을 잘 보장하는 것이 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아니지만 같은 유연근로시간제 중 하나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현황에 대한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2018년 10월부터 11월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하는 사업장과 아닌 사업장 총 2436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입니다. 당시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비율은 3.2% 정도로 나왔습니다. 주로 제조(35%), 건설(25%), 영상정보서비스(50%), 전문과학기술서비스(66.7%) 업종에 많이 도입됐습니다.

2018년 고용노동부 '탄력근로제 활용실태 조사 결과'에 나오는 연장근로 관련 답변 내용
2018년 고용노동부 '탄력근로제 활용실태 조사 결과'에 나오는 연장근로 관련 답변 내용

‘도입 효과’를 보면 연장근로 시간이 나옵니다. 응답자 대부분이 연장근로 시간의 변화가 없거나 유사한 수준이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20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했다는 비중도 0.7% 정도로 집계됐습니다.


종합하면, '선택적 근로제 도입 업장의 경우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는 업장은 거의 없다'는 임이자 의원의 발언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표는 찾을 수 없습니다. 임 의원 발언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판정을 유보’합니다. 

2022년 6월 기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포함한 유연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 가운데 21% 정도입니다. 유연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고 해도 69시간까지 추가 근로를 하는 사업장 수는 적을 수 있습니다. 다만 선택적 근로제를 20% 비율로 도입한 게임 업계의 경우 평균적으로 주 60시간 이상 일하는 크런치 모드라는 업무 형태가 있습니다. 이 경우 휴식시간 부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근로시간 개편안 자료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근거로 5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 3026명을 대상으로 한 근로시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조사결과 유연근무제 만족도가 ‘만족, 매우 만족’ 지수가 46%로 나옵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현재 전 업종 1개월, 연구개발 업무 분야의 경우 3개월로 한정된 활용 기간을 각각 3개월, 6개월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개편 뒤에는 주4일제나 주4.5일제 확대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이러한 선택근로제 적용 기간을 늘릴 때 오히려 노동시간이 느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류성민 경기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2019년 연구 <유연근로제도 실태조사 및 정책점 시사점>에서 “유연근로제도는 많은 장점이 존재하지만, 가장 큰 단점은 지나친 근로시간의 유연화로 인해 근로자의 건강 및 안전권에 위해를 미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류교수는 같은 보고서에서 근로기준법상 최대근로시간을 넘기는 장시간 근로를 하지 않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