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편의점 OK, 스타벅스 NO" ‘애플페이’ D-1 전망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03.2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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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는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에 태풍을 몰고 올 수 있을까. 그동안 단말기 투자비와 수수료 문제 등으로 번번이 한국 도입이 좌초됐던 ‘애플페이’의 출시가 드디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애플코리아와 현대카드는 내일(21일)부터 국내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애플페이는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의 오랜 바람이었다. 이미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그간 국내 서비스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삼성페이 때문에 갤럭시 휴대폰을 사용한다는 이용자도 있을 만큼, 휴대폰 간편결제 서비스는 이제 주요한 경쟁 요소가 됐다.

그렇다면 애플페이 출시가 불러올 변화는 무엇인지, 한계와 과제는 무엇이 있을지, <뉴스톱>이 총정리했다.

 


 

◆‘애플페이’란?

애플페이는 지난 2014년 미국에서 출시된 간편결제 서비스로, 이미 세계시장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년 9월 기준으로 사용자 수가 연평균 49.9% 증가하며 5억 명을 넘어섰고,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결제 규모 측면에서 알리페이와 Master Card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일각에서는 곧 1위인 비자(Visa)를 넘어서는 것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제기되고 있다.

애플페이 사용자 수 추이/주요 결제사 처리금액 비교 (출처: 삼성증권)
애플페이 사용자 수 추이/주요 결제사 처리금액 비교 (출처: 삼성증권)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사용이 불가능했다. 애플페이 결제 시 소비자 데이터의 해외 이동을 놓고 ‘전자금융거래법’ 저촉 여부와,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을 두고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심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 약관 심사를 통과한 지 약 2달 만에 국내에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이 가능하다는 금융당국의 최종 결론이 나왔다. 이로써 애플페이는 출시 8년 만에 전 세계 76번째로 국내 도입이 가능해졌다.

 

◆‘현대카드’로만 사용 가능?

애플페이의 출시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한 무렵부터, 현대카드가 독점적으로 애플페이 국내 보급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애플페이 독점 출시라는 현대카드의 계획은 금융위 승인 과정에서 좌초됐다. 당초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근거리 무선통신(NFC) 단말기를 한국의 가맹점에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었으나, 금융당국이 현대카드의 단말기 보급이 ‘부당보상금’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카드가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타 카드사들도 애플페이 활용이 가능해졌다.

현대카드 정태영 대표이사가 지난 2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글
현대카드 정태영 대표이사가 지난 2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글

그러나 당분간은 애플페이 사용이 현대카드로만 한정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애플페이 도입을 준비해온 현대카드와 달리, 다른 카드사들은 애플 측과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준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출시 초기에는 현대카드가 독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현대카드는 벌써 애플페이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현대카드의 사용 가능 체크카드 수는 16만 2000개로, 지난해 12월 15만 1000개 대비 7.28%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카드는 -1.58%, 비씨카드는 0.08%, 삼성카드는 -2.20%, 신한카드는 -0.29%, 우리카드는 -0.31%, 하나카드는 0.56%, 국민카드는 -0.64%의 증감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애플페이 이용을 위해 현대카드를 발급한 이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어디에서 쓸 수 있나?

내일(21일)부터 아이폰과 현대카드를 보유한 이용자는 호환 단말기 구비 매장에서 애플페이를 쓸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단말기를 보유한 매장이 많지 않아, 애플페이 사용이 제한되는 곳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일단 당장 내일부터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모든 편의점에서의 애플페이 사용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편의점 업계는 이미 단말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통해 전국 매장 어디에서나 애플페이 사용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라면서, “모든 편의점이 동일하게 21일부터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백화점 역시, 대부분 매장에서 내일부터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애플 사용자들의 성지라 불리는 ‘스타벅스’에서의 애플페이 사용은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 계열 가맹점이 당장 애플페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현재는 애플페이 도입 자체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얼마나 활성화되는지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24를 제외한 신세계그룹 계열인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에서는 애플페이 사용이 불가능하다.

 

◆상용화할 수 있을까?

문제는 대형 프렌차이즈나 마트, 편의점이 아닌 일반 매장이나 대중교통에서의 애플페이 활성화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는 애플페이 사용을 기대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수요와 배치되는 지점이라, 애플페이의 국내 상용화를 위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페이를 가장 써보고 싶은 오프라인 가맹점은?’이라는 질문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일반식당’에서 써보고 싶다는 응답이 36.9%(664표)로 가장 많았다. 2위는  ‘대중교통’(30.8%, 554표)이었고, 3위는 '편의점'(11.9%, 215표)이, 4위는 '카페'(10.1%, 182표)가 차지했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 홈페이지 갈무리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 홈페이지 갈무리

문제는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NFC 방식의 결제 시스템을 갖춘 매장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카드 및 기타 간편결제 방식은 크게 주파수를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NFC 방식과 마그네틱 신용카드를 긁어서 결제하는 MST 방식, 카드를 꽂아서 결제하는 IC칩 방식으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주로 MST와 IC칩 방식이 쓰이는데, 애플페이는 NFC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MST와 NFC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삼성페이와 다른 점이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280만 개의 가맹점 중 NFC 단말기를 갖춘 곳은 6~7만여 곳으로, 보급률이 2%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280만 가맹점에 대입하면 NFC 단말기를 모두 설치하기 위해서는 총 4200억원~56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개인영업을 하는 소상공인분들은 아무래도 애플페이만을 위해 따로 단말기를 설치하기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애플페이의 확산 추이를 지켜보고 설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애플페이를 받지 않더라도 타격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대중교통에서 이용이 제한된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버스와 지하철 단말기는 대부분 NFC 방식을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교통카드 회사와 애플의 직접적인 계약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사용이 어렵다.

 

◆애플페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러한 한계에도 애플페이가 미칠 영향력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간편결제 시장 자체가 높은 성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스마트폰에 저장한 생체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 금액은 7231억 7000만원으로 작년 하반기 대비 10.7% 증가하였으며, 이용 건수 또한 하루 평균 2316만 8000건으로 8.3% 늘어났다.

2022년 상반기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 (출처: 한국은행)
2022년 상반기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 (출처: 한국은행)

높은 아이폰 이용률 역시 애플페이가 가진 장점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아이폰은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난으로 인한 스마트폰 시장의 하락세 속에서도, iPhone 14 시리즈의 흥행 등으로 애플의 점유율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애플페이가 이미 확보된 아이폰 점유율을 바탕으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운다면, 새로운 간편결제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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