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유통·물류업계, 왜 해외직구 시장에 뛰어드나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03.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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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 A씨는 최근 이커머스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직구를 경험했다. ‘비타민’을 검색했더니, 상위 결과에 해외직구 상품들이 다수 추천된 것이다. 무료배송에 가격도 저렴한 데다, 배송 소요 시간도 3일에서 최대 일주일 정도로 국내 배송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A씨는 이후 신발과 화장품, 가전제품까지 해외직구를 애용하고 있다.

 

최근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구매 가능한 상품과 채널이 한정적이고 배송비와 배송 기간 부담이 컸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구매할 방법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통·물류 업계 역시 품목을 확대하고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해외직구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해외직구 시장이 소비자에겐 선택의 폭을 넓혀줄 기회가, 유통업계엔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 현주소와 전망을 <뉴스톱>이 분석했다.

 


 

◆지속적 성장세… ‘40대’ ‘남성’이 주도

지난해 해외직구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세청 ‘22년 해외직구 동향 요약
관세청 ‘22년 해외직구 동향 요약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는 총 9612만 건, 수입금액 47억 2500만 달러(약 6조 1700억 원)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각각 8.8%, 1.4%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상승폭은 다소 둔화한 결과지만, 2018년 3225만 5000건에서 2019년 4298만 8000건, 2020년 6357만 5000건, 2021년 8838만 건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관세청은 사상 첫 1억 건, 50억 달러(약 6조 5500억 원) 돌파까지도 전망하고 있다.

 

관세청 ‘22년 해외직구 동향 요약
관세청 ‘22년 해외직구 동향 요약

국가별로는 건수, 금액 기준 모두 중국이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발 해외직구 건수는 전체의 57.7%를 차지했다. 해외직구를 하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을 통해 상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금액의 경우, 2019년에는 전체 18.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6.2%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다만, 품목당 구매단가가 미국(51달러)이 중국(29달러)보다 1.8배 높아, 금액 기준 중국-미국 간 점유율 격차(2.6%P)는 건수 기준(29.3%P)과 달리 크지 않다고 관세청은 밝혔다.

 

관세청 ‘22년 해외직구 동향 요약
관세청 ‘22년 해외직구 동향 요약

품목별로 살펴보면 재작년에 이어 ‘건강식품’이 전체 16.3%로 가장 많이 수입됐다. 2위는 ‘가전제품’(13%), 3위는 ‘의류’(11.9%), 4위는 커피·주류·과자류 등 ‘기타 식품’(10%), 5위는 ‘신발류’(5.9%)가 차지했으며, ‘화장품·향수’와 ‘완구·인형’, ‘핸드백·가방’이 그 뒤를 이었다. 상위 5대 품목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60%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40대의 구매 비중이 전체 32%로 가장 높았고, 30대(29.6%), 50대 이상(22.6%), 20대(14.6%), 10대(1.2%)가 그 뒤를 이었다. 성별의 경우 남성의 구매비중이 52.1%로 여성(47.9%)보다 높았다. 이 중에서도 특히 ‘40대 남성’의 해외직구 비중이 전체 집단의 17.4%로 가장 높았고, 30대 여성(15.4%)이 그 뒤를 이었다. 남성의 구매비중이 여성을 앞지른 건 지난해가 처음으로, 관세청은 남성의 패션용품 구매 건수가 22.3% 증가하는 등 패션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발 빠른 대응 나선 유통·물류 업계

국내 이커머스와 물류 업계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이른바 ‘크로스보더’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대안과 전략을 내놓고 있다.

 

크로스보더는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활동을 의미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과 물류 시스템의 성장으로 이커머스를 통해 해외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의미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라는 신조어로 자주 쓰인다. 물류 리서치 기관인 트렌스포트 인텔리전스는 2021년 기준 전 세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물류’ 시장 규모를 약 100조 원으로 집계했다. 앞으로도 연평균 12.9% 성장해 오는 2026년 176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이커머스부문 대표가 지난 9일 코엑스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CJ대한통운)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이커머스부문 대표가 지난 9일 코엑스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은 최근 알리바바그룹 산하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및 차이니아오(CaiNiao)와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핵심은 길게는 1~2주가량 소요되던 해외직구 상품을 3~5일 내로 받을 수 있게 단축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9월 알리바바그룹 산하물류 차이니아오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CJ대한통운은 알리익스프레스 해외직구 물량의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국경을 넘나드는 ‘초국경 택배(CBE·Cross Border E-commerce)’ 시장의 성장세에 발맞춰,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국내 배송처럼 빠르고 편리한 배송 서비스를 받아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쿠팡)
(사진제공=쿠팡)

쿠팡은 2017년 미국을 중심으로 ‘로켓직구’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21년에는 중국, 지난해 3월엔 홍콩으로까지 확장했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TDI에 따르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인 2월 17일부터 20일까지 쿠팡 검색량은 100만 건을 넘겨 이커머스 업계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만에서 로켓직구 서비스를 시작하며 ‘역직구’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쿠팡은 “한국을 비롯한 국내외 소상공인들이 추가적인 절차나 비용 부담 없이 새롭고 강력한 해외 판로를 개척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G마켓은 지난 10월, 패밀리사이트인 해외직구 전문몰 ‘G9’ 서비스를 종료하고 G마켓으로 서비스를 합쳤다. G9은 G마켓이 지난 2013년 시작한 큐레이션 쇼핑 사이트로, 해외직구 영역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해외직구의 보편화로 더 이상 G9이 차별성을 갖기 힘들어졌다고 판단하고, G마켓에 해외직구 역량을 집중시키기로 한 것이다. 현재 G마켓은 해외직구 서비스를 확대하고 프로모션 정기 편성 및 해외직구 전문샵 입점 추진 등 해외직구 역량을 대폭 강화해나가고 있다.

 

◆사기 피해 4배 증가… “소비자 주의 필요”

그러나 해외직구 과정에서 피싱이나 해킹 등의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이 국제 거래 소비자 불만 접수 현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사기 의심 사이트 피해는 2021년 93건에서 2022년 367건으로 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들 사이트는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지만, 한국어로 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국내 쇼핑몰로 오인하기 쉬우며, 주기적으로 웹사이트 URL과 이메일을 변경하며 영업하기 때문에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의류·신발이 68.1%(250건)로 가장 많았으며, 외장하드, 화장품 등 다양한 품목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주문 취소 및 환급을 거부당한 ‘계약취소·환급 거부 및 지연’이 82.8%(304건)로 가장 많았고, 광고와 다른 품질의 제품을 받은 ‘제품 하자·품질·AS 미흡’이 4.6%(17건)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소비자원 보도자료 갈무리
한국소비자원 보도자료 갈무리

한국소비자원은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접속한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할 경우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을 통해 사기 의심 사이트로 등록된 사업자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검색 결과가 없더라도 회사 소개 등에 어색한 번역투 문구를 사용하거나 사업자 주소, 전화번호는 공개하지 않고 이메일만 공개한다면 구매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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