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공복에 바나나는 좋지 않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4.0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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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매체-대학생기자-식약처-문체부 합작 건강관련 허위정보

대한민국이 국민들에게 아침 공복엔 바나나를 먹지 말라고 합니다. 과연 아침 공복에 바나나를 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대한민국은 왜 국민들에게 바나나를 먹지 말라고 했을까요? 뉴스톱이 팩트체크했습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문화체육관광부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문화체육관광부

◈아침 공복에 바나나 먹지 마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은 지난 29일 <고구마, 바나나를 아침에 먹으면 좋지 않은 이유>라는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작한 이 영상은 영화 해리포터 분위기로 만든 카드뉴스 형식입니다. 아침에 먹으면 좋지 않은 음식으로 고구마, 토마토, 귤, 그리고 바나나를 꼽습니다. 바나나에 대해서는 “공복에 먹으면 심혈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바나나는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데, 빈 속에 혈관 속 마그네슘 수치가 높아지면 칼륨과 균형 상태가 깨져 심혈관에 무리가 간다”고 자세한 설명을 덧붙입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내용이니 덮어놓고 믿어야 할까요? 좀 미심쩍어 출처를 확인했습니다.

식약처는 당초 아침 공복에는 먹지말라는 문구와 함께 바나나, 고구마 이미지를 게시(왼쪽)했지만 뉴스톱 취재 이후 해당 이미지를 수정(오른쪽)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블로그
식약처는 당초 아침 공복에는 먹지말라는 문구와 함께 바나나, 고구마 이미지를 게시(왼쪽)했지만 뉴스톱 취재 이후 해당 이미지를 수정(오른쪽)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블로그

이 콘텐츠는 식약처 누리소통 기자단의 대학생 기자가 쓴 것으로 확인됩니다. 식약처 블로그에 공개한 콘텐츠가 문화체육부 정책브리핑에도 올라간 것이죠. 식약처 로고와 함께 “아침 공복에 먹지 마세요”라는 문구에 고구마와 바나나 사진이 들어있는 그림도 함께 올려놨습니다. 고구마 생산자들이 식약처로 몰려들면 어쩌시려구요.

정책브리핑에 올라간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블로그에 올라간 글을 보면 가장 마지막에 출처 링크가 한 줄 들어있습니다. 클릭해보면 헬스조선 사이트로 넘어갑니다. 나오는 기사는 <아침공복에 먹으면 탈나는 음식 4> 입니다. 이 기사를 요약 정리해 콘텐츠를 만든겁니다.

헬스조선→식약처 대학생기자→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의 고리가 완성됩니다.

출처: 헬스조선 홈페이지
출처: 헬스조선 홈페이지

◈아침 바나나 금지의 근거는?

헬스조선 검색창에 ‘바나나 공복’으로 검색해보면 96건의 기사가 검색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2016년까지 헬스조선은 공복에 바나나를 먹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는 걸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 2월 <속 쓰림, 혈당 상승… 공복에 먹으면 안 좋은 음식 5가지> 기사를 발행한 이후 18건의 기사가 공복에 먹지 말아야 할 음식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이전에 내보냈던 기사를 ‘복붙’한 내용입니다. 2023년 3월9일자 <아침 공복에 피해야 할 식품 ‘4가지’> 기사에선 고구마, 커피, 바나나, 빵을 꼽습니다. 2023년 1월27일자 <아침 공복에 먹으면 탈나는 음식 4>기사는 귤, 토마토, 고구마, 바나나를 꼽았네요.

바나나는 “공복에 먹으면 심혈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바나나는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데, 빈속에 혈관 속 마그네슘 수치가 높아지면 칼륨과 균형 상태가 깨져 심혈관에 무리가 간다. 특히 콩팥 질환을 앓거나 저혈압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2016년 헬스조선 기사를 인용해 봅니다. 제목은 <공복 길어질 땐 바나나, 성장기엔 씨앗류 간식 좋아>입니다.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위산이 위장 점막을 자극해 위염 등으로 이어지고, 배고픔 때문에 다음 식사 시 과식하게 될 위험도 커진다는 내용입니다. 이럴 때 간식을 먹으면 공복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니 적당한 간식을 추천한다고도 하네요. 식사가 불규칙한 경우에는 바나나, 삶은 계란처럼 적게 먹어도 포만감이 느껴지는 음식이 좋다고 설명합니다. 2016년엔 공복에 먹기 좋은 음식이 바나나라더니 2019년부터는 공복에 먹으면 탈나는 음식이라고 경고합니다. 바나나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마그네슘 얼마나 들었나?

헬스조선의 주장대로라면 ‘바나나에 함유된 다량의 마그네슘’이 체내로 흡수돼 문제를 일으키는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바나나엔 마그네슘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을까요? 식약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로 검색해봤습니다. 바나나 100g에 들어있는 마그네슘은 32mg입니다. 다른 음식도 찾아봤습니다. 100g 기준으로 시금치(72mg), 두부(80mg), 현미밥(52mg), 볶은 아몬드(322mg) 등의 음식에서 마그네슘 함량이 높았습니다.

출처: 식약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출처: 식약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식약처가 정하는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마그네슘의 권장 섭취량은 30~49세 기준 남자 370mg, 여자 280mg입니다. 크고 튼실한 바나나 한 개의 무게가 80~100g 정도 나갑니다. 보수적으로 계산하기 위해 바나나 한 개를 섭취할 때 체내로 들어오는 마그네슘을 32mg으로 본다면 30~49세 연령대의 남자는 바나나 한 개 먹으면 8.6%, 여자는 11.4%를 섭취하는 겁니다. 이 정도 먹는다고 혈중 마그네슘 함량이 급격히 상승하지 않습니다. 현미밥과 볶은 아몬드가 고마그네슘 혈증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아침 공복에 바나나를 먹어도 마그네슘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왜 확산하나

대한민국은 바나나 생산, 수입, 유통업자들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아침 공복에 바나나를 먹다가 해당 콘텐츠를 보고 찜찜함이 생긴 국민들에게도 사과해야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브리핑은 <공복에 먹으면 좋은 음식·나쁜 음식> 등 별달리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건강 관련 정보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운영 정책을 손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식약처 블로그에 콘텐츠를 올린 대학생 기자는 ‘헬스조선’ 기사를 인용한 것이니 따로 검증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대학생 기자의 콘텐츠를 받아 식약처 공식 블로그에 게재한 식약처 담당자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합니다. 식약처는 2020년에도 <공복에 좋지 않은 의외의 음식!> 이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내용의 글을 게재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식품 안전과 국민 보건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관련 콘텐츠를 아무런 검증없이 제작해 유포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식약처는 뉴스톱의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콘텐츠를 블로그에서 삭제했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해당 콘텐츠는 별다른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삭제했다"며 "앞으로 블로그 운영에 더욱 세심히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식약처 블로그
출처: 식약처 블로그

헬스조선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국민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별다른 검증도 하지 않고 작성하고, 자사에서 만든 기사를 주기적으로 재가공해 유통했습니다. 공복 바나나 허위정보 관련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쪽은 헬스조선입니다. 헬스조선은 해외 건강 사이트를 인용했다고 변명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랬다고 하더라도 부정확한 정보를 검증없이 인용한 책임은 남습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건강관련 허위정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권위를 얻고 확산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무턱대고 믿지 마시고 한 번쯤 의심해보고 가려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로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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