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안전기준치'와 '선량한도치'는 100배 차이가 난다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19.12.2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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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해 '후쿠시마 방사능 지도'를 그리다] 방사능 관련 용어 및 오해 정리

2020년 한국 국가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합니다. 원전사고 지역에서 약 67km 떨어진 후쿠시마 아즈마 스타디움에서도 경기가 열립니다. 한국 응원단 역시 이 지역을 방문해야 합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이후 최근까지 수 많은 한국 언론의 후쿠시마 방사능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8년째 똑같은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봐서는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은 후쿠시마 주요 지점 방사능을 직접 측정해 방사능 지도를 그렸습니다. 이 기사와 지도가 한국 국민과 정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팩트입니다.

[모두를 위해 '후쿠시마 방사능 지도'를 그리다] 시리즈

"그래서, 후쿠시마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하다는 거야?"

JTBC는 왜 일본시민단체로부터 '방사능 편파보도' 항의를 받았나

③ 사고 5km 이내 높은 수치...후쿠시마 경기장 방사선은 '보통'

후쿠시마 음식 37개 측정...전체 방사선 이상 없어

⑤ '후쿠시마 방사능' 위험지역과 안전지역을 확인하다

⑥ "문제 없다"와 "끝났다" 사이에 '후쿠시마의 진실'이 있다

⑦ "후쿠시마 방사능 피해는 암이 아니다. 공동체와 산업의 파괴다"

⑧ "도쿄올림픽 후쿠시마 경기, 원전사고 종식되었다는 식으로 이용될까 우려"

⑨ "일본 방사능 데이터 은폐는 불가능하다. 민간에서 끊임없이 조사하기 때문"

⑩ [기고] 시민들이 측정해 만든 '일본 방사능 지도' 어디까지 믿을수 있나?

⑪ [팩트체크] 일본정부가 원전사고 뒤 방사능 기준치를 낮췄다?

⑫ 방사선 안전기준치와 선량한도치는 100배 차이가 난다

⑬ [팩트체크] 후쿠시마는 체르노빌보다 11배 큰 원전사고다?

⑭ [팩트체크] 후쿠시마 사고 후 도쿄전력 임원들 해외도피?

⑮ [팩트체크] ‘먹어서 응원하자’ 참여한 일본연예인 피폭?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1. 방사능과 방사선, 베크렐과 시버트의 차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과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수치를 제대로 해석해서 보도하는 기사는 거의 없다. 측정된 방사선 수치가 위험하다고는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설명을 안해주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기사에 나오는 각종 단위와 용어 때문에 오히려 더 헷갈린다.

우선 방사능과 방사선, 그리고 방사성 물질을 구분해야 한다. 사실 이 시리즈 기사에서도 위의 용어들을 정확히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았다. [모두를 위해 '후쿠시마 방사능 지도'를 그리다]라는 시리즈 제목도 사실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지도'라고 적어야 했다. 하지만 방사능이란 표현이 독자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적당히 혼용했다.

방사선(Radiation)은 에너지가 높아 불안한 물질이 안정된 상태를 찾기 위해 방출하는 에너지의 흐름이다. 우라늄, 플루토늄과 같은 원자량이 매우 큰 원소들은 핵이 무겁기 때문에 스스로 붕괴한다. 이때 전자기파를 방출하는데 이를 방사선이라고 한다. 방사선에는 α(알파)선, β(베타)선, γ(감마)선 등이 있다. 

방사성 물질(Radioactive materials)은 방사선을 내는 물질(원소·element)을 말하며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자연방사성동위원소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인공방사성동위원소로 크게 나눠진다. 자연방사성동위원소(자연 방사성 물질)에는 우라늉, 라듐 등이 있으며 인공방사성동위원소(인공 방사성 물질)에는 방사성 세슘, 방사성 요오드, 방사성 스트론튬 등이 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방사능(Radioactivity)이란 단어는 방사성물질이 방사선을 내는 강도 혹은 능력을 뜻한다. 방사능 오염(Radioactive contamination)은 의도하지 않게 방사성 물질이 인체를 포함해 고체, 액체, 기체의 내부나 표면에 축적되는 것을 말한다. 

방사선과 방사능, 시버트와 베크렐의 차이.
방사선과 방사능, 시버트와 베크렐의 차이.

 

다음은 방사능 오염을 다룬 기사에 흔히 나오는 단위를 살펴보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이 베크렐(Bq)시버트(Sv)다. 두 단위는 의미도 다르기 때문에 해석도 달라야 한다. 베크렐은 방사능의 세기를 표시하는 단위다. 베크렐은 시간당 핵이 붕괴하는 것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며 1베크렐은 1초에 하나의 핵이 붕괴한다는 의미다. 특정 지역의 베크렐 수치가 높다는 것은 특정 지역에서 방사성 물질이 방사선을 많이 방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시버트는 인체가 받는 방사선영향을 표시하는 단위다. 방사성 물질로부터 방출되는 유해한 방서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수치화한 값이다. 시버트는 연간단위 혹은 시간단위로 표시가 되며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위의 그림이 방사선과 방사능, 시버트와 베크렐의 차이를 설명한 것이다.

 

2. 방사선 종류(α, β, γ선)와 특징

방사선은 핵종에 따라 알파, 베타, 감마의 세종류로 나뉜다. 알파선은 플루토늄, 라듐, 우라늄 등에서 나오는 방사선으로 위험도는 높지만 투과력이 약하기 때문에 피부를 통과하지 못하며 종이 한장에도 막힌다. 다만 알파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을 체내에 흡입할 경우 지속적으로 내부 피폭이 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베타선은 알파선보다는 덜 위험하지만 많이 노출될 경우에 피부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다. 피부를 투과할 수 있으나 알루미늄은 투과하지 못한다.  알파선과 베타선은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만 써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반면 감마선은 방사선 중 가장 파장이 짧아 투과력이 가장 높다. 밀도가 높은 납이나 콘크리트를 재료로 1미터 이상 벽을 쌓아서 막아야 한다. 

방사선 종류에 따른 투과력. 알파선은 종이 한 장으로도 막을 수 있지만 베타선은 알루미늄으로 막아야 하고 감마선은 1미터 이상의 납이나 콘크리트 벽으로 막아야 한다.
방사선 종류에 따른 투과력. 알파선은 종이 한 장으로도 막을 수 있지만 베타선은 알루미늄으로 막아야 하고 감마선은 1미터 이상의 납이나 콘크리트 벽으로 막아야 한다.

 

알파, 베타, 감마선 구분 없이 특정 방사능 물질이 많은지 적은지를 측정할 때에는 베크렐 단위를 사용한다. 반면 인체가 받는 방사선량을 측정할 때는 대부분의 차폐물질을 통과하는 감마선만 측정해서 시버트 단위로 표시한다. 지표면으로부터 1~1.5m에 측정장비를 두고 측정한 값을 해당 지역의 환경 방사선량(공간선량)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측정장비는 시간당 시버트(μSv/h)로 측정하지만 방사선 허용치의 경우 연간 밀리시버트(mSv/year)로 표기하기도 한다. 당연히 둘은 환산이 가능하지만 표기하거나 계산할 때 신중해야 한다. 

 

3. 방사선(방사능) 안전 기준치의 의미

자연방사선을 제외하고 일반인이 1년간 노출되어도 되는 방사선 권고치(일반 공중 선량 권고치)는 연간 1밀리시버트(1mSv/year)다. 이는 1000마이크로시버트(1000μSv)와 동일한 수치이며 0.001시버트(0.001Sv)와도 같은 의미다(0.001Sv=1mSv=1000μSv). 어떤 단위를 쓰느냐에 따라 숫자의 크기가 매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착시현상을 조심해야 한다. 5회 <'후쿠시마 방사능' 위험지역과 안전지역을 확인하다> 기사에서 밝혔듯이 일반인 허용치 연간 1밀리시버트를 시간당 기준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0.114마이크로시버트(0.114μSv/h)다. 하지만 특정지역에서 시간당 0.114마이크로시버트가 나왔다고 해서 그 지역에 얼씬도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 방사선 노출 정도와 허용치.
일상 생활에서 방사선 노출 정도와 허용치.

위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자연 방사선 평균량은 일반인의 선량햔도 연간 1밀리시버트의 3배인 3밀리시버트(3mSv/y)다. 연간 1밀리시버트라는 선량한도는 생각보다 굉장히 낮게 책정되어 있다. 엑스선을 두번만 쬐어도 선량한도를 초과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엑스선을 일년에 서너번 쬔다고 암에 걸리지는 않는다. 방사선 위험도는 얼마나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되느냐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시간당 0.114마이크로시버트인 지역에서 연간 기준치를 초과한다는 의미는 이 지역에서 1년간 머무르며 지속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람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여행도 하고 출퇴근도 한다. 특히 방문객은 방사선 기준치 이상인 지역을 잠시 스쳐 지나간다고 해서 바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의 자연방사선량 평균치. 한국의 연간 자연방사선은 3mSv로, 일본의 0.3mSv의 10배에 달한다. 즉, 한국 사람들은 자연방사선을 일본보다 평균적으로 10배 더 쬐고 있다는 의미다. 인도는 연간 9.2mSv로 일본의 30배의 자연방사선을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자연방사선을 제외한 방사선 연간 권고치는 1mSV다.
전 세계의 자연방사선량 평균치. 한국의 연간 자연방사선은 3mSv로, 일본의 0.3mSv의 10배에 달한다. 즉, 한국 사람들은 자연방사선을 일본보다 평균적으로 10배 더 쬐고 있다는 의미다. 인도는 연간 9.2mSv로 일본의 30배의 자연방사선을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자연방사선을 제외한 방사선 연간 권고치는 1mSV다.

미량이라도 방사선은 좋지 않다고 하지만 사실 지구상의 모든 인류는 자연방사선에 노출되어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이런 자연방사선과 태초부터 상호작용하고 있다. 2015년 조사에서 전세계 자연방사선(Ground Radiation)은 우리나라는 평균적으로 년간 3mSv 이고 일본은 0.3mSv 그리고 인도(Kerala & Madras 지역)는 약 9.2mSv 에 이르기도 한다. (환경기준은 이런 자연 방사능을 제외한 추가 수치임을 미리 밝힌다). 환경기준치로만 보면 한국보다는 일본이 훨씬 안전하고 인도(Kerala & Madras)에서는 절대 사람이 살아서는 안되는 곳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면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을 모두 측정하는 단위인 베크렐은 언제 쓰이고 기준은 어떻게 될까. 방사능의 세기를 표시하는 단위인 베크렐은 일반적으로 음식에 세슘같은 방사성물질이 포함됐는지를 알아볼 때 사용된다. 현재 국내 음식 세슘 방사능 검출 기준은 1kg당 100베크렐(Bq/kg)이다. 일본과 동일하다. 원래 한국의 기준치는 370베크렐이었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강화됐다. 미국은 1200베크렐(Bq/Kg), 유럽은 500베크렐(Bq/Kg)이다. 한국과 일본의 방사성 세슘 기준이 미국보다 12배 가량 엄격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허용 기준치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인 100베크렐(Bq/Kg)도 안전하지 않으니 1베크렐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반면, 한국 기준 100베크렐(Bq/Kg)이 과도하게 엄격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올려야(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자료에 따르면 1kg 당 100베크렐(Bq)의 방사성세슘에 오염된 고등어를 매일 한마리(200g)씩 1년간 먹는다고 가정하면 내부피복에 의한 방사선량은 약 0.1밀리시버트(0.1mSv)가 된다. 일반인 방사선 연간 권고치 1밀리시버트(1mSv)의 10분의 1이다.

 

5. 방사선 안전기준치와 선량한도치의 차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자연방사선량(Ground Radiation)을 제외한 연간 방사선 노출 권고치(선량한도치)를 일반인과 방사선 관련 직업을 구분해 제시하고 있다. 일반인은 위에 언급했듯이 연간 1mSv이고 방사선 관련 직업은 일반인의 50배인 50mSv를 기준으로 두고 있다. 암 환자 등이 쐬는 의료 방사선의 경우 기준이 없다. 

국제 방사선방호위원회 기준 연간 방사선 노출 권고치.
국제 방사선방호위원회 기준 연간 방사선 노출 권고치.

중요한 것은 선량한도치(노출 권고치)가 안전기준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방사선 피해의 특성상 임상시험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가 없다. 따라서 현재 기준치는 과거 사고로 인한 피해자 추적 조사를 통해 확률적으로만 정의되는 기준이다. 2000년대 이후 연구조사들을 통해 선량한도치(노출 권고치-1mSv/y)의 100배인 연간 100밀리시버트(100mSv/y) 이상 피폭되면 암 발생확률이 유의미하게 증가(약 0.5%)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000명 중 5명 정도가 암으로 사망한다는 의미다. 참고로 100mSv/y란 기준도 자의적이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이 기준은 300~500mSv/y였다. 선량한도치, 즉 일반인 노출 권고치(1mSv/y)의 암 발생 확률은 100mSv/y를 기준으로 선형적으로 가정하면 1만분의 1정도의 확률이라고 볼 수 있다.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박사는 사이언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안전기준치(약 100mSv/y)'와 선량한도치(1mSv/y)는 분명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량한도 1mSv/y는 정상 환경에서는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낮게 정한 이유는 독성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합리적으로 획득가능한 선에서 낮게 유지하자”(ALARA, As Low As Reasonable Achievable)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낮추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수준에서 가능한 낮추자’는 것이고, 그 선이 1mSv/y인 것이다. 

*후쿠시마·도쿄 방사능 특별취재팀: 김준일·송영훈·지윤성·홍상현·강양구·김성수·박강수
*취재에 도움을 준 단체: 일본 최대 진보언론 <신문 아카하타>, 일본 방사능 측정 시민단체 <세이프캐스트>, 방사능 측정장비 기업 <램텍><써모피셔사이언티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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