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강원도 일년 관광객 1억5천만명?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3.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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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통신 빅데이터로 연인원 1억 5천만 명 추정은 사실
다른 목적 방문 등 허수 있으나 빅데이터 조사가 현재론 최선

2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그 전날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조건부 동의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케이블카 설치 취지를 설명하고자 강원도 관광객 연인원을 제시했습니다. 김 지사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금 강원도가 요새 많이 뜨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강원도를 찾아오신 관광객이 연인원으로 1억 5천만 명으로 지금 통계가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8일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출연했다. MBC 라디오 시사 채널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달 28일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출연했다. MBC 라디오 시사 유튜브 영상 갈무리

1억 5천만 명이라는 숫자는 2021년 기준 대한민국 총 인구인 5174만 명 모두가 1년 동안 3번 강원도를 방문한 정도의 매우 큰 수치입니다. 해당 발언 이후 언론 보도에는 김 지사가 말한 “1억 5천만”이라는 숫자가 그대로 인용됐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강원도를 방문한 실제 관광객 수가 1억 5천만 명이라고 볼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연인원이란?

‘연인원’은 어떤 일에 종사한 인원을 하루에 완성한 것으로 가정하고 일수를 인수로 환산한 총인원을 말합니다. 예컨대 다섯 명이 열흘 동안 완성한 일의 연인원은 50명이죠. 관광객 수를 셀 때 연인원을 쓰면 어떨까요? 한 명이 강원도에 열흘 동안 머물렀다면 10명이 강원도에 간 것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연인원’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검색 화면 갈무리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연인원’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검색 화면 갈무리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관광통계는 ‘방문객’ 수입니다. 한국관광연구원의 ‘국제관광통계 작성방안’ 논문에 따르면, 국제연합(UN)과 국제관광기구(WTO)에서는 관광활동의 주체를 방문객으로 봅니다. 방문객은 일반 여행자와 달리 '환경, 방문 기간, 방문목적' 등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국내 관광객 수인 “국내 방문객”은 “1년 미만 기간동안 그의 일상생활권을 떠나 여행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사, 직업적 목적, 일시적 근무를 위해 여행하는 사람은 제외합니다.

 

강원도 관광객 ‘연인원 추정치’는 1억 5천만여 명

김 지사가 언급한 1억 5천만 명이라는 관광객 수치는 강원도관광재단이 지난 1월 30일 공개한 보도자료에 나옵니다. 해당 보도자료에서 강원도관광재단은 “KT 통신 빅데이터 기반의 강원관광 동향분석을 통해 2022년 강원도 방문 전체 관광객은 1억 5345만여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월 30일 강원도관광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 해 동안 강원도에 1억 5천만여 명이 나왔다고 밝힘. 강원도관광재단 보도자료 갈무리
지난 1월 30일 강원도관광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 해 동안 강원도에 1억 5천만여 명이 나왔다고 밝힘. 강원도관광재단 보도자료 갈무리

이 자료의 ‘방문객’은 강원도에 2시간 넘게 체류한 외지 방문객과 강원도 내 관광지에 30분 이상 체류한 방문객을 의미합니다. 재단은 KT 통신데이터를 이용해 관광지의 월간 방문 횟수, 체류시간 등을 전국 인구와 비교해 산출했다고 합니다. 강원도 안에서 출퇴근 때문에 이동하는 인구는 제외됐습니다. 해당 자료에 나온 방식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도출된 결과에 따라 강원도의 1년 방문객 연인원은 1억 5천만여 명이 맞습니다.

강원도관광재단이 밝힌 방문객 수 집계방식 내용을 정리한 표.
강원도관광재단이 밝힌 방문객 수 집계방식 내용을 정리한 표.

다만 이 자료 속 방문자 수를 한해 실제 방문자 수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빅데이터로 지역별 관광객 수 통계를 제공하는 한국관광공사는 해당 데이터가 제시된 웹페이지에 ‘해석 유의사항’을 명시했습니다. 먼저 이 데이터는 “실제 방문자 수가 아니라 추정된 값”이라고 합니다. 이동통신 데이터라는 변수가 많이 개입되는 수치를 쓰고, 핸드폰 미소지자 등을 빠뜨렸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정확한 방문목적을 알 수 없습니다. 관광통계에서 의미 있는 “방문자”는 일상생활권을 벗어나 ‘관광’ 목적으로 머무른 사람이어야 하는데, 이동 통신데이터로는 정확한 방문목적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제공하는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지역별 분석’ 페이지에 나오는 유의사항. 실제 방문자 수가 아닌 추정된 값이라는 내용이 나옴. 한국관광 데이터랩 화면 갈무리
한국관광공사가 제공하는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지역별 분석’ 페이지에 나오는 유의사항. 실제 방문자 수가 아닌 추정된 값이라는 내용이 나옴. 한국관광 데이터랩 화면 갈무리

뉴스톱은 지난 2일 해당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관광공사 빅데이터팀에 김 지사의 “1억 5천만 관광객” 발언을 문의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빅데이터팀 관계자는 이 수치를 “절대적인 방문자 수를 보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며 “유동인구와 체류 시간 증가 폭을 확인하는 데에 쓰는 게 적절하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매우 큰 자릿수 수치로 나오는 해당 관광객 수 추정치를 관광객 수를 홍보하는 데 쓰곤 합니다. 한국관광공사 측에서도 “이 수치는 절대 수치가 아니라 추이를 보는 용도로 쓰도록 각 지자체에 안내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관광객 수 집계 최선의 방식은 ‘빅데이터’ 조사"

공식적인 관광 관련 조사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여행 행태 관련 조사인 ‘국민여행조사’가 있습니다. 가장 최근 집계된 결과는 2021년 조사 보고서 내용입니다. 보고서에는 ‘방문지별’ 여행 횟수, 일수, 지출액 집계 내용이 나옵니다. 17개 광역 시도별로 해당 수치가 제공됩니다. 다만 해당 지자체별 관광객이 연인원으로 집계된 내용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관광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경희대학교 스마트관광원 박상원 교수는 6일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현재 상황에서 지역에 들어오는 관광객 한 명씩 일일이 관광 목적으로 오는 것을 묻지 않는 한 더 자세한 관광객 수 집계는 불가능하다”며 “지역별 관광객 수를 확인할 방법은 빅데이터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종합해보면, “지난 한 해 동안 강원도를 찾아오신 관광객이 연인원으로 1억 5천만 명으로 통계가 나오고 있다”는 김 지사의 발언은 해당 빅데이터 분석 결과상 사실입니다. 다만, 한국관광공사가 밝힌 ‘유의사항’대로 이 수치는 ‘실제 방문자 수’가 아니라 추정된 값이며, 정확히 관광 목적을 가지고 온 사람인지 알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현재 관광 데이터를 집계하는 기관과 학계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관광객 수 통계에 이런 한계점이 있음에도 그보다 나은 집계방법이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따라서 김 지사의 “지난 한 해 강원도 관광객 연인원이 1억 5천만 명” 발언은 ‘대체로 사실’로 판정합니다. 다만 각 지자체에서는 '연인원'이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설명할 필요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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