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우리나라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 적용대상 아냐?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3.2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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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근로자 400명 법적 보호, 가사사용인 평균임금은 258만원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불러들여 맞벌이 부부가 싼값에 쓸 수 있게 하자는 조정훈 의원(시대전환)의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이 연일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인종차별 내지는 국적차별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쏟아졌구요. 공동 발의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름을 뺐습니다. 결국 조 의원은 법안을 철회했는데요. 민주당 의원이 빠진 자리에 국민의힘 의원 동의를 얻어 같은 내용으로 법안을 재발의했습니다. 조 의원은 해당 법안이 국제협약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우리나라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법 적용이 되지 않는 직군이라고도 말했는데요.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습니다.

 

 

◈조정훈,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 아냐"

조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발언을 잠시 살펴봅니다.

조정훈: 많은 분들이 이 법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질문하셨습니다. 너무 좋다. 이 정도만 되면 나도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고 싶다. 우리 자녀들에게 제공해주고 싶다. 하지만 혹시 이것이 인권의 문제, 특히 국제노동기구(ILO) 국제협약 위반이 아니냐라고 질문하십니다. 예. 저도 그런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꼼꼼히 꼼꼼히 따져보았지만 그 결론은 위반이 아닙니다. 한국인과 외국인 국적 차별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법 적용이 되지 않는 직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가 발의한 법안은 ILO 국제협약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2023.03.21. 국회소통관 기자회견)

사실여부를 따져 볼 건 “대한민국에서도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법 적용이 되지 않는 직군”이라는 대목입니다.

 

◈가사사용인 VS 가사근로자 

일단 최저임금법을 살펴봅니다. 최저임금법 3조는 “이 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과 가사(家事) 사용인에게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예외 규정이 있습니다. 가사 사용인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 가사 사용인이란 무엇일까요?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일반 가정의 가정부, 파출부 등 가사에 종사하는 자를 말하며, 주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되어 있고 근로시간이나 임금에 관한 규제를 통하여 국가적 감독행정이 미치기 어렵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사적인 공간이라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므로 법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겁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가사 근로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합니다. 뒤이어 민주당, 정의당, 국민의힘이 각각 법률안을 제출했고 국회 논의를 거쳐 2021년 5월 지금의 법이 통과됐습니다.

이 법의 특징적 내용은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고용노동부가 인증하는 것입니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맺고 이용자에게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가사근로자로 정의했구요. 서비스 제공기관을 양성화해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지우고, 가사근로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행 가사근로자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맺은 가사도우미는 ‘가사근로자’로서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법 6조는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는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최저임금법」 등 근로 관계 법령의 적용이 제외되는 가사(家事) 사용인으로 보지 않는다”고 정의합니다.

 

◈판정; 절반의 사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가사서비스 종사자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사적영역에서 ‘알음알음’ 소개를 받고 근로계약 없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해 3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공청회에서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계청, 국회예산정책처,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등의 추산을 인용해 13만7000~60만명이라는 추정치를 밝혔습니다.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는 직업 세분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중 하나가 ‘가사 및 육아 도우미’입니다.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이 세분류를 들여다보면 대략적인 가사 노동자 규모와 추이를 알 수 있습니다. 아래에 2013~2022년 기간의 가사 및 육아 도우미 종사자수를 그래프로 정리해봤습니다. 

출처: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 제작: 뉴스톱
출처: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 제작: 뉴스톱

가사 및 육아 도우미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10만6959명으로 나타났습니다. 2013년 하반기에는 28만7558명이었지만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나타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떠나 가사서비스 종사자들이 꾸준히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돌봄 종사자를 하대하는 뿌리깊은 문화가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추정만 내놓을 뿐 정부도 뚜렷하게 원인을 짚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가사 노동자들이 가사근로자법의 보호를 받고 있을까요?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현재 39곳의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정부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업체들에 종사하는 400여명이 가사근로자법의 보호를 받는 대상입니다. 가사서비스 종사자를 가장 보수적으로 집계하는 통계청의 최신 집계를 기반으로 산출해봐도 가사서비스 종사자의 0.37%만 가사근로자법의 적용을 받는 셈입니다. 나머지 99.63%는 가사 사용인으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 관련 법령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가사도우미도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과 근로계약을 맺으면 ‘가사근로자법’의 보호를 받아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직업소개소 등을 통해 이용자를 소개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행적 방식은 ‘가사 사용인’으로 분류돼 가사근로자법 등 노동관계법령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도 아닌 것이죠. 우리나라엔 ‘가사 사용인’과 ‘가사 근로자’ 두 부류의 가사도우미가 존재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조 의원의 언급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가사근로자법은 지난해 6월 처음 시행됐습니다. 시행 초기인만큼 정부의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도 얼마 없고, 기관에 고용돼 가사근로자법의 보호를 받는 가사노동자도 극소수입니다. 가사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이용자들에겐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통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법 취지를 실현하려면 정책적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사도우미 급여 수준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사서비스 종사자들의 임금 수준을 얼마나 될까요? 지난해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결과 ‘가사 및 육아 도우미’ 직종의 평균 임금은 285만58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9160원, 주 40시간 근무시 월급으로 따지면 191만4400원이었습니다.

가사근로자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가사사용인’들도 최저임금 수준보다 높은 급여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사도우미를 구하는데 월 200만원이 든다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최저임금 미달의 외국인 가사 노동자는 국제협약 위반?

적은 돈으로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가사근로자에게 적절한 대우를 보장하겠다는 가사근로자법의 입법 취지를 역행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조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 가사서비스 종사자 대부분이 ‘가사사용인’ 신분으로 각종 노동 법규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에 비춰보면 외국인 가사 노동자를 ‘가사사용인’ 신분으로 고용하는 것은 차별적인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58년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에 관한 협약>을 채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9년에 비준했습니다. 협약 2조는 “회원국은 고용 및 직업상의 모든 차별을 제거할 목적으로, 국내 여건과 관행에 적합한 방법으로 고용 및 직업상의 기회와 대우의 균등을 증진하기 위하여 국내 정책을 선언하고 이를 추구할 것을 약속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 협약은 차별을 “인종, 피부색, 성별, 종교, 정치적 견해, 출신국 또는 사회적 신분에 근거한 모든 구별·배제 또는 우대로서, 고용 또는 직업상의 기회 또는 대우의 균등을 부정하거나 저해하는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다만, “특정 직종의 고유한 요구사항에 근거한 모든 구별·배제 또는 우대는 차별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도 있습니다.

외국인 가사 노동자들이 국적으로 인한 차별을 받게 된다면 이 협약을 위반했다고 볼 소지가 있습니다. 현재 월 250만원 정도를 지급받는 내국인 가사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외국인 가사 노동자들에게 월 70만~100만원을 받도록 하는 것은 다분히 차별적입니다.

우리나라는 비준하지 않았지만 ILO는 가사근로자협약(189호)를 채택했습니다. 협약 체결국은 (a)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인정 (b) 모든 형태의 강제 노동의 철폐 (c) 아동 노동의 효과적인 폐지 그리고 (d) 고용 및 직업에 관한 차별 철폐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가사 근로자가 모든 형태의 학대, 괴롭힘 및 폭력으로부터 효과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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