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보조금 발표... 현대·기아차 빠져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3.04.18 15: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조금 대상 EV16종·PHEV6종 모두 미국계 기업 제품
배터리 및 광물 원산지 엄격해져,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 의지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할 전기차량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기존에는 ‘북미산’이라는 조립 요건만 갖추면 보조금 지급 대상이었지만 이번에는 배터리 등에서 더 엄격해진 요건을 적용해 대상 차종이 40여 개에서 16개로 크게 줄었습니다.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도 보조금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습니다.

미 CBS 뉴스 영상 갈무리
미 CBS 뉴스 영상 갈무리

이번 모델 공개는 지난 3월 31일 발표된 배터리 광물 및 부품에 대한 최종 세부 지침에 따른 것으로,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한화 약 495만원) ▲미국이나 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의 4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가 각각 지급되도록 했습니다. 두 조건이 모두 적용될 경우 한화로 약 99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선정된 16개 전기차(EV)는 테슬라의 모델3와 모델Y, 쉐보레의 볼트와 이쿼녹스, 포드의 E-트랜짓과 머스탱 등 모두 미국 자동차 기업의 제품입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HEV)은 6종으로 크라이슬러와 포드 등 4개 업체 역시 모두 미국계 기업입니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되는 제네시스 GV70이 제외되는 등 기존 보조금 대상이었던 한국과 일본 제품은 물론 일부 미국산 전기차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이번 선정으로 미국 시장에서 자국 자동차 기업의 전기차들은 상당한 판매 우위를 갖게 됐습니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외국계 기업들은 미국에 생산 공장을 만들거나 배터리 생산지를 바꿔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발표 후 현대차와 기아 주가가 장중 하락세를 보이는 등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일부에서는 혜택을 받는 차량이 전반적으로 줄어 한국 입장에서 나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배터리 합작 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는 한편,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 중인 GV70의 배터리를 중국산에서 북미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 영상 갈무리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 영상 갈무리

한편 미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자료를 통해 “2030년까지 신규 판매 자동차의 5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 달성을 위해 민간 및 공공 부문 전기차 대책을 발표한다”며 “이는 미국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제조업 부흥을 위한 ‘인베스트 아메리카’ 대책의 일환으로 IRA의 전기차 보조금 조항으로 인해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이 활성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의 새 판을 짜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2022년 8월 16일 발효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은 친환경 에너지,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 4,370억 달러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미국 내 인플레이션 억제와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법입니다. 미국 내 투자와 생산 확대 및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까지도 의도해 제정된 것으로 평가되면서 한국 경제와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