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언론의 뜬금없는 '메르스 공포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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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언론의 뜬금없는 '메르스 공포팔이'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3.01.25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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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미디어 소비자가 되는 방법

코로나19도 끝이 보이지 않는데 또다른 감염병이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잠깐 일었습니다. 일부 언론의 과장 보도 때문입니다. 중동에서 귀국한 어린이들이 호흡기 증세를 나타내 검사를 받았는데 일부 언론은 이를 ‘메르스 공포’로 포장했습니다. 뉴스톱과 함께 짚어보시죠.

출처: 뉴스1 홈페이지
출처: 뉴스1 홈페이지

◈뉴스1의 첫 보도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은 2023년 1월18일 인천공항발로 <UAE발 여객기 타고온 어린이 5명 메르스의심증세…당국 조사중>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제목 그대로입니다. UAE를 출발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한국 어린이 5명이 검사를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뉴스1은 “아부다비에서 출발한 항공기를 타고 온 한국인 5명이 메르스 의심증세를 보여 방역당국이 조사중”이라고 보도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메르스 의심증세’라뇨. 메르스(MERS)는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을 줄인 말입니다. 코로나19와 거의 유사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메르스를 코로나19와 분별할 수 있는 특이 증상은 없습니다.

뉴스1은 이후 종합 기사를 내보냅니다. '종합 기사'란 언론사들이 기존에 내보냈던 기사를 수정하거나 보완해서 기사를 다시 송고할 때 쓰는 말입니다. 제목은 <UAE발 여객기서 어린이 5명 ‘호흡기 이상’ 증세…메르스 등 조사중(종합)>으로 바꿉니다. 1보에서 쓰였던 ‘메르스의심증세’라는 말 대신 ‘호흡기 이상’ 증세로 바꿨습니다. 기사 본문도 “아부다비에서 출발한 항공기를 타고 온 한국인 5명이 호흡기 의심증세를 보여 방역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등의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바꿨습니다.

출처: 한국경제 홈페이지
출처: 한국경제 홈페이지

◈조회수 노린 공포팔이

다수의 매체들은 뉴스1의 첫 보도를 인용하거나 전재해 속보를 전했습니다. 위키트리는 <"초비상" 코로나도 골치 아픈데 새로운 공포…한국인 5명 메르스 의심>이라는 제목으로 뉴스1 기사를 인용했습니다. 한국경제는 <메르스 공포 덮치나…UAE발 여객기 어린이 5명 의심 증세>라는 제목으로 보도합니다. 지디넷코리아는 <메르스 공포 덮치나…UAE발 여객기 타고온 어린이 5명 의심 증세>라는 제목으로 뉴스1을 인용합니다.

뉴스1 기사에서 한발짝도 더 나가지 않았지만 제목에 ‘공포’만 넣어서 기사를 내보낸 것이죠.  이후 음성 판정이 났음에도 위키트리와 지디넷코리아는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한국경제는 연합뉴스의 관련 기사를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 공포를 부추겨 조회수 장사를 해먹는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출처: 지디넷, 위키트리 홈페이지
출처: 지디넷, 위키트리 홈페이지

◈메르스 증상과 감염병 보도준칙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메르스는 초기 증상 만으로 코로나19와 구분이 어렵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메르스의 증상은 <발열 기침 호흡곤란 두통 오한 인후통 콧물 근육통 식욕부진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등>입니다. 코로나19는 <발열 오한 기침 숨가쁨 호흡곤란 피로 근육통 몸살 두통 미각 또는 후각 상실 인후염 코막힘 콧물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입니다.

뉴스1의 첫 보도에 언급한 “메르스 의심증세를 보여”라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증상 만으로는 코로나19인지 메르스인지 분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르면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 14일 이내에 중동지역을 방문한 자” 등이 의심환자로 분류됩니다. 이 지침에 따라 어린이들이 의심환자로 분류됐고 메르스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겁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
출처: 한국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의 감염병보도준칙(윗 그림 참조)을 살펴보겠습니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는 국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무엇보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보도해야 한다. 추측성 기사나 과장된 기사는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감염병을 퇴치하고 피해 확산을 막는데 우리 언론인도 다함께 노력한다”라고 시작합니다.

감염병 보도 시 주의해야 할 표현으로는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 과장된 표현 사용”을 꼽습니다. 뉴스1, 한국경제, 지디넷코리아는 기자협회 회원사로 검색됩니다.

책임있는 언론사라면 스스로 만든 준칙 정도는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언론사들은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미디어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시켜 조회수를 올리는 데만 급급한 게 현실입니다. 대놓고 조회수 장사를 하는 매체들도 존재합니다. 과감히 거를 매체를 정해놓고 거기서 나오는 기사는 안 보는 것도 현명한 미디어 소비 습관이 될 것 같습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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